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종찬 Jan 17. 2021

대륙횡단 설국열차 'California Zephyr'

앤디의 머그잔 이야기

  살아가면서 때로는 어디론가 멀리 떠나 사계절 풍광을 바라보며 스쳐가는 장면들이 인생의 파노라마가 되고 가슴 속 깊은 곳에 간직한 짐을 훌훌 털어버리며 자신만의 편견 속에 살아왔던 삶을 되돌아 보고 싶은 시간들이 있습니다. 인생은 마치 여행과 같아서 어는 낯선 정거장에서 미지의 세계를 향하는 기차를 타고 길게 우는 기적 소리를 들으며 이름을 알 수 없는 하늘의 별들이 이정표가 되어지고 끝없이 펼쳐진 광야를 달리며 스쳐가는 이들과 인연을 맺는 것과 같습니다. 정거장 마다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각자의 사연이 담긴 이야기가 차창에 비친 서로의 모습과 그 뒤로 희미하게 비친 달빛에 투영이 되며 크고 작은 붓에 물감을 찍어 커다란 캔버스에 한 덩어리씩 올리자 인생이란 아름다운 작품이 완성되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암트랙 'California Zephyr' 루트 맵

  

  오랫동안 미대륙을 오가며 승객을 수송했던 미국의 기차는 고속도로와 항공기가 발달하면서 매년 적자로 운영되어지자 쇠퇴의 길을 들어서게 됩니다. 이를 정부와 각 철도회사의 출자로 새로이 1971년에 설립된 준 공영 기업을 만들고 암트랙(Amtrak)이 탄생합니다. 이는 시카고에서 출발하여 로스엔젤레스 구간까지 65시간 20분을 운행하는 미국에서 가장 긴 노선인 텍사스 이글을 비롯하여 30개 이상의 노선이 있는데, 미국 46개 주와 일부 캐나다에 있는 500 개 이상의 목적지를 여행하며 기차여행을 즐기려는 매니아들이 주가 되는 여행 수단으로 침대차, 식당차, 그리고 라운지와 카페 차를 가진 가지고 있는 대형 대륙횡단 열차입니다.


미국 대륙을 횡단하는 암트랙(Amtrak)이 정류장에 서 있습니다.


  특히 시카고를 매일 오후2시에 출발하여 51시간 20분을 달려 콜로라도의 덴버(Denver)와 유타의 솔트 레이크 시티(Salt Lake City) 그리고 네바다의 리노(Reno)를 거쳐 샌프란시스코의 길목인 에모리빌(Emeryville) 스테이션에 2박3일을 달려 오후 4시10분에 도착하는 노선인 캘리포니아 제퍼(California Zephyr)는 록키마운틴의 웅장함과 유타와 네바다의 신비한 사막, 그리고 시에라 네바다 마운틴(Sierra Neva Mountain)의 아름다운 자연을 만날 수 있는 미국 암트랙 노선 중 최고의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노선 중의 하나입니다. 특히 겨울에 찾는 캘리포니아 제퍼 여행은 마치 동화 속에서 만나 설국 열차를 연상하 듯  창가에 펼쳐지는 설경의 아름다움은 하늘의 축복을 다 받은 듯이 기분이 상쾌해 지고 내 마음이 행복하게 되며,  너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기쁨이 되는 아름다운 배경이 있는 곳입니다. 


덴버 유니온 스테이션의 고풍스러운 모습

 

저는 시카고에서 기차을 타지 않고 그곳을  출발하여 하룻밤을 달려 덴버에 도착한 기차를 타기 위해 지난 밤 늦게 달라스에서 비행기로 덴버에 도착하였습니다. 왜냐하면 달라스에선 경험하기 힘든 아름다운 설경들을 구경하고 싶은 것이었죠. 1월의 차가운 공기가 콜로라도를 감싸고 있지만 아침 8시5분에 샌프란 시스코행 기차를 타기 위해 서둘러 호텔을 나와 몰라이드(Mallride) 버스를 타고 다운타운에 있는 유니온 스테이션으로 갔습니다. 덴버의 다운타운 중심가를 연결하는 몰라이드 버스는 프리로 운행되며 누구든지 덴버의 다운타운을 이동할 때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수단입니다. 그래서 덴버를 여행할 때면 호텔를 몰라이드 버스 노선이 있는 곳에다가 예약을 하곤 합니다. 그래야 이곳 저곳 대중교통으로 쉽게 연결되기 쉽거든요. 


덴버의 유니온 스테이션에서 서둘어 아침을 먹고 암트랙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침 일찍 도착한 덴버의 유니온 스테이션은 달라스와는 달리 럭셔리 호텔인 The Crawford Hotel과 같은 건물에 있어서 매우 화려하고 분주합니다. 카페에 앉아 아침과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질 수도 있으며 친절한 안내소 직원의 설명으로 암트랙 여행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기차 탑승 시간이 되니 유니온 스테이션 사인을 뒤로하고 암트랙 기차 디렉터의 설명을 들으며 좌석 배정을 받고 각자의 열차로 탑승을 하였습니다. 

1박2일의 긴 기차여행을 시작합니다.

