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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성태의 시네마틱 Mar 25. 2019

"전 악용된 겁니다", 승리가 <그알>에 보낸 문자

버닝썬 관계자들의 언론 인터뷰... 긍정적 현상은 아니다


▲지난 23일 방영된 <그것이 알고싶다>의 한 장면.ⓒ SBS

 
"제가 지금 무슨 말을 할 처지가 아니지만, 이번 일은 범죄로 점화된 범죄라고 생각합니다. 개인 휴대폰 정보를 무단으로 유출 이용하였고 그걸 공익제보라고 포장하여 여론을 동조시키고 무명 변호사가 본인이 권익위에 제보했다라고 인터뷰하고, 권익위는 제보자를 보호하는 곳인데 제보자가 나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이...

그리고 연예부 기자가 SBS 메인뉴스에 출연하여 자료의 출처를 정확하게 밝히지도 않고 본인의 출세를 위해 사실 확인 없이 보도하고. 저희들은 회사에 소속되어 있기에 자유롭게 반론하거나 언론에 대응하거나 아닌 건 아니다 맞는 건 맞다라고 할 수 있는 힘이 없다는 걸 알고 어느 정도 악용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승리는 무엇이 억울한 걸까. 빅뱅 승리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게 보냈다는 문자다. 승리는 실제 인터뷰엔 응하지 않았지만, 연이은 취재 요청에 이러한 문자를 보내왔다고 한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버닝썬 사건'과 승리에게 쏠린 의혹과 범죄 혐의를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느냐에 따라 반응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2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버닝썬 게이트 그 본질을 묻다!' 편은 그렇게 승리를 중심으로 마약과 성폭력, 경찰 유착과 탈세 등 범죄의 온상이라 지목받은 버닝썬을 둘러싼 의혹들을 다각도로 짚었다. 하지만 승리는 같은 날 <조선일보>가 공개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유일한 바람은 수사 진행과 결과가 좀 냉정하게 이뤄졌으면 하는 것뿐이다. 최근에는 거론되는 모든 이슈나 사건을 모아서 YG, 최순실, 빅뱅, 김학의, 황교안 등을 엮어 조직도를 만들어 돌려보고 있더라. 나는 일개 연예인이다. 그분들을 전혀 모른다. 사건 사고가 원체 많은 유흥업소와 관련해 일이 터진 거다.

그런데 정치랑 엮어 완전 다른 프레임을 만드는 걸 보니 너무 무섭더라. 혼란스럽다.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인지…. 솔직히 얘기하면 그렇다. 수사 성실히 받고 있다. 그러니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국민들이 화를 좀 가라앉히고 냉정한 시선에서 판단해주시면 너무나 감사할 것 같다."

본인도 혼란스러울 정도로 방사형처럼 뻗어 나가는 '버닝썬 게이트'. 앞서 SBS는 이미 <8뉴스>의 '정준영 동영상' 보도로 '버닝썬 사태'를 다른 국면으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단독'을 잡은 SBS가 이번 사안에 대해 지나친 보도량을 보이고 있어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를 의식한 듯 예고를 통해 3개월간 350여 건의 제보를 받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버닝썬 게이트, 본질을 묻다'라는 제목 역시 상당히 도발적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다 아는 <그알>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11%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관심을 받은 '버닝썬 게이트, 본질을 묻다' 편은 그러한 세간의 기대에 화답했을까.

   

▲ 승리, 피의자 신분으로성접대 의혹과 관련, 가수 승리가 14일 오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흐려진 본질적 질문
  
"폭행 사건이나 최초 폭행한 VIP, 그리고 YG에 대해 방송 안 된 게 많아서 <그알>에 직접 전화해서 물어보니 2부작도 방영예정이라던데 확정된 건 아닌가 봐요. 아 오늘 방송 너무 답답했어요."

방송 직후, 최초 폭행 피해자인 김상교씨가 본인의 SNS에 댓글 형태로 남긴 글이다. 종종 <그알>이 국정농단 사태와 같이 복잡한 사회 현안을 다룰 때 드러났듯, 자칫 '용두사미'로 받아들여질 구석도 없진 않았다. 김상교씨의 답답함은 더 많은 사안을, 더 깊게 다루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이었을 것이다.

이해가 어려운 건 아니다. 70분도 채 안 되는 방송 분량 안에 마약과 성접대, 경찰 유착, 탈세 의혹까지 번져간 버닝썬 사건을 깊이 있게, 만족스럽게 파헤치기란 아무리 <그알> 제작진이라도 쉽진 않았을 것이다. 물론 <그알>이 다시 정리한, 여러 제보자들을 통해 직접 듣는 '버닝썬 사건'의 실태는 여전히 충격적이긴 마찬가지였지만.

