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rchid Mar 14. 2016

술주정







프레임 밖의 이미지나 녹음이 끝난 뒤의 선율처럼 숨어 있던 것들을 늘어 놓기로 했어. 내가 글을 쓰고 싶어했던 때가 과연 존재하기나 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 만큼 오랫동안 내 머릿속엔 음계만이 가득 차 있었어. 체한 것을 뱉어내듯 글자들이 쏟아져 나오던 때가 그리워져. 목 아래에서 불처럼 타들어 가던 것들을 일정한 음률에 맞춰 마치 기적처럼 풀어놓을 수 있던 시기가 완전히 지나가 버린 것 같아. 그토록 바라마지 않던 마음의 평온을 얻었지만 그간의 행동과 생각이 단지 방어기제일 뿐이었던게 아닐까 생각하니 허무.


열을 지어 떠다니던 생각들은 망망대해로 퍼져 버렸지. 그렇지만 이 삶이 내게 남기고자 하는 건 대체 뭘까. 손으로 계속해서 훔쳐내며 그쳐보려 하지만 도무지 눈물이 멈출 줄을 몰라. 결국엔 포기하고 흐르도록 내버려 두기로 했어. 내 삶을 누군가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니고 나는 어떻게든 이것을 견뎌내야 하는데 왜 항상 이런 모양이 되어버리고 마는 걸까.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어서 마셨던 술인데 이제는 입을 닫고 싶어. 머리가 꼬리가 된 것처럼 보여.

작가의 이전글 깃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