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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성태의 시네마틱 Aug 01. 2017

또 눈물 흘린 이언주... 민심은 "누구 마음대로!"

민심과 유리된 이언주 의원의 눈물과 국민의당의 대국민 사과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이 지난 7월 31일 오후 국회에서 19대 대선 '제보조작'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마친 뒤 눈물을 흘리며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우리들에게 충격과 실망, 좌절과 부끄러움으로 다가왔던 그 사건이 오늘로써 마침내 일단락되었습니다. 그동안 힘들었을 안철수 후보님, 이용주 의원님, 그리고 선배동료들과 당원동지 여러분이 함께 흘렸을 눈물을 제가 보이고 말았습니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을 겁니다. 숱한 비난과 의혹을 견뎌내며, 우리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자책하기를 반복했습니다. 이제는 떨쳐내고 다시 일어날 때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의 부족함을 반성하고 거듭날 것입니다. 이제 새로운 출발을 할 때입니다."

국민의당 원내 수석부대표인 이언주 의원은 7월 31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눈물의 의미'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날 국민의당 제보조작 사건과 관련 안철수·박지원 전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박주선 비대위원장 이하 국민의당 지도부가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허리 숙여 사과했다. 이 자리에서 흘린 이언주 의원의 굵은 눈물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심지어 이언주 의원은 <연합뉴스>가 보도한 자신의 '눈물' 사진을 페이스북에 직접 게재하기까지 했다! 어찌됐건, 이언주 의원의 글을 요약하자면, 제보조작 사건은 "마침내 일단락" 됐고, 동료들과 당원들이 흘린 눈물을 자신이 대신 흘렸으며, 이제 국민의당이 이번 일을 계기로 "거듭날 것"이고, "새로운 출발을 할 때"라는 것이다. 

여기서 방점은 "일단락"에 찍힌다. 정말 이언주 의원은 이번 '국민의당 제보 조작사건'이 '일단락'됐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게 아니라, 제발 "오늘로 마침내 일단락"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지만 국민의당을 향한 싸늘한 여론을 확인한다면, '제보조작 사건'의 심각성을 자각 중이라면, '일단락'이란 표현을 그리 쉽게 쓸 수는 없는 법이지 않을까.

이날 당사에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언론 카메라 앞에서 머리를 조아린 국민의당 지도부 역시 같은 바람이었지 모른다. 이언주 의원의 '눈물의 의미'가 문제적인 것은 그 눈물과 '일단락'이란 표현에서도 확인되듯이 '민심'과는 완전히 유리된 국민의당의 현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리라.  

국민의당의 초심, 돌아갈 곳이 없다 
            

"죄송합니다" 고개숙인 국민의당 검찰이 국민의당 제보조작 사건 관련 수사결과를 발표한 7월 31일 오후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선후보와 박지원 전 대표,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 남소연


"누구 마음대로 다시 시작해?"

국민의당의 대국민사과를 전한 <오마이뉴스> 기사에 달린 어느 누리꾼의 일침이다. 이날 국민의당 지도부는 '죄송합니다 다시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 앞에서 국민들에게 사죄를 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국민의당은 이번 일을 계기로 창당초심으로 돌아갈 것이며, 다음달 27일 전당대회도 당을 한층 혁신하는 계기로 만들어나갈 것이다."

국민의당 지도부는 사과문 말미에서도 이렇게 다짐했다. '정당 초심'을 강조하면서도 다음달로 예정된 전당대회 홍보를 겸한 셈이다. 자, 백번 양보해,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할 것인가. 창당 당시의 '초심'은 또 무엇인가. 

잘 알려진 대로, 국민의당은 창당 초심은 '안철수의 새정치', '민주당의 친문패권주의 반대'와 '호남 홀대론'을 기반으로 한 호남 민심 잡기로 요약된다. 먼저 '안철수의 새정치'는 이번 제보 조작 사건으로 '박살'이 났다. 

대선 후보 안철수의 측근 인사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경쟁 유력 대선 후보 아들의 채용 의혹을 조작한 이 사건은 대한민국 정치사의 크나큰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안철수의 새정치의 끝이 이것이었나'하는 참혹함이 먼저였고, 그 뒤로 '안철수의 새정치'에 대한 신뢰는 이미 바닥을 쳤다고 할 수 있다. 

