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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달 Nov 13. 2024

<가리는 손>을 읽고

“금기이되 아주 오랫동안 어겨온 금기를 깨는, 죽은 것을 죽이는, 심드렁한 희열과 혐오가 인다." 문장이 있다. 나는 시장에서 사 온 우럭을 손질하며 이런 감정을 느낀다.


나는 마치 커다란 영양 공급 팩이 된 기분으로 아이에게 젖을 먹였다. 젖을 뗀 뒤 재이가 처음 먹은 음식은 흰 쌀죽이었다. 아이는 잘 자랐다. 그리고 다문화 가정의 아이로 사회생활을 감당하고 있었다. 나는 학교와 요양 병원에서 영양사로 일한다. 공부, 일, 육아를 병행하다 친정 엄마가 있는 고향집에 내려갔다. 갑자기 건강이 악화된 엄마를 돌보았지만 돌아가셨다. 내 효심이 우리의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면 어쩌나 두려운 마음이 들었지만 간병에 효자 없다는데 너 고생 안 시키려고 급히 떠났나 보다는 말은 아프게 찔렀다.


중학생 노인 폭행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재이는 목격자이지만 눈에 띄는 피부색으로 주목을 받는다. 얼굴이 다 나오는 동영상이 유포된다. 폐지를 줍는 노인에게 중학생이 시비를 걸었고 흥분한 노인이 여자애의 머리채를 잡자 대장 아이가 발차기를 날렸다. 재이는 맞은편 인형 뽑기 가게에서 보고 있었다. 아이들과 눈이 마주치자 재이는 고개를 돌리고 아이들도 사라졌다. 그런데 오십 초 후 재이가 다시 나타나 인형을 들고 간다. 경찰은 동영상을 보고 왜 신고를 하지 않았냐고 재이에게 묻는다.


나는 재이에게 할아버지 장례식에 가자고 말한다. 밥 먹는 손을 가리고 죽은 사람에게 절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밥 먹는 손을 가리는 예.




제목 '가리는 손'을 보고 무언가 부정적인 것을 가리는 것이라 짐작했다. 고인에게 절을 할 때 오른손을 가리는 손이라 설명하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오른손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가려야 하는가. 대부분 사람들은 오른손잡이이다. 오른손으로 음식을 먹고 글을 쓰고 남의 손을 잡는다. 일상은 오른손으로 이루어진다. 바르다는 의미의 오른손은 정말 바른 행동을 하는가. 우럭을 손질하면서 생선의 뼈와 살을 으깨는 감정이 유쾌하지 않다. 살기 위해 잡아먹는 모든 행위는 약육강식의 시스템이 작용한다. 재이는 다문화가정이라 차별을 받는다. 중학생 사회생활은 어른의 사회생활과 같다. 벌써 배신을 하고 질투, 무시, 생존이 존재한다. 재이는 자라면서 어른처럼 무언가를 잃고 있다. 노인이 쓰러져도 걱정을 하지 못한다. 내가 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배운 것이다. 엄마는 그런 재이를 보며 경악한다. 그리고 당연하지 않은 약육강식의 시스템을 가리는 손으로 전달한다. 동정이 아닌 연대의식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지금의 세대에게 정말 예를 갖춘 가리는 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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