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릴 가는 소리, 약간의 따끔한 마취, 이런 과정들을 다 거친 다음 내 눈앞에 나온 것은 70대 어느 할머니의 이빨 사진이었다. 할머니의 X-레이 사진, 임플란트를 박은 이빨을 보니 시간이라는 것은 영원하지 않고 곧 내 이빨도 썩어 저 할머니만큼 임플란트를 박아야 할 때가 오겠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은 서글펐다. 사람은 죽는구나, 싶었다. 갓 서른이 되어서였을까 많은 것들을 포기하게 되고 많은 것들을 체념하게 되는 시간들이 왔다. 임플란트를 4개나 박은 잇몸, 아프지는 않을까 내심 걱정이 되면서도 곧 내 미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암담했다.
7살 때, 나는 충치가 정말 많았다. 한꺼번에 10개식 썩고 난리가 난 치아를 가지고 있었다. 이유아 어찌 되었던. 나는 이빨은 빠지면 새로 난다는 것으로만 알고 있는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의사 선생님께서 앞으로 솟아나는 치아는 영구치라고 하셨다. 다시는 이빨이 새로 안 나타나고 이 이빨로 ‘영원히’ 살아야 한다는 말을 하셨다. 아찔했다. 그냥 뽑고 다시 나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 약간의 좌절을 겪었었다.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었구나.
친절하다 의사 선생님은, 이번에 서울에서 새로 뵙게 된. 아버지도 가서 치료를 받으셔도 나쁘지 않다는 평을 남기실 정도면 의사 선생님은 싹싹하고 손기술도 좋으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치과 치료를 받아도 무뚝뚝하거나 약간은 싸가지없는 면이 있다만, 이번에 뵙게 된 선생님은 그런 느낌은 없으셨다. 언제쯤 되어서야 당당하게 치료를 받고 조용히 나오는 시기가 찾아올까 궁금해지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