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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성태의 시네마틱 Aug 08. 2023

언론과 여당이 합작한 '코리아 잼버리'라는 '정신승리'

▲ (부안=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5일 오전 전북 부안군에서 열리고 있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에서 영국 참가자들이 퇴소 준비를 하고 있다. 2023.8.5 ⓒ 연합뉴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이하 새만금 잼버리)'를 향한 내외신의 따가운 비판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국내 종합일간지들 사설을 보면, 지난 4일부터 진보 보수 가리지 않고 잼버리 조직위원회를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생존게임', '아수라장', '국제망신'은 물론 "중단 검토" 요구까지 나왔다.


'폭염 대비 못한 새만금 잼버리, 생존게임장 만들 텐가' - 4일자 <경향신문>
'폭염에 '생존게임' 된 망신살 잼버리 대회' - 4일자 <중앙일보>
'폭염 속 아수라장 세계 잼버리… 그동안 어떻게 준비했길래' - 4일자 <동아일보>
'폭염 속 잼버리, 이대로면 국제 망신 당할 판'- 4일자 <조선일보>
'온열환자 속출에 준비 부족까지···잼버리 중단도 검토해야' - 4일자 <한국일보>


정부가 "중앙 정부 주도"를 발표한 이후에도 이런 논조는 계속됐다. 5일자 <동아일보>는 <"원래 극기 훈련" "잠깐 정신 잃은 것"… 한심한 잼버리 조직위>라며 조직위를 꼬집었고, <경향신문>은 <사전 경고 무시한 '잼버리 사태' 국가시스템 마비 증거다>라며 수위를 올렸다.


가디언, BBC 등 영미권 외신들은 지난 3일 이후 새만금 잼버리 소식을 집중 보도했고, 최다 인원이 참가한 영국을 비롯해 미국 등 일부 참가국의 퇴영 소식을 실시간으로 타전했다. 반면 지난 4일 이후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안부장관이 "중앙정부의 적극 주도"를 선언하면서 분위기 반전을 시도 중이다. 이후 비판 일색이던 종합일간지 사설들의 논조 변화가 확연하다.


양비론부터 감사원 감사 주장까지


우선 지난 주말을 고비로 정부가 총력 대응에 나서면서 잼버리 사태가 안정을 찾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유종의 미를 거두란 당부도 함께였다. '잼버리 파행, 국가 역량 결집해 극복해야'라는 7일자 사설을 낸 <서울신문>과 '망신 자초한 잼버리 대회, 자존심 걸고 유종의 미 거두라'라는 <국민일보>, '국제 망신 산 잼버리, 추 가 피해 막고 잘 마무리해야'란 <세계일보>, 더 나아가 "국가 위신"을 거론한 <동아일보>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남은 기간 동안 위기 관리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려 안전사고 없이 행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준비 미흡과 졸속 운영의 책임 및 경위를 따져물어야 하겠지만, 그에 앞서 정부의 약속대로 "단 한 명의 대원도 실망하지 않도록" 행사의 불씨를 되살리는 일이 시급하다. 대한민국의 위신이 걸린 문제다." - 7일자 <동아일보> 사설, '英美 철수로 '반쪽' 잼버리… 위기 대응력에 나라 위신 달렸다'


<경향신문>은 정부 책임론이란 기조에 변화가 없었다. 이 신문은 '"준비하라"는 잼버리 정신 잊은 정부 남 탓할 땐가'란 사설에서 "정부는 국내외 대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파행으로 얼룩진 이번 사태의 총체적 책임을 자임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당정의 문재인 정부 탓에 "남 탓 할 때인가"라고 꼬집었다.