당원들의 요구가 중요하겠지만, 당 일각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당 대표 후보로 추대되고 있다는 보도에 헛웃음을 짓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조작 사건이 불거진 뒤 기나긴 침묵을 지키다 사과 기자회견을 했고, 다시 19일 만에 국민들 앞에 선 안철수 전 대표. 이언주 의원은 "그동안 힘들었을 안철수 후보님"이라며 그가 흘렸을 눈물을 대신 흘렸다고 했지만, 그 눈물에 공감하고 응원한 국민들이 도대체 얼마나 됐을까. 

호남 민심 이반, 지지율 5%도 어려워

국민의당의 '초심' 중 하나일 '친문패권주의'에 대한 반발 역시 힘을 잃은 지 오래다. 최근들어 더 그렇다. 문재인 정부의 내각 인사는 여성 장관 30%를 포함, 측근 인사를 철저히 배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히려 '초심'을 잃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의, 합격점에 가까운 인사를 보며 과거 문재인 당 대표 시절의 민주당의 분당 상황을 복기해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연 '친문패권주의'가 실제로 존재했었는지, 혹 당내 주도권을 잡기 위한 내부로부터의 흔들기와 언론의 합작품이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문모닝당'으로 불렸던 국민의당은 '반문'만을 앞세웠고, 그 결과가 바로 문준용씨 특혜 채용 조작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찾아보시라.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당 인사들이 얼마나 '친문패권주의'의 폐해에 대해 목소리를 드높였었는지를. 그랬던 국민의당의 '초심'이 어디로 향할 것인지 진심 궁금해지지 않는가. 

호남 민심은 이반된 지 오래다. 지난 7월 28일 한국갤럽이 28일 공개한 정당지지율에 따르면, 국민의당의 호남 지지율은 단 9%였다. 광주·전남의 타 정당별 지지율은 민주당 63%, 바른정당과 정의당 4%, 한국당 1% 순이었다. '호남 자민련'은커녕 지역 정치를 구심 삼을 지지율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전체 정당 지지율을 보면 더 참혹하다. 갤럽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50%, 자유한국당 10%, 바른정당 8%,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각각 4%로 조사됐고, 없음/의견유보는 24%였다. 진보정당을 표방한 정의당과 같은 4%요, 자유한국당은 차치하더라도, 40석인 국민의당의 의석수에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바른정당보다 두 배나 뒤지는 셈이다. 7월 31일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에서도 국민의당은 지난해 2월 창당 이후 최저인 4.9%를 기록했다. 5개 정당가운데 꼴찌였다.

자타공인 국민의당의 정치적 기반은 '호남'이다. '민주주의 가치'에 가장 민감하다고 평가 받는 호남 민심이 과연 이번 제보조작 사건의 검찰 수사 발표에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까. '다시 시작하겠다'는 국민의당의 대국민사과에 감동했을까. 호남은 둘째 치더라도 국민들은 5% 지지율에서 오락가락하는 국민의당에 신뢰를 보내고 있을까. 이언주 의원의 눈물이 문제적인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국민의당을 향한 민심 "누구 마음대로 다시 시작해?" 
            

지난 7월 1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학교비정규직 및 공공부문 비정규직에 대한 이언주 의원 망언 규탄 및 사퇴 촉구 기자회견에서 도을순 서울일반노조 학교급식지부장이 발언을 마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연합뉴스


이미 이 의원은 지난 대선 유세 과정에서 안철수 후보를 위한 눈물을 흘린 바 있다. 이 의원은 지난 4월 6일 더불어민주당을 떠나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그 눈물이 자신을 위한 것인지, 안 후보를 위한 것인지 확인할 수는 없다. 

어쨌든 국민의당 입당 직후 유세 과정에서 카메라 앞에서 두 번이나 눈물을 보였다. 그리고, 넉 달여가 지난 지금 자신의 눈물 사진을 당당하게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 게재하며 "이제는 떨쳐내고 다시 일어날 때"라며 동료와 선후배, 당원들을 격려하고 나선 것이다. 

이언주 의원의 굵은 눈물을 보며 떠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눈물이었다. 지난 7월 13일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학교급식지부 비정규노동자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들을 "그냥 밥하는 아줌마"라고 폄훼했던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의 사퇴를 요구하며 흘린 눈물 말이다. 

이언주 의원과 국민의당에게 묻고 싶다. 과연 이 의원이 입당 후 국민들을 위해 그런 눈물을 흘린 적이 있느냐고. 또 국민의당의 초심은 과연 국민들을 위한 것이었느냐고.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없다면, 앞으로도 오랫동안, 아니 최소한 전당대회 전까지는 이러한 비아냥 섞인 질문에 시달려야 할 것이다. 그게 작금의 민심이다. 


"누구 마음대로 다시 시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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