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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성태의 시네마틱 Mar 22. 2019

승리 사건에 YG 주가 걱정한 언론, 진짜 피해자는?

변명으로 사태 키운 양현석 대표의 책임도 물어야

"성매매를 시도하고 성관계를 불법촬영하여 그룹 채팅방에서 공유하며 성범죄와 마약 이야기를 나눈다. 완벽하고 천사 같은 K-POP 스타들이 이렇게 어두운 면이 있었다고 하는 것을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팬들은 그들을 마치 우상처럼 섬겼는데 우상 같았던 그들은 한 명씩 무너지고 있다."

지난 15일자 이탈리아 유력 언론 <라 레푸블리카>가 전한 '승리와 버닝썬 게이트' 관련 소식이라고 한다. 20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한 국제문제 평론가 임상훈은 위와 같이 해당 사건에 대한 혹독한 외신 반응을 전했다. 위 기사 제목은 '성, 마약과 부패, K-POP 스타들의 추락'이었다. 그러면서 임 평론가는 보도를 인용 "이번 사건으로 해서 아시아를 넘어서 서양에도 인기를 끌기 시작했던 한국 음악산업에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지난 15일 "성실하고 단정해 보이는 K-POP 스타의 이면에 이런 어두운 면이 있었다"고 보도했다는 독일 <도이치벨레>처럼 이번 '버닝썬 사건'과 승리 사건을 전하는 언론들은 심각한 성범죄를 되짚는 동시에 K-POP 산업 전반과 전체 이미지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건 초기 주요 외신들 보도도 마찬가지였다.
   


▲성접대 의혹과 관련, 가수 승리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 이정민

 
YG엔터테인먼트를 걱정하는 언론이 한국에도 있었다. 다른 점이라면 이 걱정엔 '주가와 주주'에 집중됐다는 사실. 바로 MBN의 김주하 앵커였다. MBN '김주하의 3월 13일 뉴스초점'에서 김 앵커는 이렇게 전했다.

"'승리 파문'의 애꿎은 피해자는 또 있습니다. 연초 주당 4만 원이 넘던 승리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주가가 뚝 떨어지면서 이틀 동안 주가 폭락으로 증발한 시가총액은 1336억 원. 그뿐만 아니라 SM, JYP 같은 동종업계에까지 덩달아 불똥이 튀면서, 믿고 투자했던 사람들만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았죠."

김주하의 걱정

미안하지만, '빅뱅' 승리는 YG의 오너가 아니다. 그런데도 김주하 앵커는 "호식이두마리치킨, 미스터피자, 교촌치킨, 봉구스밥버거 이들의 공통점을 아십니까"라고 물은 뒤, "오너 한 사람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매출이 뚝 떨어졌던, 그래서 심지어는 가게를 접어야 했던 프랜차이즈들"이라고 소개했다. 앵커 브리핑 형식의 '뉴스초점' 제목은 "'승리가 울린' 애꿎은 피해자들"이었다.

승리 사건을 이른바 '오너 갑질' 기업과의 비교로 시작한 김주하 앵커의 걱정은 승리가 대표이사였던 일본식 라멘집 사업으로 옮겨갔다. YG의 주가 폭락에 앞서 '승리 대표'의 "성폭력, 마약, 성접대 논란"으로 인해 "'버닝썬 사태 이후 매출이 반 토막이 났다"는 하소연이 들린다는 내용이었다.
   


▲2019년 3월 13일 방송된 MBN <김주하의 뉴스8> 방송 중 한 장면.ⓒ MBN

 
이러한 김 앵커의 '경제 관념'에 입각한 시선에 관해 비판도 나온다. 승리와 정준영에 의한 성범죄 피해자들보다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선인 듯한 뉘앙스로 비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 앵커는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이왕이면 한류스타의 좋은 이미지가 매출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창업을 결심한 부분"도 있고, "승리 본인도 그런 이미지를 본인 사업에 활용한 것"이라고 꼬집긴 한다. 허나 여기서 언급된 피해자는 라멘 가게 가맹점주들, YG의 주주들이다. 여기서 김 앵커는 한 발 더 나아간다. '연예인들의 일탈'이란 표현도 표현이거니와, 연예인이 공인이라는 이론의 여지가 다분한 주장과 함께였다.

