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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우주 Mar 23. 2020

개 키우는 데 얼마 들어요?(2)

저는 개를 키우고 싶지 않은데요 27

구충제   340,000

혁구를 돌보기 시작했을 무렵, 혁구 몸에 진드기가 여러 번 붙어 있었다. 우선 외부기생충약 프론트라인(Frontline)을 발라줬다. 심장사상충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를 하고 나서는 내부기생충약 하트가드(Heartguard)를 먹였고, 그 후부터 내외부 구충이 한 번에 되는 넥스가드 스펙트라(Nexgard Spectra)를 먹이고 있다.

어떤 약으로 구충을 하는 게 좋을지 꽤 오래 고민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약 종류가 생각보다 많았고 약마다 구충 범위가 달랐기 때문이다. 관련 정보를 찾아볼수록 사람들의 의견도 다양해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넥스가드가 구충되는 범위가 넓은 데다가 바르는 약이 아니라서 ‘동거견’이 핥을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다른 약에 비해 출시된 지 얼마 안 돼 불안하고 포함된 신약성분이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혁구가 그 확률에 들어가지 않기를 바라며 넥스가드를 먹였다. 다행히 문제는 없었다. 한 달이 지나 한 알을 더 먹이고, 또 한 달이 지나서 한 알을 먹이고... 먹이는 동안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과 약을 바꿔야 하는 건지 고민은 계속되었다. 그렇게 열 달이 흐른 시점에야 ‘이 정도 먹였으면 그냥 계속 먹이자.’라는 생각이 들어서 고민을 끝내고 일 년치를 주문했다. 

넥스가드는 네모난 고기 간식처럼 생겼다. 혁구는 어느 날에는 날름 집어 먹고, 보통은 냄새를 맡고 안 먹으려 하거나 입에 물었다가 뱉어낸다. 그럴 때에는 약을 조각내어 간식에 섞어 주는데 귀신같이 간식만 골라먹다가도 여의치 않다는 걸 알아채고는 그냥 다 먹는다. 혁구가 예민한 성격인데도 약을 먹을 때에는 비교적 까탈스럽게 굴지 않아서 고맙다. 


각종 물품과 소모품   180,000

리드줄, 하네스, 배변봉투, 빗, 샴푸, 보습제 등 혁구를 돌보는 데 구입한 최소한의 물품과 소모품이다. 혁구를 돌보는 사람들이 자비로 마련하시거나 선물로 주신 물건이 구입한 것보다 훨씬 많다.

맨 처음 산 물건은 목줄이었다. 혁구를 데려올 때 걱정이 돼서 이동장을 사려고 했지만 근처 동물병원에는 혁구가 들어갈 만한 크기의 이동장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일단 제일 싼 1m 남짓한 리드줄과 세트로 된 목줄을 사 갔다.

하지만 그 줄은 너무 짧아서 산책을 하는 게 어려웠고, 새로 자동리드줄을 샀다. 한 손으로 줄의 길이를 조정할 수 있어서 편했고, 공터에서 혁구가 마음껏 돌아다닐 때 내가 덜 움직일 수 있어서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었는데 자동리드줄의 단점을 여러 차례 듣게 됐다. 그중에서도 줄이 감기는 힘 때문에 개가 줄을 당기는 습관이 들 수 있다는 얘기가 가장 마음에 걸렸다. 관련한 자료와 정보를 찾아보고 산책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3m 짜리 일반 리드줄을 샀다. 길이가 적당한 줄을 사용해 보니 혁구의 행동을 빠르고 정확하게 제지할 수 있어 좋았다. 

몇 달 후, 혁구는 새로 산 리드줄을 잘근잘근 씹어서 끊어버렸다. 줄을 물고 흔드는 혁구를 말린답시고 나도 줄을 잡아당겼는데 그때는 그 행동이 혁구를 자극한다는 걸 몰랐다. 혁구가 그런 행동을 할 때 관심을 주지 않으면 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이제 혁구는 줄을 물고 흔들거나 씹지 않고, 덕분에 지금 쓰는 리드줄은 망가뜨리지 않고 잘 사용하고 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경험하기 전에는 모르는 것들이 있다. ‘개가 크면 클수록 돈이 많이 든다’는 사실도 그렇다. 혁구는 몸무게 11-12kg 정도로, 중형견으로 분류된다. 소형견보다 사료도 많이 먹고, 약도 더 먹어야 한다. 작은 개가 한 알을 먹는다면 혁구는 세 알을 먹는 식이다. 연고나 보습제도 바를 데가 넓으니 한 번에 더 많은 양을 쓰게 된다. 그에 따라 돈도 많이 든다. 혁구는 털이 어느 이상으로 길지 않는 단모종이라 해당되지 않지만 털을 잘라줘야 하는 경우에도 개의 크기에 따라 비용 차이가 난다. 

크기뿐 아니라 견종, 타고난 건강과 체질에 따라 개를 키우는 데 드는 돈은 천차만별이다. 그렇다 보니 ‘개를 키우는 데 얼마가 든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사람의 생활도 가지각색의 다양한 모습이듯 혁구를 돌보는 데 쓰인 돈, 그 액수와 사용내역도 혁구라는 한 개의 모습일 뿐이다.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간다’는 말처럼, 어쨌든 사람이나 개나 사는 데에는 돈이 든다.  


사느라 애쓴다, 혁구. ⓒ bich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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