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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성태의 시네마틱 Jul 06. 2017

이미 개봉한 듯한 <군함도>를 둘러싼 몇 가지 우려

지난달 15일 열린 <군함도> 쇼케이스에 참석한 배우 송중기.ⓒ CJ엔터테인먼트


배우 송혜교와 송중기가 5일 결혼 소식을 알렸다. 이날 소속사 측이 공식 입장을 이른 아침에 전할 만큼 급작스러웠다. 교제 사실보다 결혼 소식을 먼저 알린 경우도 흔치 않다. 두 사람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통해 만났고, 10월 31일 식을 올릴 예정이며, 결혼을 결정하는 과정이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을 전했다.

각 매체는 두 사람의 과거(?)와 연애의 전조들을 샅샅이 훑는 중이다. 교제 사실을 숨긴 것이 <태양의 후예>와 송중기의 팬이었다던 전직 대통령 탓 아니냐는 의혹(?) 제기까지 출현하는 것을 보면, 대표적인 한류스타인 송혜교와 송중기의 결혼이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뉴스'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여기에 류승완 감독의 영화 <군함도>도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다. 영화의 주연 중 한 명인 송중기가 지난주 류승완 감독과 <군함도>의 제작사 외유내강의 강혜정 대표를 미리 만나 결혼 계획을 밝혔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군함도>가 오는 26일 개봉하는 만큼, 송중기는 영화의 홍보에 누를 끼치지 않고자 먼저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이미 <군함도>를 둘러싼 영화 안팎의 화제성이 충분하기에, 축복받아야 할 송중기의 결혼 소식이 영화 홍보에 누를 끼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2년 전 7월 5일은 일본 나가사키 항에서 18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실제 군함도를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올리는 데 성공한 날이기도 하다. 그리고 앞선 지난 3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광장 내 가장 큰 광고판에 '군함도의 진실'을 알리는 광고가 노출됐다. 영화 <군함도> 팀도 함께 힘을 모은 광고다.

'군함도의 진실' 뉴욕 타임스스퀘어 광고에 동참한 <군함도> 
 

'군함도' 관련 이벤트를 홍보 중인 <군함도>의 소지섭, 송중기, 황정민, 김수안, 이정현 배우.ⓒ CJ엔터테인먼트


"광고의 주요 내용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일본의 군함도는 강제징용이 일었났던 곳이고, 120여 명의 희생자도 발생했던 '지옥섬'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난 2년 전 7월 5일, 일본 정부는 군함도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시키면서 '강제징용' 사실을 알리는 정보센터를 건립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기에 전 세계인들에게 일본의 역사왜곡을 널리 알리고 싶었습니다.

모쪼록 다 아시다시피 이번 광고의 가장 큰 특징은 (다음)스토리펀딩을 통해 네티즌 약 6천여 명과 영화 '군함도'팀이 2억 원을 함께 모아 진행한 것이기에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이 자리를 비롯하여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올리겠습니다."


이른바 '군함도의 진실' 광고(관련 영상: 타임스스퀘어에 상영중인 군함도의 진실 광고 영상)를 주도적으로 진행한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중 일부다. 서 교수에 따르면, 15초짜리 이 광고는 타임스스퀘어 내 가로 66m, 세로 13m의 초대형 사이즈의 광고판을 포함 3개의 전광판에서 9일까지 노출될 예정이다. 하루 1천여 회, 9일까지 1주일 동안 총 7천여 회가 집중적으로 노출된다.



또 서 교수는 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특히 이곳에 의미 있는 광고가 올라갔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외신에서는 주목을 또 하기에 언론을 통한 2차 홍보가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한국 돌아가서 이 실제 영상을 잘 편집, 다음 주에는 3차 홍보라 할 수 있는, SNS를 사용하는 전 세계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대적인 광고 캠페인을 또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영화 <군함도> 측도 이러한 '운동'에 동참하는 쪽으로 홍보를 병행하고 있다. 이 광고의 노출 시점과 군함도의 유네스코 등재 2주년에 맞춰, <군함도>의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도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군함도를 기억해 주세요' 캠페인의 일환으로 '디지털 플래시몹'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군함도> 측이 제공하는 '<군함도> 전 국민 알리미' 디지털 인증서를 받은 후 인증샷 이미지와 함께 '#군함도', '#군함도를기억해주세요', '#dontforget_gunhamdo'란 해시태그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방식이다. 참여자들이 군함도의 아픈 역사를 세계에 알리는 데 동참하면, 추첨을 통해 영화의 시사회에 초대하는 형식인 셈이다.

앞서 <군함도>는 지난 6월 2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군함도> 전 국민 알리미 발대식'이란 이름의 쇼케이스를 개최하기도 했다. <군함도> 측이 먼저 모집한 4만 3천여 명의 알리미 관객 중 3000여 명을 초대해 치른 성대한 행사였다. <군함도>의 홍보 행사에는 300여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갔다.