"만인을 울리기도, 웃기기도, 감동을 주기도 하는 연예인은 '공인'입니다. '나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지켜야 할 도덕적 책무가 있습니다. 세계적인 한류스타라면 더더욱 그렇죠. 그동안 연예인들의 일탈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그러면 죄는 사라지고, 다시 매체에 등장해 보란 듯이 그 존재를 자랑했었습니다. 그런 시간, 애꿎은 피해자들은 '암흑의 시간'을 보냈지요."

안타깝다. 승리의 이미지를 오판한 가맹점주보다, YG의 주주들보다 더 직접적인 고통을 겪었을 성범죄 피해자들은 왜 거론하지 않는가. 바로 버닝썬 사건과 불법촬영 영상으로 인해 '암흑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성범죄 피해자들 말이다. 하지만 김 앵커가 '뉴스초점' 코너를 통해 이들 피해자들의 아픔을 우려하고 그들의 상처를 걱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뉴스초점'에서 김 앵커는 '승리 대표'의 문제를 이렇게 질타했다.

"그렇다면 문제가 생겼을 때도 그 위치에서 책임을 져야 하는데, 사건이 터지자 승리는 사내이사직에서 사퇴했다는 말 한마디로 사태를 무마하려고 했습니다. 본인 때문에 애꿎은 피해를 봐야 하는 가맹점주에 대한 책임이나 보상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죠."

그렇다면 김 앵커가 언급한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대표는 문제에 관해 어떤 책임을 지고 있는가. 김 앵커가 YG를 걱정했던 13일 당일, YG 측에서는 같은 날 '승리의 은퇴 선언'에 뒤이어 "YG는 승리의 요청을 수용하여 전속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습니다"라는 입장을 발표했을 뿐이다. '버닝썬 게이트'로 불이 옮겨붙기 직전, 정준영 사건이 불거진 직후였다.

김 앵커의 말을 빌리자면, YG와 양 대표를 두고 '승리가 은퇴한다는 말 한마디로 사태를 무마하려고 했다'는 비난이 일었다. 이에 앞서 양 대표가 실질적 대표로 알려진 승리의 '홍대 클럽'의 탈세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20일 국세청이 YG엔터테인먼트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 YG 세무 조사 돌입하다

"국세청은 YG엔터테인먼트 사옥과 양현석 대표의 집, 홍대 앞 클럽 '러브시그널' 등에 60명 이상의 인원을 투입해 관련 자료 확보에 나섰습니다. 승리씨 소유로 알려진 클럽 '러브시그널'은 최근 실소유주가 YG 양현석 대표라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해당 클럽은 유흥업소가 아닌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있어 개별소비세를 탈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강남 클럽 버닝썬의 경우도 승리씨와 유인석씨가 만든 유리홀딩스가 투자자로 참여했는데, 승리씨가 벌인 각종 사업들을 실제로는 YG가 총괄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돼 왔습니다. 이번 세무조사는 세무 담당 부서뿐 아니라 공연과 마케팅 등을 담당하는 부서까지 광범위하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국세청, YG엔터테인먼트 전격 세무조사과세당국이 YG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격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이날 서울 마포구 합정동 YG엔터테인먼트 사옥에 조사관을 보내 세무 관련 서류를 확보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YG엔터테인먼트 사옥 모습.ⓒ 연합뉴스

 
21일 KBS 보도다. KBS는 꼭 짚어 "기업들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조사4국을 투입했다"라며 "강남의 한 클럽에서 시작된 연예인 관련 사건들의 한복판에, YG 엔터테인먼트와 양현석 대표가 의혹의 핵심으로 떠올랐습니다"라고 보도했다.

국세청은 YG의 법인세 탈루, 비자금 조성 의혹과 함께 최근 불법 행위에 연루된 연예인들과 소속 회사들의 역외 탈세 여부까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승리로 인해 버닝썬 게이트 여파가 연예계 전체로 광범위하게 확대될 조짐이다.

이쯤 되면, 적어도 최소한 지금까지의 의혹만 놓고 보면 YG 엔터테인먼트와 양 대표는 탈세 및 클럽의 불법 행위 등과 관련해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었다기보다 일종의 동업 관계였거나 방조자였다고도 추정되는 상황이다.

