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애정행각

- 그와 그녀

by 하연비

평소와 같은 평범한 퇴근길이었다. 여느 때와 똑같이 지하철은 사람들로 가득 찼고, 환승역에서는 지하철을 놓칠까 봐 이를 악물고, 사람들 사이로 비집고 뜀박질을 하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누구보다 빨리 내리기 위해 개폐문에 붙어있는 사람,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사람들이 다 내리지도 않았는데 꾸역꾸역 밀치고 들어와 앉는 사람, 혼잡한 틈을 타 새치기하는 사람 등등 퇴근길에는 이기적인 사람들이 모두 모여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

되지 않고 앉을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세상과의 소음을 차단하고자 이어폰을 귀에 쑤셔 넣었다. 퇴근길 만원 지하철의 소음은 비명소리로 가득 차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옆에 한 남자가 앉았다. 그는 등받이에 등을 뗀 채로 지하철 안내전광판을 계속 주시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나는 처음에 그가 내릴 곳을 기다리는 줄 알았다. 만원 지하철이기에 한 정거장 전에 미리 준비를 해야 내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가 기다리던 정류장에 지하철이 멈추고, 누군가를 애타게 찾았다. 그리고는 곧 한 여자가 등장했다.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연인관계임이 분명했다.


그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그리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 역시 사랑스러운 눈빛과 말투로 상냥하게 거절했다.


“오빠가 더 멀리 가잖아, 나는 괜찮아”


이어폰을 끼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그 말 한마디가 나의 귓속으로 스며들어왔다.


그리고 둘은 서로를 마주 보며 손을 맞잡았다. 그는 앉아있는 채로, 그녀는 서 있는 채로. 둘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잘 들리진 않았지만 시끄러울 정도는 아니었다.


작은 목소리로 서로가 서로에게 사랑을 속삭였다. 말 한마디 한마디 사이에 웃음이 끊이질 않았고, 맞잡은 손은 웃음소리와 함께 위아래로 흔들렸다.


그의 옆에 앉아있는 나로서는 평소와는 다른 느낌의 퇴근길이었다. 이전에는 옆사람이 휴대폰 타자를 치는 움직임조차도 불편해했었는데, 이상하게도 그날은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딱 그 시절, 그때만 할 수 있는 참 예쁜 모습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과하지 않은 애정행각. 남들이 불편해하지 않는 애정행각. 지하철에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최대한의 애정행각이 딱 그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