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후덜덜덜 떨면서 잠에서 깼다.
무서운 꿈을 꾼 나. 등에서 식은 땀이 흘러 내렸다.
" 아 내일 일찍 테니스 나가야 하는데.. "
오전 6시까지 나가야 하는 운동인지라 잠을 설쳐 피곤함을 가중시키는, 머리가 돌아가는 여자귀신 꿈이 반갑지 않았다.
운동을 다녀와서는 절대 피곤한 기색을 보이지 않아야 하기에 잠은 잘 자야 했다.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했다. 꿈꾼 직후 바로 다시 자면 꿈이 연장되기에 잠을 전환시켜야 했다.
" 아 진짜 짜증나.. 내일 피곤하겠다. "
소변을 보며 혼자 중얼 거렸다. 물을 내린 후 내가 누웠던 잠자리인 거실로 향해 가는데 순간 멈칫 했다.
정말 무서웠다. 어씨...
머리가 돌아가 있는 아이 하나가,
분명 방에서 재웠는데 거실로 나와 내 잠자리 옆에서 쭈구리고 자고 있는 아이 하나가,
불편하게 자고 있는 것 같아 보여 몸을 돌려주었더니 기저귀가 새, 옷이 오줌으로 젖어 있는 아이 하나가 누워 있었다.
그래.. 진짜 무서운건 여기 있었지..
조심히 옷을 벗기고 기저귀를 벗기고 옷을 갈아입히며 깨질 않길 기도했다. 등줄기에 서늘한 땀이 또 흘렀다.
' 아 진짜 덥네.. '
자기 전 너무 더워서 켜놨던 에어콘을 보니 조용했다.
' 아놔, 진짜 덥다고 끄지 말라 했거늘... '
아내는 아이가 물놀이를 하다 감기에 걸려 콧물을 질질 흘린다며 에어콘을 못키게 한다. 그래서 일부러 혼자 거실에 나와 에어콘을 틀며 잤거늘.. 아이가 어떻게 거실에서 자는 줄 알고 에어콘을 끈거지? 진짜 대단한 엄마야..
다시 깨면 더 무서운 공포가 시작되는 둘째 육아기에 정말 조심조심 잘 옷을 갈아 입혔다.
휴.. 끝났다. 얼른 자고 내일 일찍 운동 나가야지.
우리 집에는 머리가 돌아가는 귀신보다 무서운 사람들이 산다.
- 새벽에 깨면 울며불며 난리나는 둘째아이.
- 남편이 더워서 잠을 못자는건 신경쓰지 않는, 아이 감기 걱정에 잠결에 부시시 나와 에어콘을 끄고 사라지는 여자 아줌마.
내겐 무서운 꿈도 사치인가 보다. 아 진짜 더운데 에어콘 키면 또 나와서 끄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