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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달 Oct 24. 2024

<기도>를 읽고

우리의 오지랖

나와 동생은 서울로 와서 원룸에서 같이 산다. 언니는 신림동에 고시촌에 살게 되었다. 국가고시 문제집을 가득 싣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베개를 잊은 채. 동네 사람들은 언니 시험 합격에 관심이 많다. 집에까지 찾아와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언니와 엄마와의 잦은 다툼, 동네 사람들의 추상적인 시선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형태를 갖추지 못한 반죽처럼 흔들린 언니는 상경을 결심한 것이다.  나는 언니에게 얇은 소리를 내는 베개를 사서 주러 간다. 나는 화장품 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다. 엄마는 회사에서 무료로 나온 샘플을 온 동네에 자랑하고 다녔다. 우리에겐 권력 같은 샘플, 그런 구체적인 증거와 실감이 절실했다. 나는 1년 후 회사를 나와 취준생이 되었다. 대졸자 취업 경로 조사 설문을 해주면 문화상품권을 준다는 말에 하겠다고 한다. 문화상품권으로 즐길 수 있는 문화란 게 얄팍하고 보잘것없으리란 걸 알지만 비굴하지 않게 허락한다. 설문조사하러 나온 사람은 50대 아저씨였다. 둘은 마땅한 장소를 찾다가 교회에 들어간다. 머리를 맞대고 설명을 듣고 대답을 하는 모습은 마치 기도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저씨는 노둥부 직원이 아니고 아르바이트하는 것 같은데 한 건당 얼마를 받을까 생각하며 나의 시선에 부끄럽다고 생각한다. 왜 좋은 회사를 나왔냐, 과외 보수는 얼마냐 묻는 질문과 답변에 아저씨는 나에게 경외감을 보내고 나는 변명하고 불안하다. 






합격과 불합격에 대한 타인의 시선, 남의 취업과 성공에 우리는 참 관심이 많다. 그래서 명절이 싫은 것이 아닌가. 정을 나누는 것이 아닌 자랑거리를 나누는 자리이다. 대학에 떨어지거나 취업이 안 되면 명절 모임에 가지 않는다. 우리는 정말 경쟁의 사회에서 살고 있구나 싶다. 가족끼리도 친척끼리도 이웃끼리도 나의 존재, 가치를 알려야 살 수 있다.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나는 없어지는 것인가. 그렇게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익숙해진 우리는 생판 모르는 남의 경제적 사정도 오지랖 넓게 걱정한다. 저 사람은 아르바이트하는 것 같은데 생계를 이어갈 수 있을까 걱정한다. 참 부끄러운 시선이다. 김애란 작가는 현대를 사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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