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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누 Jan 27. 2024

결 : 거칢에 대하여

어떤 결의 사람일까


한국 사회의 모습을 고찰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보았던 사회과학서적을 좋아했었다. 지금은 소시민 1로 살아가고 있어서인지 인문·사회 서적은 어떤 책들이 있는지만 스윽 보고 지나간다.

대학생 때엔 박노자 교수의 『비굴의 시대』 , 『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 『당신들의 대한민국 1,2』를 좋아했었는데 어디서 본 것 같은 이야기만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억이 정확히 나진 않지만 ‘양심적 병역 거부자’, ‘민족주의’의 허상에 대한 비판 등에 공감을 했었던 것 같다.


에세이는 잘 읽지 않는 편이라서 『결 : 거칢에 대하여』를 책모임 도서로 접했을 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취향도 취향이지만 개인의 경험을 디테일하게 담아내는 장르이기에 저자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의심을 하면서 읽어 나가기 때문이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저자가 쓴 책이기에 그 의심은 좀 덜어진 상태로 읽어 나갈 수 있었다(?) 


1장에서는 몸의 자유 챕터가 가장 인상 깊었다. 폭력이 만연한 사회에서 폭력을 당하지 않을 유일한 길은 힘을 갖는 것이다. “억울하면 출세하라!” “부자 되세요!” 곧 권력과 금력이다. -57p- 


친절과 배려, 환대와 겸손은 손해 보는 일이 되었고, 스스로 나약한자, 패배자, 낮은 자임을 인정하는 표시가 되었다. 양보도 마찬가지다. -58p


학교를 벗어나 9시 출근자들과 대중교통을 매일 같이 이용하면서 많이 느낀다. 양보와 환대의 경험보다는 냉소와 외면의 순간을 더 많이 보았던 것 같고. 나 역시 양보와 환대의 영역에 손을 내밀었던 적 보다는 외면을 선택했던 때가 많았다. 한국 사회가 구성원 간의 갈등을 조정하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구조적 폭력 등에 관심이 많았던 역사는 거의 없고 현재까지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은 꽤 암울한 것 같다.


‘회의하는 자아’가 내가 해야 할 도리를 찾는 것이라면, 회의하는 자아를 위한 행위야말로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할 텐데, 삶을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많이 약한 나는,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는 자아만 보여서 슬프다. 다들 껍데기만 자유인으로 살아가면서도 사실은 자유인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거나 아니면 그 조차 의식하지 않고 살아지는대로 살아가거나..! 


우리가 바라는 사회는 남이 대신 만들어주지 않는다고 할 때, 시민들의 적극적인 연대활동과 올바른 정치참여만이 그 길을 열어줄 것이다.’라는 책의 마지막 문장은 다소 진부하고 원론적인 말로 들릴 수도 있음에도, 저자가 고민했던 지점들에 공감을 하다 보니 많은 가르침과 위로를 받을 수 있었던 에세이였다. 


우리 모두에게 겸손함이 필요하다. 의지로 회의하는 자아가 되어 나부터 변화하고 성숙하자.

-180p-


교훈적인 문장을 적어놨지만, 교훈적인 이야기만 하는 에세이도 아니고, 오히려 친절하게 내가 어떤 결의 사람인지, 어떤 결의 사람이 되고 싶은지 질문을 던져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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