특히나 VIP룸 안에서 이뤄줬다는 성폭행을 직접 목격했다는 여성 제보자 증언은 큰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전 버닝썬 직원조차 "비윤리적"이라 고백한 이 약물을 사용한 성폭행은 호흡 정지까지 일으킬 수 있는 중대하고도 심각한 범죄였다. 게다가 이 제보자가 112로 직접 통화해 신고한 내용은 112가 아닌 119로 이첩되는 수상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러한 범죄가 공공연하게 자행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잘 알려진 대로 강남경찰서와의 유착이었을 터. 제작진을 만난 버닝썬 영업 사장 한씨는 한사코 경찰과의 유착이나 돈 거래 등을 부인했다. 하지만 미성년자 출입 사건 당사자인 심군과 그의 친구는 버닝썬 측에서 조사를 피하는 방법을 일러줬다고 밝혔다. 이미 지난 3월 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사실이었다.

더 수상한 것은 강남경찰서의 반응이었다. 클럽 버닝썬 관련 사건이 경제계로 이첩된 것도 의구심이 들지만, <그알> 제작진의 카메라와 마주한 강남경찰서 관계자들의 격한 반응은 실로 이례적이었다. 이 취재 이후, 강남경찰서는 유착 의혹의 중심에 서게 됐다. 여기까지도 그간 여러 언론 보도를 통해 시청자들이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알> 제작진인 집중한 것은 크게 두 가지였다. '버닝썬의 실소유주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탈세 의혹, 그리고 더 큰 고리인 권력과의 유착으로 이어질 경찰 유착 의혹. 여기서 <그알>이 주목한 인물이 바로 방송 직후 포털 실시간 검색어를 장식한 대만인 VIP '린사모'와 버닝썬과 강남경찰서와의 연결 고리란 혐의를 받다 구속 직전 제작진을 만났다는 전직 형사 강씨였다.

   

▲지난 23일 방영된 <그것이 알고싶다>의 한 장면.ⓒ SBS

 
아직 찾지 못한 결정적 한 방

린사모는 버닝썬 지분을 20% 소유한 외국인 투자자였다. 제작진이 승리와 각별한 친분을 쌓았고, 종종 버닝썬의 VIP로 출현해 엄청난 재력을 자랑했다는 린사모를 추적한 이유는 버닝썬 지분 구조 때문이었다.

이 지분구조야말로 왜 승리나 유리홀딩스 유모 대표가 경찰이나 고위층과 줄을 대려 했는지를 밝히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그알>은 이미 알려진 지분구조 외에 린사모가 중국 폭력조직 삼합회와 관련이 있을 것이란 '추정'을 내놓는 데 그쳤다. 이날 진행자인 김상중은 유독 "추정입니다"라는 멘트를 남발했다.

이 추정은 <그알>이 방대한 '버닝썬 게이트'를 취재하는 데 있어 조심스러웠다는 방증이자 결과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새로운 '팩트'가 적었다는 것으로 '재추정'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그알>은 유리 홀딩스와 승리의 요식업 사업 등을 취재하며 버닝썬이 해외 투자자들의 돈세탁 창구였으리라는 데까지 나아갔다.

현금이 오고 가는 돈세탁, 탈세 의혹은 버닝썬의 지분을 가장 많이 소유한 호텔(전원산업) 측도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이다. <그알>은 버닝썬의 전직, 현직 직원과 여타 클럽 관계자들의 증언을 통해 버닝썬의 탈세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기도 했다.

결국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경찰과의 유착 때문일 것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구속 전 제작진과 만난 강씨가 "(미성년자 출입 사건과 관련해) 자신도 한참 후에 알게 됐다" "위에서 엄청난, 체계적인 플랜이 다 끝났던 것"이라며 억울해 했다는 사실이다.

또 <그알>은 여러 전,현직 클럽 종사자들의 제보를 통해 클럽 운영자들이 경찰에 정기적으로 상납을 해왔다는 사실 역시 놓치지 않고 언급했다. '깊지'는 못하더라도, 사건의 맥락과 양상을 두루 훑었다고 할 수 있다. 이날 <그알>이 증명한 것은 바로 그것이다. 김상교씨의 말대로, 향후 2부를 준비해도 좋을 만큼 버닝썬 사건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파헤쳐야 할 진실은 더 방대하다는 사실 말이다.

   

▲지난 23일 방영된 <그것이 알고싶다>의 한 장면.ⓒ SBS

 
버닝썬을 포함한 강남경찰서와 클럽 운영자들의 유착이 어디까지인지는 향후 "명운을 걸고" 수사하겠다던 경찰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리 쉬워 보이진 않는다. <그알>이 방송된 23일, <경향신문>은 <버닝썬 수사, 결정적 한 방 없다>는 단독 기사를 통해 "조직적 마약 유통과 경찰 유착관계 밝힐 확실한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아마도 승리를 비롯해 이문호 사장 등 수사를 받고 있는 버닝썬 관계자들 여럿이 언론 인터뷰에 나서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경찰 수사는 지지부진하고, 언론 보도는 부풀려지고 한쪽으로 쏠린 측면이 다분하며, 여전히 '버닝썬 사건'의 본질에는 가 닿지 못했다. 이날 <그알>이 추정에 추정을 거듭하고 질문에 질문을 반복한 이유도 다르지 않은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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