그간 지난 5일자 사설에서 '국격 깎아내린 잼버리, 지금이라도 세계에 韓 위기 대응 능력 보여라'고 촉구했던 <한국경제>는 7일 ''비정상투성이' 잼버리 준비·운영, 한국형 부실행정의 총체적 민낯'이란 사설에서 도리어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흥미로운 것은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의 반응이다. 이날 <중앙일보>는 '잼버리, 마무리에 최선 다하되 부실 책임 꼭 규명돼야' 사설에서 이번 잼버리를 "국제적 망신"으로 규정한 뒤, "행사 준비보다 '관련 예산 따내기' 골몰(한) 것이 의심"된다며 "장소 선정부터 대회 전 과정 진상 따져봐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히 감사원은 예산 집행 과정에서 과도하고 무용한 인건비 지출이나 낭비, 납품 비리 등은 없었는지 엄정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사설을 끝맺었다. 감사원 감사를 촉구하고 나선 것인데, 사설 내 따져봐야 할 진상들은 문재인 정부 시절 새만금 동서 도로 및 새만금 신공항 경제성 논란 등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조선일보>는 전형적인 양비론을 앞세웠다. '잼버리 망신은 여야 모두 탓, 정쟁이 더 꼴불견'이란 제목이 꽤나 눈길을 끈다. <조선일보>는 정부와 여당을 향해선 "정부 출범 1년 3개월이 지났는데 이런 것까지 전(前) 정부 탓을 하면 국민이 공감하겠나"라고, 민주당을 향해선 "민주당도 정부를 공격할 자격이 없다"라며 "대회가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정쟁을 멈추는 게 그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역시 새만금 잼버리를 "총체적 파행"이라 규정하면서 '정부도 지자체도, 여도 야도 "네 탓"이라는 잼버리 파행'이란 제목을 달았다. 이런 미묘한 논조와 주장의 차이 속에 이목을 끄는 주장이 등장했다. <조선일보>의 '코리아 잼버리'론이었다. 이를 여당 대변인이 '받아쓰기'했다는 사실도 눈길을 끈다.

국민의힘 '코리아 잼버리' 구호, 출처 봤더니


▲ 조선일보 7일자 <새만금 잼버리서 코리아 잼버리로> ⓒ 조선PDF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오는 12일 폐막일까지 대회를 잘 운영해 150여 국 참가 청소년들이 좋은 경험을 갖고 돌아가게 해주는 일이다. 삼성그룹이 의료진과 간이 화장실 등을 지원하고, HD현대가 120여 명 규모 봉사단을 보내는 등 기업들이 지원에 나섰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사찰 170여 개를 개방했다. 반면 정치권은 싸우기만 할 뿐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하고 있다. 대회가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정쟁을 멈추는 게 그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앞서 소개한 <조선일보> 7일자 사설의 결론이다. 정치권 대신 삼성, 현대 및 대기업과 조계종의 지원을 언급한 것이 눈길을 끈다. 이러한 논조는 7일 <조선일보>의 <새만금 잼버리서 코리아 잼버리로...종교·기업까지 전방위 지원> 기사에 더 구체적으로 설명돼 있었다. 해당 기사는 7일 새벽 온라인판을 통해 먼저 공개됐다.

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퇴영한 영국과 미국 참가자들을 위한 "관광 여행프로그램 강화"를 지시하고,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선일보>도 "늦었지만 잼버리 대회의 원만한 운영을 위해 민관(民官)이 발 벗고 나선 것"이라며 잼버리 정상화를 위한 민관 협력과 지원을 강조하며 '코리아 잼버리'란 구호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온라인 뉴스 기준으로 '코리아 잼버리' 구호를 먼저 선명하게 기사화한 것은 사실 <매일경제>였다. 전날(6일) 밤 <매일경제>는 <새만금 잼버리서 '코리아 잼버리'로>란 기사에서 "행사 현장이 정상화되고 퇴영한 대표단도 귀국길에 오르지 않고 서울과 부산, 강원 등 전국 각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며 "이제 '새만금 잼버리'가 아니라 '대한민국 잼버리'로 발상을 전환해 위기를 극복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7일 오전까지 코리아 잼버리 구호를 내세운 언론은 <조선일보> 등 손에 꼽을 정도로 많지 않았다. 그러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물론 강민국 수석대변인까지 이 구호를 공론화시키는데 앞장섰다.

이날 오전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코리아 잼버리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관련 기사 : 해외 시선 따가운데도 국힘은 "이제 코리아 잼버리로" https://omn.kr/253h9). 보수지와 국민의힘이 합작한 '코리아 잼버리' 구호에 국민들이 환영할지, 행여 '정신 승리'라 여기는 건 아닐지 궁금해진다.


"(...) 전북 새만금 잼버리에서 이제 코리아 잼버리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의 발등이 찍히는 것도 모르면서 현 정부 비판에만 몰두하는 더불어민주당도 무엇이 국익과 우리 아이들을 위한 길인지 각성하고 코리아 잼버리로 나아가는데 협조해줄 것을 간곡하게 부탁드린다." (김기현 당 대표)

"언론도 새만금 잼버리에서 코리안 잼버리로 바뀌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대한민국 전체가 잼버리 대회장이 돼야 할 때(다)." (박대출 정책위의장)

"가장 중요한 것은 대원들의 안전, 남은 기간의 성공적 마무리(다). 이제는 새만금 잼버리가 아니라 코리아 잼버리가 돼야한다." (강민국 수석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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