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MBA가 결정되었다

by 양털

(22년 1월에 쓴 글)


블로그를 기록하면서 깨달은 게 있다면 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기록하는 걸 정말 못한다.

나 혼자 조용히 지지고 볶고를 마친 후에 결과만 공유할 수 있는 사람... SNS에 안 맞는 사람 흑흑...

MBA 이후의 진로도, 최종 결론이 나고 한국에 들어온 후에야 정리해 보게 되었다.


post MBA 라고들 부르는 MBA 이후의 진로는 사실상 MBA의 목표이다. 특히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잡을 구해야 하는 INSEAD 학생들에게는 목표를 넘어 거의 MBA에 온 목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실제로 나도 1월에 입학한 후 짧은 적응 기간을 거쳐 3월~5월에는 여름 인턴 구직 활동에, 9~11월에는 풀타임 구직 활동에 매진하였다.

이 과정에서 많은 친구들이 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내 상황을 어렵게 만든 이유는 세 가지.

1. 여름에 했던 제약사 인턴십에서 풀타임 오퍼를 못 받음

인턴십이 끝나고 거의 3주나 시간을 끌었는데, 결국 오퍼를 받지 못했다. 회사 분위기와 업무 속도가 릴랙스했던 반면에, MBA 인턴에게는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바랐던 것 같다.

두 달 동안 만족하면서 일하기도 했고 프로젝트 내용도 괜찮다고 생각했던지라 마음의 상처가 다소 있었음...


2. 졸업 후에 있고 싶은 지역을 결정하지 못함

졸업 후에 싱가포르에서 일하고 싶은지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지를 끝까지 못 정했다. 여러 방면의 장단점이 서로 달라서, 동일 선상에서 판단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3. K 방역을 능가하는 싱가포르의 무시무시한 S 방역

싱가포르는 사적 모임 인원수를 2명까지 제한하는가 하면, 한국에서는 이제야 찬반 논란이 벌어지는 백신 패스와 전 국민 동선 파악을 이미 하고 있었다. 거기에 반발하는 국민들이 없는 것도 충격이거니와 외국인들은 규칙을 안지킬 시 추방당할 위험이 (말그대로 추방) 있어서 강제로 수행자의 삶을 살았다.


이 문제들에 나름대로 대응한 방법은 이러했다.

1. 인턴: 납득이 되었다

미국의 다국적 기업에서 일해본 경험은 처음이었는데, 실제 업무야 어찌 되었든 리크루팅 과정이 명확하고 합리적이라고 느꼈다.

오퍼가 불가함을 통보하는 미팅을 30분 가까이 했는데, 본인들이 원했던 MBA hire의 상과 내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 주었고 그럼에도 좋게 평가하는 부분들도 세세히 알려주었다.

듣고나니 탈락의 이유를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고, 이 모든 걸 알고 나서 다시 인턴을 한다고 해도 나는 그들이 바라는 핏을 낼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제약/바이오라는 새로운 산업을 알게 되었고 또 배운 점이 있다는 걸로 만족했다.


2. 지역: 진리의 케바케

이건 끝까지 결정할 수 없어서 그냥 케이스 바이 케이스 했다. 예를 들어 컨설팅은 한국어로 일하는 메리트를 살리기 위해 서울 오피스로,

테크 회사는 직무는 아쉽지만 규모가 더 큰 싱가포르로 지원하는 식이었다. 이렇게 해서 최종 합격한 곳 중에 돈을 더 많이 주는 곳으로 가자고 생각했는데

결론적으로는 하나밖에 합격을 못해서...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3. 코로나: 할 수 있는 걸 하기

2021년에만 4개국의 방역 정책을 경험한 자로서 정말 할 말 많고 억울한 에피소드 많지만... 개인이 할 수 있는 바는 정말 본인이 처한 상황에 적응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모임은 가급적 집 안에서 한국인들만 만나는 걸로 줄이고, 혼자 있는 시간에는 싱가포르에 여러 지점이 있는 요가 스튜디오를 등록해서 요가하러 다니는 취미를 들였다.


이렇게 하나하나 나에게 닥친 문제들을 풀어가면서, 다행히 너무 큰 동요 없이 취업 과정을 견딜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내가 한 것이 정답은 아닐 수 있고, 지금 돌이켜보니 그렇다는 거지

당시에는 답도 보이지 않고 정말 내가 우울증인가 싶은 날도 있었다. 운이 좋게도 힘든 시간이 오래간 편은 아니고, 10월 말에 한 컨설팅 펌의 서울 오피스로 거취가 결정되었다.

MBA가 정말 신기한 곳이고 누군가에겐 Life changing 하는 경험인 것이, 과거에 나는 MBA 지원서에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아시아 지사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썼었다.

그러다가 제약사에서 인턴을 했고 이제는 컨설턴트 뉴비로서의 새로운 라이프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 돌아와서 가족들과 시간도 보내고 못 만났던 사람들도 만나고 있다. 이전 회사 사람들을 만나면 MBA에 가서 공부는 많이 했는지 뭐를 배웠는지 묻곤 하는데, 그에 확답을 못하고 있다.

그건 내가 새로운 일을 하면서 문제에 부딪혀 봐야 알지 않을까 해서.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내 인생의 이 시점, 이 나이에 이 모든 걸 경험할 수 있는 곳은 MBA밖에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 경험이 매우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p.s. 컨설턴트들의 일상 기록이나 vlog를 찾아보고 있는데 도통 나오지 않는다.. 그런 거 할 시간 따위 없는 걸까

작가의 이전글MBA 중반부에 접어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