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의 머그잔 이야기
오늘은 록키산 국립공원(Rocky Mountain National Park)을 가기로 한 날입니다. 해가 뜨기 무섭게 김밥을 말고 음료수를 쿨러에 채워 넣었습니다. 록키를 여행하는 방법은 몇 일에 걸쳐 캠핑을 하거나 등산코스를 이용하기도 하기도 하지만 당일 코스로 록키산맥의 웅장함을 온몸으로 받아 느끼며 12183ft(3713미터)의 고도 위를 구름을 벗삼아 간간이 피어 있는 야생의 꽃들, 그리고 툰트라를 가르며 뻗어간 34번 도로를 이용해 동서로 50마일의 거리를 드라이브로 횡단하는 코스도 매우 특별합니다. 키스톤(Keystone)을 출발하여 록키산까지는 3시간 정도, 국립공원까지는 하이웨이가 없어 로컬을 이용하여 주위의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하며 여유 있게 운전을 하였습니다.
국립공원을 가는 방법은 70번 하이웨이에서 Exit232에서 40번 국도를 이용하여 북쪽으로 드라이브를 하여 국립공원의 서쪽입구를 이용하거나 아니면 덴버에서 36번 도로를 이용하여 국립공원의 동쪽 입구를 이용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동쪽입구인 Fall River Visitor Center혹은 Beaver Meadows Visitor Center로 들어오거나 서쪽입구인 Kawuneeche visitor Center로 들어오는 방법인데 물보다 산을 더 좋아하신다면 동쪽의 에스테스 파크(Estes Park)에서 들어오는 동쪽입구가 좋고 호수를 좋아하는 분들은 록키산을 배경으로 산과 하늘을 검푸른 물아래로 삼켜버린 그랜바이 호수(Granby Lake)와 그랜드 호수(Grand Lake)쪽의 서쪽 입구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서쪽을 출발하여 국립공원을 가로질러 동쪽입구로 나오는 50마일 거리를 운전을 하다 보면 지천에 널린 기암절벽과 툰트라의 흔하지 않은 풍경들, 그리고 그 사이에 소리 없이 흐르는 바람을 가르며 동쪽입구로 나오게 되지만 말입니다.
산 봉우리를 집어삼킨 그랜드 호수를 돌아 서쪽 그랜드 레익 엔트런스에서 약간의 입장료를 내고 록키산 국립공원으로 들어갔습니다. 34번 도로를 따라 운전을 하다 보면 입을 다물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절경들이 우리를 맞이합니다. 엘크(Elk), 산양(Bighorn Sheep), 사슴(Mule Deer) 같은 동물들을 보려고 사람들이 차를 세우기 때문에 생기는 교통체증 또한 따분하지 않고 산봉우리 곳곳에 남은 만년 은설의 축제가 우리의 여행을 시원하게 도와줍니다.
하늘을 찌를듯한 침엽수림의 행진이 종지부를 고할 즈음에 멀리 툰투라 사이 외롭지만 북적거리는 산장이 하나 보입니다. 해발 11796ft(3595미터)지점에 위치한 알파인 비지터 센터(Alpine Visitor Center)인데 이곳에는 레스토랑과 선물을 파는 쇼핑센터가 있는데 한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그늘진 곳에 군데군데 남아있는 만년설을 바라보며 이런 눈들이 녹아서 생긴 수백 개의 크고 작은 호수들을 바라보며 간단한 점심과 커피한잔을 마실 때 다가오는 산행의 기쁨이란 인생의 절정을 맞을 때 보다 멀리 내려다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생각하게 하였습니다.
알파인 비지터 센터에서 점심을 먹은 후 걸어서 20분 정도만 올라가면 주위경치를 잘 볼 수 있을 만큼 높은 해발 12005ft 오를 수 있는 조그만 등산 코스를 타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올라가는 길 양쪽에 툰드라(Tundra) 기후에서 사는 식물들이 넓게 나타나고 녹지 않고 록키의 자태를 계절 내내 간직하고 있는 만년설의 신비함도 등산의 묘미를 더하는데 그사이 소리 없이 저 멀리 밀려오는 구름 떼의 향연은 인생살이 절정의 화려함과 신비함을 한 것 더하여 주고 있음에 분명합니다.
내려가는 길, 끝을 볼 수 없는 낭떠러지의 연속이지만 그곳을 품어준 구름이 있기에 높은 산길을 운전하고 있지만 두렵지 않았고 고갯길을 흘러 흘러 굽이치고 내려간다지만 계곡을 소리 없이 떠안는 록키의 바람이 있기에 긴장된 마음을 품어주고 희석시킬 수 있었습니다.
우리 삶의 여정가운데 끝을 알 수 없는 낭떠러지를 만난다 할지라도 우리를 품을 수 있는 뭔가를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