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의 수도 프라하를 가로지르는 블타바(Vltava) 강은 독일 명칭으로는 몰다우 강이라 불리운다. 총길이가 435㎞로 보헤미아 남서부의 보헤미아 산림 지대에서 발원하여 남동쪽으로 흐르다가 북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프라하를 관통한 후 프라하 북쪽 30km 지점에서 독일의 엘베 강과 합쳐진다. 이 강은 체코의 작곡가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 가운데 <몰다우>라는 곡을 통하여 전세계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강이다. 매년 5월 스메타나의 기일을 기념하여 열리는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제가 열린다. 이 음악제의 시작을 알리는 곳은 구시가지에 위치한 스메타나 홀인데 그의 대표 교향시인 <나의 조국>을 연주하면서 음악회는 시작된다. 이 음악은 나뭇잎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모여 마침내 프라하를 가로지르는 블타바 강이 되어 도도히 흘러가는 모습이 연상된다.
프라하 블타바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들 중 가장 유명한 다리가 카를교이다. 1357년 프라하를 휩쓴 홍수로 기존의 다리가 유실되자 카를 4세에 의해 블타바 강을 가로지르는 새로운 다리를 건설되기 시작하여 1402년에 완공이 되었다. 16개의 아치가 떠받치고 있는 이 다리는 건설 당시 다리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흙에 달걀 노른자를 개서 몰탈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이 때 필요한 달걀 노른자를 마련하기 위해 온 나라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달걀을 보내왔는데 어떤 경우에는 운반중에 달걀이 깨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삶은 달걀을 보내오기도 하였다 한다.
이후 이 다리는 460여 년간 블타바 강을 건너 구시가지 광장과 프라하 성을 연결하는 유일한 다리였다. 처음에는 마차가 다닐 수 있었으나 지금은 보행전용의 다리로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제되었다. 다리의 양 끝에는 화약고라고 불리우는 게이트가 세워져 있는데 원래는 다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통행세를 받을 목적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다리 길이 516 m, 폭 9.5m인 다리 양 옆으로 성 요한 네포무크, 성 루이트가르트, 성 비투스 등 체코의 유명한 성인 30인의 성인이 조각되어져 있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양쪽으로 15개씩 줄지어 서있는 조각상들은 1683년부터 1938년간 약 250년에 걸쳐 프라하의 최고 조각가들에 의해 제작되었다. 현재 다리위에 있는 조각들은 모두 모조품이며 원작품은 라피다리움 국립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카를교에 상설 야외 조각 전시장을 만들어 보려는 구상은 로마의 산탄젤로 다리에서 따온 것이었다. 30개의 성인상 중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조각상은 '성 얀 네포무크'의 동상이다. 1393년 당시 왕의 사랑을 받지 못했던 왕비는 외로운 마음을 달래고자 왕이 전쟁터에 나간 사이에 장군과 사랑에 빠졌다. 왕비는 자신의 죄를 자신의 고해 신부인 네포무크에게 고하고 용서를 구했다. 하지만 왕비의 시녀가 왕에게 모든 것을 고하자 왕은 크게 분노하였다. 이 과정에서 왕은 왕비가 네포무크에게 고해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왕은 네포무크에게 왕비의 고해 내용을 말하라고 추궁하였지만 네포무크는 신의 대리인으로서 고해성사 내용을 밝힐 수는 없다고 거부하였다. 왕은 ‘나에게 왕비의 고해성사 내용을 알려줄 수 없다면 한 생명에게라도 말하라’라고 제안을 하였다. 이 제안에 대해 네포무크는 잠시 생각하더니 마침 왕의 옆에 있던 개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속닥속닥하여 왕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왕에게 말하였다. 이에 분노한 왕은 네포무크에게 온갖 고문을 하였고 끝내 그의 혀를 자르고 돌에 묶어서 강물에 던져버렸다. 그런데 그의 시신이 강물에 닿자마자 5개의 별이 나타났다 한다. 네포무크의 동상 머리 위에 얹혀진 둥근 원 속에 별이 5개가 있는 이유는 그때 나타났던 5개의 별을 의미한 것이다. 사람들은 그의 시신을 찾으려 애를 썼으나 당시에는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한다. 그러다 신기하게도 3년이 지난 후에야 블타바 강에서 그의 시신이 나타났다 한다. 이러한 일로 네포무크는 목숨까지 버리면서 위기에 처한 사람을 지켜주는 수호성인으로 추앙을 받게 되었다. 이후 사람들은 카를교 난간에 십자가 표식을 새겨 넣었고 1683년 네포무크 동상을 세웠는데 동상을 세운 이후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네포무크 동상 앞에서 소원을 빈 사람들의 소원들이 이루어진 것이다. 네포무크는 다리에서 떨어질 때 “내 마지막 소원을 이 다리에 바치노니 이 다리에 선 자는 모두 소원을 이룰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한다. 동상의 하부 좌대에는 강물에 던져지는 얀 네포무크 신부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다리에서 강으로 내던져지는 네포무크의 입부분(정확하게는 혀부분)에 손을 대고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어 여행객들의 손길이 많이 닿은 부분이 황금색으로 반질반질해져 있다. 다리위에서 내던져지는 네포무크의 앞쪽에 고개를 돌리고 있는 여자가 왕비이고 그 옆에 칼로 왕비를 위협하고 있는 군인모습이 바츨라프 4세이다. 왼쪽 동판에는 우측에 왕비가 신부에게 고해성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작게 새겨져 있고 좌측에 바츨라프 4세가 그의 애견을 쓰다듬고 있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 왕비의 고해성사 내용을 개의 귀에다 소곤거리며 말을 하였던 바로 그 개의 모습이다. 덕분에 왕비는 무사할 수 있었고 네포무크는 물론 개도 왕에게 사실을 알리지 않아 충절의 상징이 된 것이다. 이리하여 네포무크의 동상 좌대의 왼쪽에 있는 개에게 손을 대고 빌면 애인이나 배우자가 충성스럽게 평생 자신에게 잘 해 준다고 믿어 왼쪽 동판의 개도 많은 사람들이 손길이 닿아 반질반질하다.
프라하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에 등재될 정도로 아름다운 도시이다. 그 가운데 프라하 시를 가로지르는 블타바 강에 놓여진 카를교는 좌우로 도열해 있는 30개의 조각상으로도 아름답지만 얀 네포무크 상과 같은 흥미로운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 더욱 많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이 다리로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