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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트롱사이다 Jul 06. 2023

 길거리에서 똥을 싸도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는 법

제목 그대로이다.

(더러운 이야기들이 계속 될수 있으니 비위가 약하신 분은 읽지마세요 ^^;;)




아이가 길거리에 똥을 쌌다.

수치심과 당황스러움과 부끄러움과 공포와 슬픔과 또 뭐가 있었더라.....

하여간 아이는 길을 가다 바지를 내리고 똥을 쌌다.

속된 말로 급똥을 참지 못하고 다 싸버린것이다.

하지만 화장실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아침 등굣길이었고 아이는 너무 당황했는지

학교 가는 길 나무 아래에 바지를 내리고 똥을 갈겼다.


그 순간 내 머리는 아득해졌다. 온갖 감정이 몰려들었다.

무엇보다 " 이러면 안돼!!! 옷입어!!!!! 옷에 싸!!!"를 외치며

나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나는 이런 인간이었던것이다.

남이 보면 어쩌지......


순간 내 자신의 얄팍함에 소름이 끼쳤다.

인간아......니 자식이 똥을 싸는데 너는 고작 주위 시선이나 신경쓰냐.

순간. 깨달았다. 아..... 중요한건 이게 아니지.


내가 느끼는 수치심과 부끄러움의 수만배 만큼

내 아이가 이런 감정을 느끼겠구나...

얼마나 당황스럽고, 무섭고....부끄럽고...수치스러울까....에 대해

나는 내 감정만 또 먼저 생각한것이다.


아이의 얼굴은 확실히 굳어있었고. .

자기가 방금 눈 똥처럼 눈물을 흘렸다.


"엄마.....화장실이 없어요..."


이런데서 누면 안된다....바지를 밖에서 내려서는 안된다. 등등 일장연설을 하려 했지만

일단 아이의 얼굴을 보니...모든건 쏙 들어갔다.


일단 수습을 하자...

학교에 전화를 해서 늦는다는 말을 하고 다시 데리고 집으로 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이는 계속 울었다.

그 감정을 정확히 표현못하는 아이니까 짐작만 할 뿐이다 .

하지만 표정만으로 나는 알수 있었다.


부끄럽다.......왜이랬을까...


모든 걸 말해주는 아이의 미묘한 표정들.


그 순간 나는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았다.

분노도, 화도, 당혹감도, 수치심도..부끄러움도 .....

그냥 내 아이의 감정에 백프로 빠져들었다.


옛날의 나였다면 일단 펑펑 같이 울었을것이고.

심한 자기연민에 빠져서 허우적거렸을것이다.

세상에서 내가 가장 불행하고 불쌍하고...내 인생이 왜이런가

미친 자학의 굴레에 빠져들었을것이다.

애보다 내감정의 소용돌이에 빨려들어가서

세상제일 불행한 엄마 코스프레를 해댔을것이다.


하지만!!!!!


나는 더이상 그렇지 않다. (이 부분에서 내자신좀 칭찬합니다. )

당황했을 아이의 마음과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어떤 말을 해줄까를 생각했다.




집에 도착해

포실포실한 샤워거품으로 긴장했을 아이의 몸을 정성껏 뽀득뽀득 씻겼다.

그러면서 이야기했다.

아무리 급해도 밖에서 바지를 내리면 안된다는것.

똥이마려우면 일단 급하다는 말을 여러번 해야한다는것.

배가 조금이라도 꾸루룩 거리면 꼭 이야기 해야한다는것.


 아이는  "화장실 꼭 가야 해요  . 남자 화장실 가야해요"

여러번  되뇌이며 말했다.

그리고 나는

동시에 또일어날수도 있는일이라고도 미리 마음의 단도리를 했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길....

나무 밑에 싸질러진 똥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다른길로 갈까...?

어차피 치우러 가야하는데.....


허허허 ..............


아니다. 마주하자!!! 똥을 마주하자!!!


ㅋㅋㅋㅋ 다시 마주한 똥은 참으로

자연과 잘어우러져(?) 잘 보이지 않았다....

(역시 거름인가요....땅에 바로 잘 어우려져...흡수가...)

이와중....오히려 충격적이지 않은 모습이라

하느님 감사합니다가 여러번 절로 나왔다 ^^


아이를 데려다주고

근처 편의점에서 위생 비닐봉투를 구매해서


사건 현장으로 갔다.


"똥을 치우자..."


쭈구르리고 앉아서 주섬주섬 똥수거를 시작했다.

다시 한번 옛날의 나였다면

눈물의 똥수거였겠지만....


지금의 나는 웃으면서 똥수거를 했다.


끝까지 웃는자가 일류라고 했던가 . 그럼 나는 일류다.


자기연민에 빠지지않았다. 이 바탕에는


나보다 아이의 감정을 더 생각했고.

일어날수 있는 일이며

똥수거는 아무나 경험할수 없는 것이고.

치우면서 웃는 나는...

일류라는 사실이다.


그 덕분에 이런 글도 쓸수 있고 말이다.


자폐스펙트럼은 사라지지 않는 내 아이의 특성이다.

이것을 이해하고 알아가고 경험해가는 과정이다.

똑같은 현실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천국과 지옥이 된다.


나는 천국에 산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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