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종찬 Jun 15. 2021

여름엔 오레곤 셰익스피어 페스티벌에 가보세요

앤디의 머그잔 이야기

  5월의 내리는 비는 오레곤(Oregon) 주의  남쪽에 위치한 거대한 칼데라 호수인 크레이터 호수(Crater Lake) 정상에는 새하얀 폭설이 되어 온 세상을 하얗게 색칠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흐르는 음악이 되고 다 같이 춤을 추고 있습니다. 달라스에서 수년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아름다운 설국을 경험하며 행여나 하늘이 열릴까 하면서 기다리기를 반나절, 기적처럼 하늘이 열린 그곳에서는 세상이 보고 간직하지 못했던 수 백 만년의 역사가 한 순간의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습니다. 

  오늘 같이 함박눈이 내려 세상을 덮는다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수많은 고민을 덮고 행복할 것이라는 상상을 하면서 한 참 동안 그곳에 서서 깊은 생각에 잠겨봅니다. 백두산 천지와 같은 크레이터 호수의 장관을  뒤로하고 미끄질세라 조심스레 핸들을 잡고 산 밑으로 내려오니 온 세상을 덮었던 눈구름은 어느새 사라지고 오레곤 남부의 위치한 아름다운 도시 애쉬랜드(Ashland)에는 어느새 찬란한 5월의 태양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벌써 수많은 인파들이 오늘 저녁 이곳에서 펼쳐질 숨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이 조그만 마을에 셰익스피어가 가져다 준 이야기는 오레곤 주의 많은 곳에 커다란 힘이 되어주나 봅니다. 우리는 예약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마친 후 오늘의 셰익스피어 비극인 ‘맥베스(Macbeth)’를 상상하며 Allen Elizabethan Theatre옆으로 이어진 너무나 조용하고 아름다운Lithia Park을  우렁찬 폭포 소리와 함께  자연의 보폭을 그대로 간직한 오솔길을  걸었습니다.

Elizabethan Theatre옆으로 자리한 아름다운Lithia Park

  미국에서 가장 자연이 잘 보존되고 아름다운 주의 하나인 오레곤 주에 갈 때면 셰익스피어 페스티벌 참석하기 위해  항상 찾아가는 도시가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 5번 하이웨이를 따라 캘리포니아 북쪽 Shasta-Trinity National Forest를 지나 해발 4310피트에 위치한Siskiyou Summit에 이르면 오래곤 주에 다다른 것입니다. 그곳에서 북쪽으로 10여분을 운전하면 애쉬랜드 사인과 함께 66번 도로로 빠져나가 왼쪽으로 들어가면 오래곤 주의 최고 문화 예술 도시인 애쉬랜드를 만나게 됩니다. 이곳은 오래곤 주의 최남단에 위치한 인국 2만 정도의 조그만 도시로, 남부 오레곤 대학이 위치해 있고 매년 오레곤 셰익스피어 페스티벌이 열리는 곳으로 매우 유명한 곳입니다. 걸어서 한 뼘인 도시의 다운타운을 걷고 있자면 도시 전체가 셰익스피어로 장식이 되어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셰익스피어 시대의 의상을 입은 사람들, 건물들, 그리고 레스토랑 하나 하나가 그 시대를 연상케하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도시 전체가 셰익스피어로 장식이 되어 애쉬랜드의 모습

 오레곤 셰익스피어 페스티벌은 미국 오리건 주 애쉬랜드에 있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비영리 전문 극장으로, 19세기 후반 시골 지역에 문화와 오락을 가져다 준 차우타우콰 운동(Chautauqua movement)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애쉬랜드의 첫 번째 초타우콰(Chautauqua)건물이 1893년에 세워졌고, 1905년에는 1500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도록 증축되었습니다.  그리고는1935년 남부 오레곤 대학 출신의 열성적이고 젊은 교사인 앵거스 보우머(Angus Bowmer)에 의해 이곳에서 공식적으로 설립되어지고, 매년 3월부터 10월까지 거의 날마다3개의 극장에서 공연을 하게 됩니다. 

Allen Elizabethan Theatre 모습

  올해는 3월 1일 시사회를 시작으로10월 27일까지 Allen Elizabethan Theatre, Angus Bowmer Theatre, 그리고 Thomas Theatre에서 계속 공연하게 되는데, 올해는 우리에게 셰익스피어의 비극으로 널리 알려진 ‘맥베스(Macbeth)’ 시작으로 세익스피어의 희극인 ‘As you like it’, 브로드웨이 뮤지컬인 ‘헤어스프레이(Hairspray)’ 등 11개의 공연을 월요일을 제외한 날마다 3개의 극장에서 하게 됩니다.  

Allen Elizabethan Theatre, Angus Bowmer Theatre, 그리고 Thomas Theatre에서는 날마다 셰익스피어를 비롯한 각종 공연이 펼쳐집니다.

 공연이 끝나는 늦은 시간이면 3개의 극장이 모여있는 한적한 도시인 애쉬랜드의Main Street와 S Pioneer Street에는 수많은 인파가 쏟아져 나옵니다. 그렇지만 그 속에서는 수많은 빌딩 숲을 병풍 삼고 오래된 역사와 수많은 장식이 달려있는 고풍스런 디자인의 콘서트 홀이 아닌 소박한 시골의 극장, 마치 세익스피어 시대를 상징할 시골스러운 그곳에서 모여있는 우리는 모두가 거대한 자연의 일부임을 느끼게 합니다. 도시의 불빛보다 더 밝은 별들의 빛을 경험하며 Mt Ashland에 걸린 달빛의 세상이 더 아름답습니다. Lithia Park을 가로지르며 요동치는 물소리는 잠시 하늘을 버리고 내려앉은 수많은 별들을 헤아리게 합니다. 물에 비친 5월의  애쉬랜드의 밤이 이토록 아름다울 줄이야……   스쳐간 오늘의 이야기들을 생각하며 잠시 나무 근처의 벤치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이 별들은 서로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신의 섭리이거늘 세상의 모든 것이 소중함을 느끼게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밤하늘에 떠 있는 별들이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포트랜드의 명산 ‘마운트 후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