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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성태의 시네마틱 Jun 14. 2018

윤서인 고소 ‘조두순 사건’ 피해자 가족을 응원한다

 


▲ <이미지출처=MBC '뉴스데스크' 방송 캡쳐>


“이런 사람이 공적인 매체를 통해 만화를 그린다는 것은 우리사회에서 용납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일이라고 생각하고, 윤서인을 반드시 처벌하고 더 이상 공식적인 언론사를 통해 만화를 그릴 수 없도록 조치를 취해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2월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 가족을 우롱하는 윤서인을 처벌해주십시오’란 제목의 청원 내용 중 일부다. 만화가 윤서인이 관련 만화를 미디어펜에 올린 당일이었다. 이 청원자는 “윤서인이라는 만화가가 조두순 사건을 인용하여 정치상황을 풍자하는 만화를 그렸다”며 “아무리 정치 성향이 다르고, 생각이 달라도 이것은 도를 넘은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는 지금도 조두순이 출소하여 찾아오는 것을 무서워하고 있는데 그런 공포를 느끼고 있을 피해자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피해자의 아버지가 조두순을 직접 집으로 초대하여 피해자에게 직접 인사를 시키는 장면을 만화로 그릴 수 있다는 것은 기본적인 상식을 벗어난 것을 넘어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람인 듯 합니다. 또한 이는 피해자의 인권을 유린하고 피해자 가족의 명예를 훼손하는 범죄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이 청원은 최종 242,687명의 동의를 얻었다. 잘 알려지다시피, 20만은 청와대가 관련 청원 내용에 대해 직접 답변을 하기로 약속한 수치다. 개별 만화가, 웹툰 작가를 향한 청원 치고는 놀라운 숫자가 아닐 수 없었다. 지난 3월 초 청와대 김형연 법무비서관은 ‘청와대 라이브’에 출연, 관련 청원에 대해 다음과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청와대도 어찌 못하는 윤서인, 결국 피해자가 나섰다

“먼저 이 웹툰이 게재된 곳은 ‘미디어펜’이라는 언론사입니다. 어떤 만화가를 섭외하고 어떤 내용의 만평을 게재하느냐는 언론의 자유의 영역입니다. 또 만화가가 어떤 내용의 만평을 그리냐는 예술의 자유 영역이기도 합니다. 언론과 예술의 자유를 포함해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말씀드렸듯 헌법은 ‘언론, 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법, 정보통신망법 등에서 처벌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에 만화가는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습니다. 청와대는 개별 사건에 대해 수사 지휘나 지시를 하지 않습니다. 명예훼손죄나 모욕죄는 반의사불벌죄 또는 친고죄로 피해자의 고소나 처벌 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즉 피해자 의사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해당 만평에 대한 별도의 대응은 아직 없습니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정보도나 해당 보도 삭제,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한데 역시 피해자가 나서야 합니다.”

그래서 결국, 피해자가 나섰다. 지난 1일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에 따르면,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와 가족들은 5월 31일, 만화가 윤서인과 인터넷 신문사 미디어펜에 대하여 정보통신망법에 의한 명예훼손, 모욕죄로 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같은 날 손해배상청구 민사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접수했다. 두 단체는 “성폭력 피해자가 느끼는 두려움을 희화화하고,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명예를 훼손한 만화가 윤서인에 대한 수사재판기관의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바”라고 밝히며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윤서인은 해당 한컷만화가 ‘(김영철을) 국민들에게 가장 보편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악인으로 비유해 국민적 경각심을 일으키고자 그린 만화’였다고 주장한다. 천안함 사건을 성폭력에 빗대어서 성폭력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을 조롱하는 표현으로 ‘오히려 그를 대접하고 옹호하는 분위기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실존하는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에 대한 명백한 모욕이다. 사회적 약자를 희화화하고 조롱하는 표현은 사회비판이 아니라 폭력일 뿐이다.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과 성폭력 피해자를 희화화하는 표현은 낯설지 않다. 성폭력 피해자가 고발한 내용을 홍보 문구로 패러디하는 기업 광고부터 ‘이러다 미투(#MeToo) 당하는 거 아냐?’라며 성폭력 말하기를 농담으로 소비하는 남성들까지, 성폭력을 가볍게 여기고 성폭력 피해자를 타자화하는 현상이 만연하다.

윤서인은 해당 한컷만화를 통해 조두순 사건과 같은 대표적인 아동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도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으로 희화화할 수 있다고 과시한다. 이를 용인한다면 성폭력에 대한 악의적인 공격에 불을 붙이고 성폭력 피해자의 말하기를 위축시킬 우려가 매우 크다. 따라서 해당 한컷만화는 윤서인 개인의 일탈을 넘어서 그동안 공고하게 이어져 온 ‘강간 문화’에 대한 경종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박근혜 시대의 부산물 윤서인, 고 백남기 유족으로도 피소

불쾌하기 짝이 없는, 패륜과 반인권에 가까운 개인적 관점을 ‘표현의 자유’로 뭉개려는 윤서인의 만화 내용을 구구절절이 설명할 생각은 없다. 앞서 강력하게 비판 여론이 일자 윤서인은 “피해자의 심정을 충분히 살피지 못한 점 인정하고 죄송한 마음입니다”라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과를 했다. 당시 그는 “천안함 유족” 운운하며 얼토당토않은 장문의 글을 게재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전이나 그 후 모두 문제적이긴 마찬가지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가 지적한 대로, 윤서인은 ‘법의 테두리 내에서는 누구나 마음껏 표현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나라에는 이미 표현의 자유는 없다’라고 말하며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성명서 내용처럼 “해당 한컷만화는 지금도 캡쳐본으로 온라인상에 유포되고 있다. 이에 피해자 가족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분노하고 있”는 것도 여전하다.

더욱이 윤서인은 세월호 피해자들과 유족들은 물론 고 장자연과 고 최진실 씨 등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 타자는 물론 고인들을 주로 희화화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주장에 이용해 왔다. 소셜미디어 상에서 윤서인 스스로 일으킨 논란도 수없이 지적돼 왔다.

표현의 자유는커녕 비방을 넘어 조롱과 모욕 일색인 만화와 글로 자신의 몸값을 올려왔다. 그게 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 벌어진 일이다. 조두순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피해를 입힌 윤서인의 만화 역시 박근혜 정부가 적극 키운 미디어펜이란 극우 매체에 게재됐다. 윤서인이라는 이름은 결국 박근혜 정부가, 극우 정부가 낳은 또 하나의 사회적 피로감을 높이는 부산물일 뿐이다.

더불어, 윤서인의 피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고(故) 백남기씨 유족은 윤서인과 MBC 김세의 기자, 장기정 자유청년연합대표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지난 1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홍승욱)가 이들을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서도 윤서인은 지난 1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난 아무 잘못이 없다”며 “대한민국은 아직까지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글을 올린 바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는 “피해자 가족과 함께 단호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다”라고 했다. 적극 응원하는 바다. 또한 수사재판기관에 대해 “성폭력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명예를 훼손하고 성폭력 2차 피해를 유발하는 표현행위를 엄정하게 수사하고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꼭 그리 이뤄지길 바란다. 그리하여 ‘표현의 자유’를 방패삼아 패륜적인 텍스트로 밥벌이를 하는 이들이 이 땅에서 퇴출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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