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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박국 Mar 19. 2019

스포티파이는 한국에서 넷플릭스가 될 수 있을까?

스포티파이의 한국 진출 선언, 9 년동안 서비스를 써온 다섯 가지 이유

스포티파이가 한국 진출을 선언했다.


 안드로이드 앱 메뉴에서 잠시 한글을 지원했을 때부터 예상됐던 일이다. 소리바다의 주식이 올랐다. 스포티파이 한국 진출의 파트너사이기 때문이다. 최근 ‘킹덤’의 히트로 상한가를 치고 있는 ‘넷플릭스 효과’와 앞으로 음원 스트리밍 시장이 지금보다 커질거라는 기대 심리가 합쳐진 결과일 것이다. 카카오의 멜론 인수, SK의 플로 네이버의 바이브 런칭, 지니의 엠넷 인수합병 등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는 최근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분야다.


한국에는 의외의 성장을 보여준 ‘넷플릭스’도 있지만 해외의 눈부신 성장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애플 뮤직’도 있다. 둘은 상황이 다르다. ‘넷플릭스’는 경쟁자가 없는 시장을 독점 콘텐츠로 선점했지만 ‘애플 뮤직’은 이미 압도적인 시장 지배자와 경쟁자가 존재하는 시장에 그나마 그들이 가진 콘텐츠도 확보하지 못한 채 들어왔다.

 

본 글의 내용은 기술인간 유튜브 채널에서 영상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매체의 특성상 디테일이 조금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스포티파이가 한국에서 넘어야 하는 두 개의 벽

‘애플 뮤직’의 한국 시장 진출을 통해 ‘스포티파이’가 겪어야 할 시련을 예상해 볼 수 있을 듯하다. ‘애플 뮤직’에서는 아이유를 들을 수 없다. 정확히는 ‘카카오M’에서 유통하는 아이유를 들을 수 없다. 한국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사가 음원 유통을 겸하고 제작까지 한다. (해외 역시 그렇게 될 것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한국은 모든 시장의 미래다.) 이를테면 한국에서는 ‘멜론’이 ‘넷플릭스’다. ‘애플 뮤직 코리아’는 ‘멜론’의 (한국 서비스에만 제공하는) 독점 콘텐츠를 서비스하지 못한다. 얄궂게도 애플 뮤직 미국 계정에서는 정작 한국에서 못 듣는 곡을 마음껏 들을 수 있다. 케이팝은 이제 글로벌 콘텐츠니까.


‘애플 뮤직’에서는 19금 곡을 들을 수 없다. 한국은 어느 곳보다 성인 콘텐츠 이용 인증이 까다로운 나라다. 통신사에 실명으로 등록된 핸드폰으로 인증을 받아야 성인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한국이야 전국민의 개인 정보가 모든 해커들에게 공개된 나라지만, 개인 정보 보호에 민감한 정책을 가진 애플에서는 수용할 수 없는 정책이다. 덕분에 애플 뮤직에서는 최근 유행하는 힙합 장르에서 MC가 악센트를 줘가며 강조하는 단어를 들을 수 없다.


스포티파이는 두 개의 벽을 어떻게 넘을까. 


내가 스포티파이를 쓰는 다섯 가지 이유

내가 스포티파이를 미국 계정으로 처음 쓴 게 2011년의 일이다. 프리미엄 계정을 결제해서 쓴 건 2013년으로 추측된다. 9년 간 써온 셈이다. 단 한 번의 이탈 없이 서비스의 변화를 기꺼이 만족스럽게 즐기며 서비스를 써 왔다. 내가 9년 가까이 스포티파이의 팬보이로 지내며 느낀  장점 중 굳이 다섯 가지만 꼽자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편리한 UI. 

왜 스포티파이 UI가 좋은지는 스포티파이 이후 발매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보면 알 수 있다. 모두 스포티파이를 벤치마킹 했거든. 국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는 웹에서 출발을 했다. 모바일에서는 어색한 느낌을 감추기 어렵다. 스포티파이는 멀티플랫폼 앱 기반이다. 맥이나 PC에서도 웹이 아니라 앱을 사용한다. 모바일을 중심으로 통일된 UI는 어지러운 국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 비해 안정감을 준다. 좋아하는 음악을 발견하고 집중해 듣는 데 적합한 UI다. 특히 앱 기반이 좋은게 이 기능을 쓰며 드러난다.


두 번째. 스포티파이 리모트. 

스포티파이는 계정을 통해 하나의 앱으로 다른 디바이스의 스포티파이를 콘트롤 할 수 있다. 블루투스나 에어플레이는 무선으로 음원을 전송하는 기술이다. 거리의 한계가 있고 손실이나 지연이 발생한다. 스포티파이는 서버를 거쳐 다른 스포티파이를 리모트 한다. 크롬캐스트와 비슷하지만 같은 네트워크에 있을 필요가 없다. 내가 두바이에 있어도 한국에 켜져 있는 스포티파이 앱을 콘트롤 할 수 있다. 일종의 IoT 기능인 셈이다. 무선 전송이 아니라 리모트라 음질 열화가 일어날 일도 없다. 내 경우는 밖에서 아이폰으로 음악을 듣다 들어와 집에 있는 스포티파이가 설치된 셋탑티비-앰프-스피커 시스템에서 자연스럽게 이어 듣는 용도로 사용한다. 그러다 맥 앞에 앉으면 거기서 음악을 이어 듣는다. 지금 ‘온’된 모든 스포티파이가 재생되는 스포티파이의 리모트가 된다. 스포티파이 리모트의 연동이 주는 편안함은 정말 써보지 않으면 모른다.


