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밖의 이미지나 녹음이 끝난 뒤의 선율처럼 숨어 있던 것들을 늘어 놓기로 했어. 내가 글을 쓰고 싶어했던 때가 과연 존재하기나 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 만큼 오랫동안 내 머릿속엔 음계만이 가득 차 있었어. 체한 것을 뱉어내듯 글자들이 쏟아져 나오던 때가 그리워져. 목 아래에서 불처럼 타들어 가던 것들을 일정한 음률에 맞춰 마치 기적처럼 풀어놓을 수 있던 시기가 완전히 지나가 버린 것 같아. 그토록 바라마지 않던 마음의 평온을 얻었지만 그간의 행동과 생각이 단지 방어기제일 뿐이었던게 아닐까 생각하니 허무해져.
열을 지어 떠다니던 생각들은 망망대해로 퍼져 버렸지. 그렇지만 이 삶이 내게 남기고자 하는 건 대체 뭘까. 손으로 계속해서 훔쳐내며 그쳐보려 하지만 도무지 눈물이 멈출 줄을 몰라. 결국엔 포기하고 흐르도록 내버려 두기로 했어. 내 삶을 누군가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니고 나는 어떻게든 이것을 견뎌내야 하는데 왜 항상 이런 모양이 되어버리고 마는 걸까.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어서 마셨던 술인데 이제는 입을 닫고 싶어. 머리가 꼬리가 된 것처럼 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