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외삼촌, 외숙모라는 호칭
넌 친탁이네, 외탁이네
외갓집, 처갓댁 등등
너무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던 당연한 말들을 나는 더 이상 쓰지 않기로 했다
다들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지만 '외가'라는 표현에는 여자에 대한 암묵적인 하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친가와 외가의 뜻을 살펴만 보아도 그렇다
친할머니의 친은 친할 친
외할머니의 외는 바깥 외
뭐 그렇게 피곤하게 사냐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지만 깊이 따져보지 않아도 차별이 있는 게 사실이다
언어에는 힘이 있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의미 없는' 호칭이란 핑계는 가 당치 않다
특히 자라나는 내 아들, 우리 반 아이들에겐 더 그러하다
별생각 없이 위와 같은 호칭을 쓰던 내가 갑자기 마음을 바꾼 건 우리 반 아이가 '외할머니'라는 표현을 못 알아들었던 때부터다
통영에 계신 외할머니를 뵈러 다녀온다고 부모님이 결석을 예고하셨고 이후 잘 다녀온 친구에게 아무 생각 없이
"외할머니댁 잘 다녀왔어?"라고 물었다
"외할머니요? 그게 뭐예요? 통영 할머니 보고 왔는데?"
"통영 할머니? 그럼 엄마 할머니야 아빠 할머니야?"
"음.. 엄마 할머니요!"
그러고 나서 그 친구가 다른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는 걸 들어보니
지역이름을 붙이거나 엄마할머니라고 호칭하는 경우가 많았고 '외'라는 단어는 접해보지 않은 아이들도 꽤나 있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나도 아이를 낳으면 '외'자는 쓰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했던 게
다행히 이런 의견을 존중해 주는 남편을 만났고
아직 말은 할 줄 모르지만 우리는 '서산 할머니' '서울 할머니'라고 들려준다
남녀평등이라니 너무 오래전 얘기 아니냐고
역차별이 더 많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고
남녀갈등이 심한 것도 사실인 세상이지만
입 밖으로 내면 단어가 되고 단어들이 모여 언어가 되면
그 언어가 가치관이 되기 때문에
굳이 굳이 불편함과 잔소리를 감수하고서라도 그렇게 부르련다
뭐 남들이 부르는 것까지 내가 사사건건 시정해 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내 아들에게는
그리고 우리 반 친구들에게는 피해야 할 표현임을 그 이유를 전해주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