언론들은 벌써 "천만 예약" 운운하는 기사를 쏟아낸다. 타임스스퀘어 광장의 광고나 유네스코 등재 2주년과 같이 소재의 시의성과 화제성을 갖춘 데다 제작 규모와 류승완 감독의 명성, 화려한 출연진까지. <군함도>를 올해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는 데 주저할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려가 드는 건, 기우일까.

민족주의나 '국뽕' 아니라는 류승완 감독
 

<군함도>의 류승완 감독.ⓒ CJ엔터테인먼트


"<군함도>는 극단적인 민족주의에 의존하거나 감성팔이, 그리고 소위 말하는 '국뽕'에 의존하는 영화는 아니다. 보편적인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태도와 마음에 관한 이야기다. 전쟁이 인간을 얼마나 괴물로 만드는 것이냐에 관한 이야기다."

지난달 15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류승완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영화 공개 후 일어날지 모를 한일관계에 대한 우려를 미리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군함도>에 대한 우려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영화의 완성도나 주제, 표현에서라기보다 영화 외적인 측면으로부터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CJ엔터테인먼트가 제공/배급한 300억짜리 <군함도>는 '군함도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한국인이라면 봐야 할(?) 영화'의 자리로 점점 이동 혹은 근접하는 중이다.

'한국인이라면 꼭 봐야 할 영화' 따위는 없다. 과거 몇몇 영화들이 만들어낸 홍보마케팅의 일환일 뿐이다. 다만 영화의 흥행에 기대어 그 영화를 본 관객들이 사회 현실의 개선에 목소리를 내고, 그 개선책에 파급력을 미치는 영화는 존재할 수 있다. 일명 '도가니법'을 탄생시키는데 일조한 영화 <도가니>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배경을 감안해, 류승완 감독이 경계하는 것도 사실 소위 '국뽕' 영화들이 보여줬던 감성주의 '마케팅'을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지난 정부에서 정권 차원에서 음으로 양으로 밀어주고 끌어줬던 영화들이 시장에서 어떤 성공을 거뒀는지 지켜봐 오지 않았나. 정권의 비호를 받고 자본의 우위를 점한 소위 '화이트 리스트' 영화들은 그렇게 '국뽕'이란 전략을 홍보마케팅의 주요 수단으로 휘둘러댔다.

<군함도>의 경우, 양상이 조금 다르다. 한일 위안부 재협상 등 한일관계가 갈등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지금, 강제노역 피해자와 위안부 피해자까지 등장시키는 영화는 영화 외적으로 강력한 파급력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화이트 리스트'로 분류되는 영화처럼 좌우나 진보·보수의 갈등에서도 일단 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 서경덕 교수가 주도하는 타임스스퀘어 광고를 비롯해 <군함도> 측이 내세우는 홍보마케팅 전략에 대한 반응과 호응이 이를 입증한다. 언론 또한 주목할 수밖에 없다.

<무한도전>이 환기시킨 이래 '군함도'는 일제 식민지 역사의 아픔에 대한 상징이자, 일본 정부가 미화하려는 현재형의 이슈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4일 MBC 는 마침 '군함도와 아베의 역사전쟁'편을 통해 이 문제를 재조명했다(관련기사 : 강제징용 만행 애써 감추려는 일본, 통탄스럽다). 

<군함도>의 제작비는 300억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비를 회수하려면 국내에서만 9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해야 한다. 손익분기점을 넘기 위해 <군함도>의 홍보마케팅 비용 역시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한다. 류승완 감독 말마따나, 규모 면에서 한국영화 사상 이렇게 '최대치'에 올라선 영화는 없었다고 해도 무방해 보인다.

CGV를 비롯한 멀티플렉스 3사의 스크린 밀어주기 역시 이미 예정됐다. <군함도>의 스크린 수가 얼만큼의 '최대치'를 경신하느냐와 그 '최대치'를 바탕으로 박스오피스 사상 최단, 최고, 최대를 갈아치우는 일만 남았다. 영화 내외적으로 <군함도>에 관심을 가질 만한 환경이 완벽하게 조성된 것이다. 영화 관람을 통해 식민지 역사에 대한 일말의 울분을 해소하고, 일본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열망을 간직한 기대 관객들을 포함해서 말이다.

류승완 감독의 경계는 그래서 옳다. '국뽕'이라고 단정하기엔 이르다. 하지만 '민족주의'라는 '버튼'을 쉬이 누를 수 있는 상황인 건 맞다. 감독은 그 상황 속에서 <군함도>의 보편적인 주제와 작품의 완성도를 봐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러한 바람과 경계는 이전 '국뽕' 영화들이 홍보마케팅을 통해 관객을 어떻게 현혹해왔는지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어찌 됐건, <군함도>를 향한 열기와 '최대치'의 흥행을 위한 환경은 이미 마련됐다. 그 안에서, 결과적으로 류승완이란 대중예술가와 CJ라는 자본, 그리고 '군함도의 진실 알리기'란 역사적인 의도와 배경은 행복한 만남으로 기록될 수 있을까.

  

지난달 1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군함도> 쇼케이스 현장.ⓒ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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