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에필로그

by 글로리아
Gloria


에필로그


사진은 7~8년 동안 찍은 것 같다.
그동안의 삶의 굴곡 탓인지 수천 장에 달하는 사진들을 보관하지 못한 게 아쉽다.
사진과 함께 썼던 글도 잘 기억이 나지 않아서 비슷하게 써보려고 그때의 감상을 떠올려
보았지만 역부족인 것 같다.
사진과 글들을 어떻게든 묶어보려고 이리저리 끼워 맞춘 게 억지스럽다.
덕분에 옛날 일기장들도 들추어 보게 되었고 그때의 치기 어린 내 모습도 돌아보게 되었다.
예전에 비해 나의 생활 영역이 참 제한적이라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
손바닥만 한 우물 안에서 종종거렸던 내 모습, 점점 편협해진 사고방식......
알면서도 그 영역을 넓히려는 노력도, 용기도 없었던 것이 부끄럽다.
세월이 지나면 더욱 초라해질 나의 사진과 글들이지만 내 삶의 자취인걸 어쩌랴.
하하 그땐 그랬었구나. 웃어넘길 여유와 넓이를 가진 사람으로 나이 들어 있기를 바랄
뿐이다.




2008. 10. 05.




지난날의 원고를 다시 꺼내보는 것만큼 부끄러운 것은 없을 겁니다.


깨어진 사진은 버리고, 대체할 사진을 찾고, 당시 유행했던 말줄임표를 줄였습니다. 이 사진 에세이는 연재할 글이 없을 때 업로드할 예비 총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절의 글로리아와 현재의 글로리아의 세계관의 충돌은 혼자만 느끼는 혼란이었을까요?


고민 끝에 과거의 원고를 하나의 브런치북으로 묶기로 했습니다.


믿는 구석 없이 마감이라는 낭떠러지에 서보고 싶습니다. 시간에 쫓기고 소재를 찾아 헤매고, 글이 풀리지 않는 날에는 줄담배를 피우게 될지도 모르지만, 괜찮습니다.


웃어넘길 여유와 넓이를 가진 멧집 있는 사람이 되었으니까요.




2025.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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