 

덴버 역을 출발하여 꼬불꼬불 거친 골짜기를 감싸며 록키마운틴을 힘겹게 오르는 철마의 신음은 수없이 많은 터널을 지나서야 비로소 그의 위용을 자랑합니다. 깊은 골짜기를 따라 아슬아슬하게 달리며 태평양판과 대서양판이 만나는 대륙의 분기점(Continental Divide)을 통과하게 됩니다. 거대한 산들이 앞을 가로 막더니 해발 13,300피트 (4,054 m)의 James Peak밑으로 만들어진 6.2 마일의Moffat Tunnel터널을 한 점의 빛도 없이 10분을  달려갑니다. 


Denver를 출발한 암트랙이 Rocky Mountain을 힘차게 오르고 있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세상은 로키마운틴의 동쪽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엄청나게 많은 눈이 내리고 겨울 내내 겨울 왕국이 펼쳐지는 스키로 유명한 윈터 파크(Winter Park)의 정취를 흠뻑 뽐내고 있습니다. 라운지 차에 앉아 새하얀 눈이 수북하게 싸인 산자락을 바라보며 수없이 셔터를 누르는 수많은 여행객들의 환호는 이틀간의 기차 여행을 더욱 정겹게 하고 있습니다. 


사슴의 무리들이 찻창을 스쳐 지나갑니다.


   눈송이 내리는 풍경 속에 인간의 흔적이 닫지 않은 곳을 지날 때 마다 새하얀 눈길 위에 이름 모를 동물들이 남긴 수없이 남긴 발자국을 보며  인간의 세상만큼이나 더 선명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Moffat Tunnel를 지나 Winter Park에 도착하니 세상이 하얗게 바뀌었습니다.

  

 눈 앞에 펼쳐진 비경을 바라보며 이러한 풍경같이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을 쯤,  기차는 긴 기적 소리와 함께 유타 주로 들어 섭니다. 그토록 하얀 세상을 갈구했던 설국의 매력은 잠시 주춤해졌지만 붉은 색 바위에 비쳐 기다란 그림자로 창문에 어른거리는 유타의 풍경은 나의 가슴에 긴 사다리를 놓고 수많은 이야기 보따리를 올려놓습니다. 


암트랙의 식당칸에서의 식사 시간은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사람이 많다 보니 식당차에서의 저녁 식사는 미리 예약을 해야 합니다. 지정된 시간에 식당차에서 서서히 내리는 석양을 바라보며 멋진 저녁 식사와 더불어 인생이야기의 매력에  흠뻑 빠져봅니다.  세상의 어느 곳 보다 일찍 찾아온 유타의 밤은 보석처럼 장식된 헤아릴 수 없이 선명한 별들을 하나 둘 세어가며 자신도 모르게 긴 꿈의 세계로 빠져들어갈 쯤, 기차는 유타를 지나 네바다 주로 질주를 하고 있습니다. 


네바다 주의 끝없이 펼쳐진 사막에서 맞이한 특별한 아침

  

  네바다 주의 끝없이 펼쳐진 사막 위를 신나게 달리는 기차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특별합니다. 동쪽 창가로 비치는 일출의 아름다운 빛을 품으며 호호 불으며 라운지에서 마시는 모닝 커피는 암트랙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시간들입니다. 


새벽의 Amtrak Lounge Car는 너무나 고요합니다.


  네바다의 마지막 종착역인 리노를 지나며 아침을 먹고 있노라면 북미 최대의 고산지대 호수로 수정처럼 투명하고 맑은 물과 웅장한 풍경이 장관을 이루는 레이크 타호(Lake Tahoe)를 감싸고 있는 하얀 눈이 쌓인 봉우리를 돌고 돌아 간신히 우리가 지날 수 있는 길만 남겨둔 시에라 네바다 마운틴 지역으로 들어섭니다. 

레이크 타호(Lake Tahoe)가 있는 시에라 네바다 마운틴에도 지난 밤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지난 밤에 눈이 많이 내렸는지 아직도 나무 가지마다 아름다운 눈꽃을 피운 화원이 창가를 스쳐 지나갑니다. 오른쪽 창가로 넘어 발아래 비친 도너 호수(Donner Lake)의 아름다운 풍경이 보일 쯤이면 벌써 캘리포니아 깊은 곳까지 왔음을 알려줍니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니 저 멀리 금문교(Golden Bridge)가 보입니다.


  기차는 어느새 산봉우리를 조심스레 휘감으며 산 밑으로 내려오니 설국의 도도한 풍경은 없어지고 캘리포니아의 따스한 날씨는 코발트색 하늘을 품은 채로 우뚝 솟은 레드우드 나무를 만나고 태평양을 돌아 오른쪽으로 샌 파블로 베이(San Pablo Bay)를 만날 즈음이면 종착역인 에모리빌 역이 가까워졌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열차가 멈출 때마다 타고 내렸던 사람들, 그리고 차창을 스쳐 지나간 수없이 많은 풍경들, 인생의 여행과 같은 기차 여행 속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풍경과 아름다운 만남과 이별을 고하며 저와 인생 여행의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사우스 다코타의 큰 바위 얼굴 ‘러시모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