어느 날 새벽.
세상이 무중력 상태가 되었다.
시계는 가는 듯 멈춘 듯
시간은 치명적이거나 무의미하거나.
탈수 모드에서 고장난 세탁기마냥
무한대의 원심력만이
제자리를 도는 것처럼 느껴지기를 몇주째.
글을 쓰며 스스로를 성찰하는 일도
부질없어 보여 멈춘 지 또 그만큼.
탈출구가 있을까 하는 물음은
일희일비로 물결치는 화두가 되어
힘겹게 일상을 괴고 있다.
세탁기가 멈춘다 해도
문 밖으로 나오는 옷이 될지.
하수구로 내밀리는 물방울이 될지.
아직은 모른다.
죽은 자가 산 자를 돕는다는 말은
때론 희망이고
때론 운명이고.
그래도 이 흑마법을 해제하는 힘의
일부가 나에게 있음을 알아서
숨을 쉬고 움직인다.
땅에 발을 딛기 위하여
안간힘을 쓴다.
산 자는 그렇게 스스로를 돕고
다른 산 자들과 손을 잡아
땅으로 향한다.
영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