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잡고 무엇을 놓아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에 내려다본 손바닥 위에 남은 것은 욕심뿐이었다. 놀란 나는 욕심을 내팽개치고 어둠 속에서 몸을 말았다. 지나온 날들을 잊고 싶다. 내 뒤에 남아 있는 발자국들을 지우고 싶다. 좀 더 어두운 그림자 속으로 숨고 싶다.
싫은 사람 앞에서 싫은 티조차 내지 못하고 비틀린 웃음을 지을 때, 불편한 자리에서 맛도 느껴지지 않는 음식을 꾸역꾸역 입 안으로 밀어 넣을 때, 피부 속으로 칼을 들이밀어 사과껍질을 깎듯 나를 깎아버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