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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보고 있나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

by 하루하늘HaruHaneul

아직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 이유불문하고 가장 멀다는 이유로 가고 싶었던 곳. 가야 할 곳을 꿈꾸다 만난 작가들. ' 우리는 눈으로 보지만 느끼지는 않는다'의 한 구절을 만난 페소아를 따라가다 주제 사라마구를 만났다. 그리고 깊이 빠져들어 포르투갈을 그리워하게 된다.


사라마구의 책 들. 그중에 한 권, '눈먼 자들의 도시'에 대한 이야기다. '몽매함에 대한 실험'(Ensaio sobre a Cegueira)쯤이라 생각해도 되려나. 눈을 뜨고 보고 있어도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작가의 상상력을 빌어 인간 내면을 시각화한다.


운전을 하다가 신호를 기다리는 사이 실명한다. 눈을 뜨고 있는데 세상이 보이지 않는다. 그것도 아주 하얗고 뿌옇게. 첫 등장인물이 실명을 하고 이어서 그와 마주친 사람들이 모두 실명을 한다.


등장인물의 이름은 없다. 온갖 상황이 펼쳐지는 대화에 따옴표도 없다. 집중하지 않으면 글의 흐름을 놓친다. 운전을 하다 실명한 첫 번째 사람 그리고 그의 차를 운전해서 그를 집에 데려다준 사람, 처음 실명한 사람의 아내, 실명한 남편을 데려간 병원의 안과 의사, 간호사, 안과에 있던 진료를 기다리던 환자들. 한쪽 눈에 검은 안대를 댄 노인, 사팔뜨기로 보이는 어린 남자애와 검은 색안경을 쓴 여자, 겉으로는 별 특징이 없는 두 사람. 이들 모두가 첫 번째 시력을 읽은 사람과 마주치게 되어 실명을 하게 된다. 이 실명은 국가에서 전염병으로 분류하고 이 모두를 정신병원으로 쓰던 낡은 건물에 감금하고 보호라 말한다. 부지불식간에 한 곳에 모이게 된 평범한 등장인물들이 제한된 공간과 눈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벌이는 사투를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우리가 실명 상태라고 부르는 것은 존재와 사물의 외양을 덮고 있는 어떤 것일 뿐 그 검은 베일 뒤에는 모든 것이 말짱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그가 지금 빠져든 백색의 상태는 너무 환하고 너무 전면적이어서 색깔만이 아니라 사물과 존재 자체를 흡수해 버렸다. 아니, 삼켜 버렸다. 그래서 훨씬 더 안 보였다.”



"왜 하필이면 나일까?"



눈으로 들어온 시각정보가 시신경을 통해 뇌에 닿고 사람은 판단을 한다. 눈으로 받아들이는 정보, 아름다움과 추함을 구별하고 맛있는 음식과 그렇지 못한 것을 구별하고 인종의 다름을 인식하고 잘 차려입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구별하고 지위를 구별하고 직위를 알아차린다.


눈에 보이고 판단하는 이 모든 것들이 진짜일까? 아니 그 변별력이 맞는 것일까? 우리가 보고 있는 실체를 우리는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을까? 그 실체가 사실일까에 대한 끝없는 질문을 다 무너뜨리는 뒷모습. 인간의 진짜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가 만들어 놓고 이름을 부르는 그 실체들이 발가 벗겨지는 그곳 눈먼 사람들의 수용소.


눈을 뜨고도 보지 못하는 인간에게 눈앞이 하얘지는 백색실명이라는 상황을 던져주고 그 혼란과 혼동에 독자를 끌어들인다. 이름 없는 사람들, 수용소에 갇혀 눈먼 짐승들에 가까워지는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 생존을 위한 식량투쟁과 넘쳐나는 배설물과 함께 존재의 위엄을 잃어가게 되는 불결함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본능의 세계, 권력투쟁의 의지와 폭력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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