세 번째. 취향 맞춤 추천. 

최근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가 추구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아마존과 같은 서비스가 개인화 서비스를 시작한 게 10년도 전의 일이니 당연한 방향이기도 하다. 스포티파이의 취향 맞춤 추천은 내가 지금까지 써온 어느 음악 서비스보다 막강하다. 그 전에는 추천 기반 라디오인 판도라(Pandora)와 내가 듣는 음악을 기록(Scrobbling)해 이를 바탕으로 음악을 추천해주는 라스트에프엠(Last.fm)의 라디오를 유료 걸제해 썼다. 이를 들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 ‘음악 추천이라는 기술이 참 어렵구나’. 기술의 발달 덕분인지, 그만큼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한 건지  스포티파이는 어지간해서는 내가 듣기 거슬리는 곡을 추천하지 않는다. 특히 매주 제공되는 ‘Discover Weekly’ 플레이리스트의 완성도는 놀랍다. 


신기한 건 ‘Disocver Weekly’에서 음악이 좋아 링크된 아티스트를 클릭하면 겨우 싱글 한 두 개 정도 발표한 신인인 경우가 있다. 어떻게 이런 음악을 찾아 주는 거지? 음반을 제작하는 내 경우 이는 특별하게 다가 온다. 국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는 메인에 오르지 않으면 서비스 내에서 다시 우리 음악을 추천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하지만 스포티파이에서는 우리 음악을 좋아할 만한  취향을 가진 사람에게 닿을 수 있다. 실제로 현재 베타서비스로 제공하는 스포티파이 포 아티스츠(Spotify for Artists)라는 아티스트 관리자 페이지에 들어가도 우리 음악이 가장 많이 소비되는 플레이리스트는 ‘Discover Weekly’다.


네 번째. 뛰어난 음질.

국내 음원 서비스를 안 쓰는 이유 중 하나가, 최근에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음질 때문이다. 국내 음원서비스는 전체 플레이리스트에 맞춰 자체적으로 소리를 노멀라이즈드(Normalized) 한다. 대부분 차트 중심의 플레이리스트로 음악을 듣는데 갑자기 소리가 커지거나 작아지면 리스너 입장에서 불쾌한 경험을 하게 되니까. 하지만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위상이 뒤바뀌거나 의도한 대로 음악이 표현되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스포티파이나 아이튠스, 애플 뮤직은 자체 마스터링 가이드가 있고, 제작자가 여기에 맞춰 따로 제작을 할 수도 있다. 스포티파이는 프리미엄을 이용할 경우 320Kbps Ogg 포맷 하이 퀄리티 스트리밍을 할 수 있다. 여기에 곡 사이의 간격 없이 곡을 재생한다든지, 이퀄라이저를 조절할 수 있는 듯 편의 기능도 뛰어나다. 스포티파이보다 음질이 좋은 서비스도 있다. 바로 타이들(Tidal). 무손실 압축 음원(Loseless)과 마스터 음원(Master)을 제공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스포티파이만큼 국내 음원이 많지 않다.


다섯 번째. 방대한 플레이리스트

. 그런 경우가 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서 OST를 듣고 싶은데 발매가 안 됐을 때. 스포티파이에서 찾으면 십중팔구 누군가 그 곡을 찾아 플레이리스트를 정리해 뒀다. 실제로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를 보고 스포티파이에서 플레이리스트를 찾아 듣는 경우가 많은 편이라고 한다. 스포티파이 내에서 제공하는 플레이리스도 좋고,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해외 음악 미디어에서 자신만의 플레이리스트를 공개해뒀다. 세계 1위 서비스의 장점이다. 일본의 도쿄 넘버원 소울셋이라는 팀을 좋한다. 팀의 음악이 대부분 샘플 기반이다. 예전에 원곡을 찾으면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공유해주고 그랬는데, 스포티파이에서 검색해보니 플레이리스트로 만들어져 거의 대부분이 곡이 공개돼 있었다. 음악을 좋아하면 계속 연관된 음악을 찾아 듣기 마련이다. 스포티파이의 풍부한 플레이리스트는 여기에 확실한 컨텍스트를 부여한다.


부디 스포티파이가 이 두 개의 벽을 넘길 바란다. 그리고 ‘사재기 논란’이 일 만큼 큰 영향력을 발하는 ‘차트’ 중심의 음악 듣기가 무너지길 바란다. 다양한 음악을 듣고 싶은 리스너로서도, 우리의 음악이 좋아할 만한 사람에게 제대로 닿길 바라는 제작자로서도 간절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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