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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달 10시간전

셋째, 인수인계하기

참 사람 인연은 묘하게 우연이다. 작년인지 올봄인지 어쨌든 그림책 동아리에서 가장 먼저 은퇴 이야기를 했었다. 일을 그만하고 싶은 속마음, 하고 싶은 일을 늘어놓은 시간이었다. 윤옥샘은 응원을 해주면서 주변에 학원에 관심 있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나는 그때는 막연한 계획이라 그냥 그 말을 흘려보냈다. 학원을 정리해야겠다는 확고한 결심이 서고 인수인계를 할 사람을 찾았다. 학생들이 공부를 계속 이어가면 좋을 것 같은 마음이었다. 영어, 수학 과목보다 논술은 의외로 선생님이 적다. 학관위라는 모임 카페를 알게 되어 그곳에 글을 남겼다. 그러다 문득 윤옥샘의 말이 생각이 났다. 전화를 하니 그 친구가 이미 학원을 차린 것 같다고 한다. 그리고 또 며칠 후 다시 전화가 왔다. 지금 하는 수업에 회원이 너무 적어 인수인계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첫 만남에서 최 샘은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그래도 얼굴을 아는 사람의 소개이니 서로 믿음도 생겼고 너무 계산적인 인수인계도 싫어 나의 마음은 최 샘에게 끌렸다. 3주 정도 고민을 하고 우리는 부동산을 거치지 않고 가계약을 맺었다. 최 샘은 자신만의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어 나와는 다른 방식이라 사실 리스크는 있다. 나는 최 샘에게 최대한 아이들이 많이 남기를 바란다. 우리는 한 달 전에 설명회를 여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작전을 짰다. 설명회를 듣고 한 달간 고민하고 그 사이 테스트도 보고 시간표도 짜고. 그리고 한 달간 적극적인 홍보를 하면 좋을 것 같았다. 내일은 설명회 날이다. 내가 모든 학부모에게 안내를 했고 최 샘은 다시 설명회 설문 문자를 보냈다. 최 샘은 소심하게도 이번 주 토요일 11시, 다음 주 토요일 11시만 설명회를 한다고 보냈다. 나는 학부모들이 모두 간다고 했는데 더 시간을 늘리라고 했다. 벌써 소문이 나서 지인을 데리고 오는 학부모도 있다. 결국 사람들이 엄청 몰려서 10시, 11시, 12시 반 세 타임을 새로 만들어했다. 어제 떨린다며 잠시 저녁에 최 샘이 왔다. 딸아이도 왔다. 그런데 너무나 행복한 얼굴이다. PPT도 많이 준비한 것 같다. 나는 하루종일 쓸고 닦고 10명이 앉을 의자와 화분 배치를 바꾸며 설명회 장소를 꾸몄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행운이 몽땅 그녀에게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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