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あなたのともや(아나타노토모야)
룸으로 들어온 유정은 일본 여관의 특유의 고즈넉함과 이국적인 풍경에 놀란다.
“와.. 이제 일본 온 거 진짜 실감 나네!”
유정은 곱게 걸려있는 유카타를 얼른 입어보고 거울 앞에서 사진을 찍어본다.
“오호~~ 괜찮은데? 이제 즐기기만 하자! "
들뜬마음의 유정은 유카타를 입고 호텔 여기저기를 구경 다닌다.
삿포로의 '아나타노토모노야'는 깔끔한 내부와 고즈넉한 풍경, 온천으로도 현지인들에게 유명한 곳이다. 가끔 한국인 관광객이 sns를 보고 찾아오기도 한다.
호텔 안의 기프트 샾에서 구경하다가 유정이 예쁜 팔찌를 발견한다.
“오.. 예뻐… 예뻐..”
해와 달모양이 반으로 쪼개어 포개면 하나가 되는 특이한 팔찌였다.
재욱은 그 앞을 지나다 유정을 발견한다.
유카타를 입은 모습이 제법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재욱이었다.
'기분 좋아졌나보네..'
유정은 호텔의 이곳저곳을 구경 다녔다. 로비에는 유정이 모르는 일본어가 적혀있는 책들이 가득 있었고
아담한 테이블이 여러 개 있었으며 조용히 책을 보며 차를 마시는 손님들이 있기도 했다.
한참을 그 풍경을 바라보다 유정은 로비 한켠 벽에 걸려져있는 시계를 올려다 봤다.
꼬르륵...
유정의 배에서 배꼽시계가 울렸다.
'아.. 배고파.. 저녁밥은 레스토랑에서 먹는게 좋겠지?'
레스토랑의 오픈시간을 확인한 유정은 서슴치 않고 들어갔다.
직원이 안내해 주는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진다.
“오…전부다 일본어야… 흠… 그림도.. 없네.. 뭘 먹어야 되는 거야..”
한참을 주문을 못하고 메뉴판만 보고 있자, 직원이 눈치를 채고 다른 직원에게 재욱을 불러주길 청했다.
프론트에서 한참 바쁘게 일을 하고있던 재욱의 앞으로 일본인 직원 유우야 씨가 다가왔다.
"재욱! 레스토랑에서 손님이 주문을 못하고 있는 모양이던데."
유우야씨는 재욱에게 레스토랑으로 가라는 손짓을 했다.
"아~ 이쪽도 바쁜데~오늘따라 단체 손님이.."
그러자 요시씨가 재욱에게 먼저 말을 던졌다.
"괜찮으니까 재욱 가봐~ 한국인 손님 말하는 것같은데?"
재욱은 이내 뭔가 생각 났다는 듯 눈이 번쩍 였다.
"아..그 여자.."
"괜찮아~ 어서 가보라구"
재욱은 요시에게 미안하다는 손모양을 하고는 유우야씨의 뒤를 따라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레스토랑으로 들어서자 저 끝의 테이블에 앉아 메뉴를 한참 보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멀뚱멀뚱한 얼굴을 하고있는 그 여자가.. 유정이 있었다.
"흠. 손이 많이 가는 여자네"
이윽고 재욱이 유정이 있는 테이블로 왔다.
“손님 뭐 도와드릴까요?”
유정은 놀란 눈으로 재욱을 올려다봤다.
“어! 아까 그 한국분이시네!"
유정은 재욱을 보고 열심히 돈 벌기 위해 일하는 측은한 한국인 취업자?
정도로 생각을 했다. 그리고는 소리 낮춰 말했다.
"되게 열심히 사시네요..? 여기 레스토랑에서도 일하시는 거예요?”
재욱은 그런 유정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웃으면서 말했다.
“흠… 가끔요? 메뉴판 보고 한참 헤매고 있는 한국사람이 있으면?”
다시금 놀리는 듯한 재욱을 보고 유정은 포기했다는 표정으로
“아~ 네네~ 안 그래도 한참 헤매고 있었네요. 길도 헤매고 메뉴도 헤매고~ 사람 놀리는 게 취미?”
재욱이 하..하고 한숨을 지었다.
"저도 제 할일 미루고 도우러 왔거든요. 여기."
"안 도와줘도 되는데?"
유정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헛..진짜?? 저 가요?"
재욱이 심통스런 표정으로 되받아쳤다.
"아..아니 사실 하나도 모르겠어요..힝.."
유정은 다시금 울먹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재욱은 그런 유정이 웃기다는 듯 내려 보았다.
그리고 다시 목소리를 음음 하고 가다듬고 말했다
"놀리는 재미가 좀 있네(웃음)"
"뭐! 뭐요?!"
아랑곳 하지않고 재욱은 말을 이어나갔다.
"음.. 석식은 코스로 주문하시면 골고루 드실 수 있으세요. 여기, 화로 와규 코스.. 아니면.. 회 코스..아님 스키야키..”
재욱은 그녀가 전혀 모르는 일본어가 가득한 메뉴판의 글자들을 집어가며 최대한 천천히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배가 고팠던 유정은 그의 말을 유심히 듣고 일단 주문부터 얼른 해치우고 싶었다.
“일단… 일본술! 그 뭐죠? 정종? 저 한 번도 안 먹어봤거든요. "
“아.. 네. 술부터?.. 아 그럼.. 같이 식사하기에는 이게 좋으실 거예요”
유정은 이내 얼굴 표정이 밝아지고
“네~ 그걸루 요. 뭐든지 지금은 뭐든 다 들어갈 것 같아요 (웃음)”
재욱은 유정을 보고 또 한 번 웃음이 터질 것 같다가 간신히 참았다.
“되게 단순하네. (웃음)”
재욱은 메뉴판을 들고 가서 일본직원에게 부탁했다.
“오아이상~ 메뉴는.. 이걸로.. 아.. 그리고 술은 제일 약한 도수로 주세요”
“아~알았어요 욱~ 혹시 아는 사람이야?”
아오이 씨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재욱에게 물었다.
“아~뇨? 아직?”
“아직??이라니?”
“네~ 아직.. 아는사람은 아니고 알고 싶은 사람?”
“에~~ 뭐야~~알고싶은 사람이라니~~~”
재욱은 그렇게 말했지만 뭔가모르게 느끼한 멘트였다 싶은생각이 들어 이내 낮부끄러워졌다.
유정을 한번 보니 자신도 모르게 흐뭇한 표정이 지어졌다.
곧이어 유정의 앞에 화려하고 맛있어 보이는 저녁상이 차려졌다.
먹음직스러운 스끼야끼위에 금방이라도 깨질 듯한 반숙 계란이 수줍은 듯 올려져있고
아기자기한 작은 종지 위에 정갈한 반찬들이 가지런히 놓여져 있었다.
디저트로 보이는 노오란 바나나 푸딩이 투명 유리그릇에 귀엽게 놓여져 있는 걸 보고는
금새 표정이 환해 졌다.
"와~ 미쳤다... 앗! 인증샷!!"
유정이 주문한 정종도 놓여져 있었는데 그 아래 흰색 메모지도 함께였다.
'후회 안할 거랬죠? 행복한 저녁되세요 -재욱
추신- 말이 안통할땐 PAPAGo 라도 쓰시길'
"오~ 센스... 쫌 친절하시네....하고 감동 먹을뻔..
이씨... 누가 파파고 모르냐고..에잇!"
하지만 유정은 재욱의 메모에 왠지 모른 미소가 지어졌다.
'...뭐...후회안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