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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vefaith Dec 23. 2017

[프리뷰]<다르면 다를수록> 17년, 무엇이 달라졌는가


  완전히 신간인 줄 알았다. 일러스트가 싱그러운 표지에, 새로운 제목에 덜컥 호감이 가기도 했다. 다양성의 중요성을, 인간과는 다른 생물의 시선에서, 아니면 생물조차 느끼지 못하는 유전자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펼쳐놓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책의 설명을 보고 깨달았다. <알이 닭을 낳는다>라는 저자 최재천 교수의 2001년 작의 개정판이다. 무엇이 달라졌는지 궁금해진다. 오래 전 책이 새로 다듬어 나온다면 그 초점은 무엇일까? 

  2001년과 2017년, 17년의 차이가 목차에서부터 드러나기 시작한다. 17년이라는 우리 사회의 변화와 최재천 교수 개인의 17년 간의 변화가 함께 맞물려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알이 닭을 낳는다>에는 남녀간의 차별, 한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고찰과 비판의식 등 과학에 베이스를 두었으나 인문학적인 의견이 집중되어 있었다. 목차의 제목이 새롭다. '화장하는 남자가 늘고 있다', '여성의 세기가 열렸다', '암에 걸린 대한민국' 등 2017년판에 비하면 훨씬 솔직한 표현, 다양한 의견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주제가 등장한다.  이런 주제들은 <다르면 다를 수록>에는 찾아볼 수 없거나 표현이 바뀌었다. 어떻게 해석하는 게 좋을까. 민감한 주제라서 보다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기 위해 제거했거나, 이제는 새롭지 않은 주제라서 제외했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후자가 이유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립, 베이스 메이크업을 하는 남자가 그리 놀랍지 않다. 남자들 위주의 영역이라 여겼던 사관학교,  법조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이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는 말은 익숙하다. 책을 읽기 전의 예측이 이 책의 또다른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다.

  최재천 교수의 책 <다르면 다를 수록>이 아마도 17년이 지난 후에도 줄 수 있는 건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자연의 시선일 것이다. 과거에 비해 다양성을 인정하고 있다. 종교를, 신념을, 사회 이슈에 대한 의견, 삶에 대한 거의 모든 것에 대한 답을 '개인의 취향'이라는 말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심지어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문제까지 개인의 사정에 달린 것이다. 지금은 어느 때 보다도 '혼자 사는 시대'이다. 인간인 우리는 그 이유를 알고 있다. 혼자도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 굳이 함께 지내지 않는 게 편리해서, 다음 세대에 대한 의무보다는 한번 사는 인생 종족보다는 나라는 개체에 더 투자하고 싶어서. <다르면 다를수록>에서는 자연의 시선을 언급해준다. 진화론적으로는 번식을 하지 않는 것은 영원한 죽음에 가깝다. 인간만이 자살을 하고, 인간만이 죽음을 선택한다. 늘 말이 없던 자연이, 우리가 걷는 거리나 사는 집 같이 배경에 불과했을지 모르는 자연이, 말을 하는 것이다. 어쩌면 더 묻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혼자가 좋다면서도 왜 다시 사람을 찾고 마는지, 혹은 인간 혼자 잘 살 수 있는데도 왜 결국 힘들 땐 자연으로 찾아 오는지. 그 질문 아닌 질문에 우리는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것이다.  

   다양성을 중요시한다는 건 서로 반드시 맞춰서 싸움을 피하고 평화롭게 공생한다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다양성이라는 가치가 더 중요시될수록 더 많은 갈등은 예약되어 있다. 다양한 종교가 있어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는 사람들이 싸우고 애도한다. 서로 다른 정치적 의견으로 많은 술자리에서는 욕설과 폭력이 등장한다.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자연은 포근한듯 보이다가도 냉혈할 때가 있고, 인간은 따뜻한 것 같아 보이다가도 서로를 죽이는 데 그리 어려움이 없다. 서로를 존중할 수록 우리 역시 부딪치게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과 자연에게 필요한 것. 무엇을 양보해야 하고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부딪침 속에서도 평온이 필요한 것이다. 아마도 <다르면 다를 수록>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다르면 다를수록' 생기는 이 수많은 문제를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서로를 위하며 해결할 수 있을지가 아닐까. 그럴 때 삶이,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새삼 아름답고, 특별하고, 재미있어질 것이다. 오랜만의 신간이 기대된다.  
  
프롤로그 자연은 순수를 혐오한다  

1 아름답다  

서두르는 꽃들  
아열대 삶에 걸맞게  
자연을 이해하려면  
알이 닭을 낳는다  
공생의 지혜  
숨겨 주고 싶은 자연  
사라져 가는 것들  
다름의 아름다움  
자연선택론의 의미  
어우르는 자연  
슬픈 동물원  
바이러스가 사는 법  
자연스러운 건축  
아는 것이 사랑이다  
자연 속에 겸허한 자세로  

2 특별하다  

파괴당하지 않을 권리  
침팬지와 인간의 엇갈림  
놈팡이 개미의 역설  
저마다 다른 성  
암컷의 특권  
남성도 미를 추구한다  
성을 넘나드는 동물들  
화려한 은밀함, 꽃  
이제, 중심이 바뀔 때  
거품 없는 참새  
침팬지 동의보감  
월경은 왜 하는 걸까?  
신뢰와 모방  
지극히 예외인 동물  
음악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3 재미있다  
부품의 삶  
느림과 절제의 미학  
베풂의 지혜  
왜 늙어야 할까?  
세포에 관한 우화  
비만의 비밀  
도덕의 진화  
함께 문제 풀기  
최소한의 참여  
멋진 신세계  
정당한 몫  
바깥사람 안사람  
더 나은 사회로 가는 단계  
가장 어려운 자유  
언어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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