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사이에 낀 그대에게

연례행사 VS 충전의 시간_ep.03

by 하루담

금요일 아침,

나는 여느 때처럼 커피 한 잔을 들고 메일함을 확인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우리 부서 막내 팀원이 전날 보내둔 휴가원 결재 메일이 눈에 띄었다.


‘휴가유형 : 반반차’...???


처음에는 단순히 오타라고 믿고 싶었지만 그래도 확인이 필요했다.


“반반차가 뭐야? 반반치킨도 아니고…”

내가 생각해도 싸늘한 멘트였다.

하지만 이내 해맑게 설명해 주는 막내팀원.

‘반반차’라는 용어 자체가 주는 신선함도 있었지만 동시에 머릿속에 혼란이 일었다.

내 몸은 아직 출근하자마자 인데 마음은 벌써 2시간 일찍 퇴근하는 이 친구들의 휴가문서를

아무 생각 없이 결재했을 경우 나는 또 내 상사를 어떻게 이해시켜야 하는 걸까.


“시대가 변했으니 제발 인정할 건 하세요!!”

라고 속으로는 외치고 있지만, 현실은 또다시 비굴한 미소로 돌아가는 나 자신이 씁쓸하다.




[사진=LUM3 N]


#예상은 현실로


막내 팀원의 ‘반반차’ 사례는 빠르게 팀 내에 공유되었고 나의 상사는 이 상황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휴가를 그렇게 잘게 쪼개서 쓰는 게 맞아?

라는 싸늘한 답변과 동시 부서 기강을 거론하며 팀원 관리의 주의를 나에게 당부하였다.


한편에서는 못마땅한 한숨이 또 다른 한편에서는

”정당한 휴가 권리를 왜 이해 못 하는지”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낸다. 결국 두 세대 간의 대립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시대가 변한 것은 인정하지만, 이 대립의 한가운데 서 있는 중간관리자의 고충은 여전하다.



#한 손은 과거, 또 다른 한 손은 미래


나는 이 모순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윗상사의 지적을 받아들이면서도, 막내 팀원의 반반차 휴가 신청서에 결재를 하는 이 미묘한 순간.

생각해 보면 이것도 시대의 변화 중 하나일 뿐이다. 과거에는 휴가가 연례행사처럼 느껴졌지만,

지금의 MZ세대 팀원들은 워라밸을 중시하며 휴가를 ‘충전의 시간’으로 여긴다.

결국 이 변화에 적응하며 세대 간의 간격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중간세대들의 몫으로 남은 듯하다.


나도 언젠가는 ‘반반차’의 혜택을 누릴 날이 오리라 기대하면서, 오늘도 두 세대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균형 잡기 묘기를 하는 중간세대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