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성태의 시네마틱 Jun 14. 2018

"손석희 협박" 변희재 구속에 "낙심말라"는 김진태

미디어워치 변희재 대표 구속을 환영하는 이유


▲  최순실씨의 태블릿PC 관련 보도가 조작됐다고 주장해온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고문이 29일 오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등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변 고문은 30일 새벽 구속됐다.

ⓒ 연합뉴스


"변희재가 이 글을 보지 못하고 들어갔을 것이다. 그 안에서도 낙심하지 말고 건강을 챙기기 바란다. 진실은 언젠가 드러날 것이므로."


무언가 굉장히 절절하다. 마치 가련한 동료가 정당한 활동을 벌였음에도 인신구속에 처한 안타까움을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30일 "변희재가 구속됐다"며 "그동안 걸어온 길이 서로 달랐지만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는 소감을 본인의 페이스북에 남긴 이는 '공안검사' 출신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도리어, 참으로 안타깝다. 과연 김 의원은 공안검사 시절 본인이 잡아들인 공안 사범들에 대해 위와 같은 절절한 안타까움을 표시한 적이 있었을까.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검찰 출신이란 게 부끄럽다"고 적었다.


과연 그럴까. 부끄러운 것은, 아니 분노해야 할 이들은 국민들이다. '친박'이자 '박근혜 탄핵'과 구속에 적극 반대하고 촛불을 비난하며 '극우' 성향을 마음껏 표출해 온 변희재와 김진태 의원과 같은 이들로 인해 극심한 사회적 피로감에 시달린 국민들 말이다. 김 의원의 이 한탄에 가까운 글은 그러나 번지수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돼 보인다.   


"검찰·법원에 양심이란 없다", 김진태의 양심 고백?  


"최순실 태블릿이 조작됐다고 주장했다는 게 죄목이다. 이런 식으로 할 거 같으면 천안함이 북한소행 아니라고 주장한 사람, 유경식당 종업원들이 납치됐다고 주장한 사람 다 구속해야 한다. 더구나 태블릿은 아직 진실을 밝혀가는 과정이다. 진실을 감추고 싶은 자들이 이런 짓을 한다. 비판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다."

"검찰, 법원에 양심이란 없다. 오직 정권 코드맞추기만 존재한다. 대검자료에 의하면 명예훼손사범 중 구속된 사람은 0.08%라고 한다. 0.08%에 들어가는 '미운놈'이 된거다. 내가 이런 검찰출신이란 게 부끄럽다."


▲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28일 오전 열린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김 의원이 부끄러운 이유란다. 다소 이례적으로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까지 이르게 된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고문의 구속이 "진실을 감추고 싶은 자"들이 "비판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란다. 그러면서 "검찰 법원에 양심이란 없"고, "오직 정권 코드 맞추기만 존재한다"고 적었다.



말 한 번 참 잘했다. 그 '양심 없는 법원'의 박근혜 정권 코드 맞추기 행적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와중에 나온 '공안검사' 출신 국회의원의 '양심고백'이라 봐도 될까. 미안하지만, 지속적으로 '가짜뉴스'를 퍼트려온, 게다가 국정원의 지원까지 받았던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된 변 대표고문의 구속이야말로 '정의'의 실현이라는 세간의 중평을, 김 의원이 귀담아 들었을 리 만무하다. 그래서 30일 트위터 상의 몇몇 반응을 친절하게 소개해 드리는 바다.


"대표적인 가짜뉴스 메이커가 구속됐다. 가짜뉴스가 발본색원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악의적 가짜뉴스가 '아니땐 굴뚝에 연기를 내는' 시대. 포자처럼 바람타고 날아가 사회 곳곳 깊숙이 퍼지고 자리를 잡으면 곰팡이처럼 번집니다. 변희재씨 구속은 당연하며 가짜뉴스는 지속적 발본색원 하여 주동자와 유포자 모두 엄단해야 재발과 피해를 줄입니다." (김빈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 대변인)

"사필귀정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


과거 손석희 사장에 "살해 위험" 경고했던 변희재의 이력


가짜뉴스의 폐해를 재차 거론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아무리 미 오바마 대통령이 뉴욕타임즈나 CNN, NBC까지 거론하는 '가짜뉴스의 시대'라지만, 애꿎은 '표현의 자유' 운운하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세력에게 자비를 베풀 필요는 없단 얘기다. 구속 하루 전 성명서를 발표한 변 대표고문이 딱 그런 짝이다.


"당신이 스스로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진실을 덮으려는 세력에 의해 살해당할 위험이 있다."


변 대표고문은 과거 자신이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에게 가한 협박에 대해 "손석희 사장에게 하루빨리 토론에 응하라는 취지의 강력한 메시지였지, 본인이 직접 손석희 사장의 신변을 위협하겠다는 발언은 전혀 아니었다"며 "그러나 너무 과도한 표현이 이뤄진 데 대해서는, 본인의 잘못을 인정한다. 이 발언에 대해서 손석희 사장과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전형적인 사후약방문과 같은 변명이다. 태극기 세력을, 국정원을 등에 업고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JTBC 사옥 앞에서 집회를 벌였던 그 기세는 어디로 갔을까. 변 대표고문은 또 "본인은 검찰 측에 먼저 신속한 수사를 요청해왔다"거나 "JTBC 측에서도 관련 아무런 정정요청도 하지 않았었고, JTBC 측이 본인이 정정요청을 한 JTBC 측의 본인에 대한 허위보도에 대해서도 정정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얼토당토 않은 이유를 들었다.


정정보도 요청을 하지 않았기에 "살해 당할 위험" 운운하며 지속적으로 가짜뉴스를 퍼트렸다? 전형적인 가해자의 논리일 수 있다. 그간 변 대표고문은 태블릿 PC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것을 넘어 형편없는 실력의 논문 검증 등 지속적으로 진보인사 죽이기를 단행해 왔으며, 박근혜 탄핵 국면으로 접어들며 태극기 집회에 적극 결합했던 인사이기도 하다.


'일베와의 콜라보'는 물론 어버이연합 등, 전경련과 국정원 등에 동원됐다는 정황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극우단체와의 협력 역시 적극적이었다. 그가 속한 미디어워치는 가짜뉴스의 진원지이자 극우의 스피커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서울중앙지법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 훼손) 등 혐의"로 구속영장 발부하고 그 이유로 "범죄행위가 중대하고 반성의 기미 없어 도주 및 증거 인멸을 우려"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 역시 이러한 변 대표의 그간 행위가 심각한 사회적 피로감을 넘어 사회적인 해악을 끼쳤음을 간과하지 않은 것이리라. 이재명 후보의 말마따나, 사필귀정이라 할 수 있다.


하나 더, 변 대표고문의 구속은 지난 9년간 관제데모로 밝혀진 극우집회와 가짜뉴스 살포의 심각성을 사회 전체에 알리는 경종의 의미를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김진태 의원과 같은 공안검사 출신 극우 정치인이 안타까운 동료애를 표할 여지가 없단 얘기다.


다시 한 번, 변희재 대표고문의 구속 결정을 환영하는 바다. 향후 재판 결과 역시 주의 깊게 지켜볼 작정이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사회를 좀먹는 범죄를 저질렀던 자들에 대한 단죄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 않은가.


작가의 이전글 문재인 쇼? 김칫국 외교? 가만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