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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스타벅스에 가보고 든 생각

일상의 작은 여유

by 조이영 Mar 22. 2025
2023. 폴란드 바르샤바2023. 폴란드 바르샤바


폴란드 바르샤바에 있는 스타벅스 사진이다.

여름휴가로 갔었던 8월 말의 바르샤바는 너무 더웠다.

한참을 걷다가 더위에 지쳐갈 무렵 스타벅스가 눈앞에 확 들어왔다.

더운 여름. 도보 여행자들에게 얼음이 가득 들어간 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은 실패 없는 아이템이다. 

나는 고민 없이 스타벅스에 들어가서 아이스아메리카노 2잔을 주문했다.

어려 보이는 남자 점원이 주문을 받았는데,

주문을 받고 나서는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라고 물으며 컵에 이름을 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른 나라를 여행했을 때도 스타벅스에 가면 종종 있었던 일이어서, 

이름을 말해주었다. 고객친화적인 마케팅을 하는 스타벅스에서 고객의 이름을 직접 적어준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상하지 않았다.

그 남자 점원은 내 이름을 정성 들여 적고 나서, 다시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친구 이름은요?"

그리고 펜을 들고 진지하게 다른 컵에 이름을 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네?" 그 모습을 보자 나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친구 이름까지 물어볼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커피 주문하는데, 친구 이름까지 물어볼 일인가.

내 웃음의 이유를 이해했는지, 그 점원도 함께 따라 웃었다. 

그리고는 알겠다는 듯 다른 컵에도 내 이름을 적었다. 

더위 때문에 지쳐있던 나에게 작은 웃음을 선사해 준 사건이다.


'커피를 주문하기 위해서 친구이름까지 말해야 했던'이 사건은 그 이후에도 종종 생각난다. 

우리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름은 사전에 앱에 입력해놓아야 하고,

주문은 빠르게 키오스크에서 해야 한다.

뒤에서 누가 기다리 기라도 하면 메뉴를 고민할 틈도 없어진다.

출근 시간에는 어플로 미리 주문해 놓는다.

출근 시간에 커피가 늦게 나오면 컴플레인도 있고, 주문취소도 발생한다.

우리는 빠른 것에 참 익숙하다. 

나도 한국사람이라 그런지 기다리는 것이 참 어렵다.

성격도 급하다.

비효율적인 것은 참을 수 없다.

어디 가도 우리나라만큼 빠르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별로 없다.

하지만, 폴란드 바르샤바에서의 스타벅스를 생각하면,

바쁜 일상에서 잊고 사는 것을 떠오르게 한다.

조금 더 '인간적인 것'.

누군가의 이름을 물어봐 주는 것.

커피를 기다리며 잠시 사색에 빠질 수 있는 여유.

커피를 마시면서 잠시 내 생각을 끄적일 수 있는 여유.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해 보는 여유.

사무실 옆자리에 앉은 동료의 일상을 궁금해하는 것.

그리고 그 일상을 소소하게 주고받는 것.

지하철역 앞에서 전단지를 돌리는 사람을 지나치지 않고 친절하게 받아주는 여유.

뭐 그런 것들.

일상에서 가질 수 있는 작은 여유들.

기억해야겠다.

매일매일이 바쁘고 분주하겠지만, 이런 작은 여유들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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