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남편의 진면목을 보다
남편은 떡갈나무 호텔이다
처음 남편을 만날 때만 해도 나는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내 위치에서 열심히 살려고 했던 평범한 사람이었다.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살면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무한 긍정했었다.
과거에는 동등하게 열심히 살아가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요즘은 마음이 어지럽다.
내가 크게 중심을 못 잡고 흔들리는 것 같다.
요즘엔 내가 더 바닥으로 끌어당겨 내려지는 것 같다.
모든 상황이 더 나아졌는데 문제는 바로 '나'이다.
여러 문제들이 날 진창으로 처박고 있다.
진흙탕에서 나오려고 옴짝달싹 몸부림을 치고있다. 얄밉게도 아주 조금만 움직일 수 있다.
나 혼자만 신경 썼던 과거와는 다르다. 결혼 후에는 나와 연결돼있는 다른 문제들이 생겼다.
그 문제들을 컨트롤하는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나 혼자만 잘해서 변화를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내가 손쓸 수 없는 변화들에 조금씩 손을 보태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단단하게 서 있는 남편이 보였다.
공자가 말했다.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뒤늦게 시든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는 추워서 손발이 꽁꽁 얼고 오들오들 떨며 오늘 밤을 어디서 묶어야 할지 고민하는 동물이었다.
남편은 눈폭풍이 쳐서 이파리 위에 잔뜩 눈이 쌓여있어도 의연한 소나무였다.
남편의 진면목을 보게 된다.
이 사람에게 나도 의지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렸을 때 읽었던 <떡갈나무호텔>
이라는 동화가 기억난다.
떡갈나무호텔은 오래되었지만 그 자리에서 건재하게 많은 손님을 가리지 않고 받는다. 하지만 손님들은 오래됐다고 새로 생긴 자작나무, 단풍나무 호텔들으로 간다. 나중에 새 호텔들에서 어려움을 겪은 손님들이 다시 떡갈나무 호텔로 돌아온다. 떡갈나무 호텔은 쉬지 않는다. 떡갈나무 호텔을 욕하고 나갔던 손님들도 다 받아준다.
남편이 바로 이 떡갈나무 호텔이다.
언제나 자신의 모든 몸을 내어서 쉴 곳을 마련해 준다.
항상 그 자리에서 사랑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