승리는 YG의 대표그룹 '빅뱅'의 이미지를 이용, 사업을 넓혀 나갔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예능 출연을 통해 '위대한 승츠비'란 이미지를 구축했던 것 역시 (방송사를 향한 '갑질'로 유명한) YG의 용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인이 시청한 예능 < YG전자 > 역시 YG가 깊게 관여한 작품이다.

여기서 드는 의구심은 여론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책임자'의 위치에 있는 양현석 대표와 YG는 승리의 다채로운 불법 행위에 어디까지 관여하고 있었나. 또 다른 회사 차원의 불법은 또 얼마나 있었는가. 차후 세무조사를 통해 많은 것이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승리뿐만 아니라 과거 YG와 양현석 대표가 내뱉은 말의 향연들을 돌아보면, 양 대표에게도 큰 책임이 있어 보인다.

YG와 양현석 대표의 해명
   


▲ 국세청, YG엔터테인먼트 세무조사과세당국이 YG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격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이날 서울 마포구 합정동 YG엔터테인먼트 사옥에 조사관을 보내 세무 관련 서류를 확보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YG엔터테인먼트 사옥 모습.ⓒ 연합뉴스

 
"안녕하세요, YG엔터테인먼트입니다. 금일 보도된 승리 기사 관련 입장 전달드립니다. 본인 확인 결과, 해당 기사는 조작된 문자 메시지로 구성되었으며, 사실이 아님을 밝힙니다. 더불어, YG는 유지해 왔던 기조대로 가짜 뉴스를 비롯한 루머 확대 및 재생산 등 일체의 행위에 대해 법적으로 강경 대응할 것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이제는 유명해진 YG의 해명 보도자료 중 하나다. 지난달 26일 승리 성접대 의혹이 불거지자 YG는 '조작된 문자 메시지'란 해명을 내놨고, 단톡방 대화가 사실로 밝혀지자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이후 YG가 내놓는 해명을 믿을 수 없게 됐다는 여론이 대다수였다. 이런 해명은 또 있었다. 양 대표는 '구설수',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라는 표현을 썼다. 

"갑작스러운 구설수는 마치 예고 없이 쏟아지는 맑은 하늘의 소나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1월 31일, 양 대표는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던 '버닝썬 사건'과 관련해 YG 블로그를 통해 입장을 발표했다. '갑작스러운 구설수'라는 표현에서 그치지 않고 양 대표는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라는 옛 속담처럼 사람들 입으로 전해지는 근거 없는 구설수들을 대비하고 조심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아마도 마약 수사를 염두에 둔 해명이었던 걸로 풀이된다. 또한 양 대표는 클럽 의혹에 대해서는 이런 해명을 내놨다.

"승리 클럽에 관한 구설수에 대해서도 처음부터 사실 여부를 빠르게 확인하고 답변드리고 싶었습니다만, 소속가수들의 개인 사업은 YG와 전혀 무관하게 진행되어온 일인지라 YG가 나서서 공식 입장을 발표하기도 참으로 애매한 상황인 데다가, 사실 확인을 하는 데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 어려움이란, 저 역시 해당 클럽에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고 클럽 관련자들이 누군지 전혀 모르는 상황인지라, 해당 사건에 대해 누구에게도 자세히 물어보거나 확인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성접대 의혹과 관련, 가수 승리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하지만 한 달이 지난 후, 승리 명의로 알려진 홍대 클럽의 실소유주가 양 대표와 YG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인 양민석 이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클럽 관련자들이 누군지 전혀 몰랐다"는 양 대표의 한 달 전 해명이 맞다면 무능했거나 방치했던 셈이고, 그게 아니었다면 완전히 거짓말을 한 셈이 된다. 승리 사건을 포함, 이러한 불신의 상황을 만든 것이 누구인가. 또 '조작된 메시지'와 같이 무책임한 말로 변명한 것은 누구였나.

그러거나 말거나, <동아일보>도 21일 "YG엔터테인먼트, 25일간 시총 2437억 증발..세무조사 '설상가상'"과 같은 제목으로 YG를 걱정하는 듯한 기사를 내보냈다. 또 YG는 "향후 아티스트의 개인사업을 통제할 것"이란 소식도 들려온다. 마치 범죄로 인한 피해자들보다 회사 수익을 걱정하는 것 같은 뉘앙스다. 아무리 봐도, 이번 사태를 두고 여러 언론이 지금 걱정하는 것은 오로지 '돈'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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