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rchid Mar 10. 2016

사과


2008



무엇을 잡고 무엇을 놓아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에 내려다본 손바닥 위에 남은 것은 욕심뿐이었다. 놀란 나는 욕심을 내팽개치고 어둠 속에서 몸을 말았다. 지나온 날들을 잊고 싶다. 내 뒤에 남아 있는 발자국들을 지우고 싶다. 좀 더 어두운 그림자 속으로 숨고 싶다.

싫은 사람 앞에서 싫은 티조차 내지 못하고 비틀린 웃음을 지을 때, 불편한 자리에서 맛도 느껴지지 않는 음식을 꾸역꾸역 입 안으로 밀어 넣을 때,  피부 속으로 칼을 들이밀어 사과껍질을 깎듯 나를 깎아버리는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