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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시대 생존 이야기
by Narsass Jul 30. 2018

보수적인 회사의 창의적인 입사시험

닌텐도는 사람을 어떻게 뽑는가


<닌텐도 편>

1. 변화하려면 정말 바꿔야 할 것을 바꿔라

2. 오래가고 싶다면 이 기업을 주목해라

3. 교토, 실리콘 밸리 그리고 한국

4. 뿌리는 어떻게 만들어 가는가

5. 닌텐도는 어떻게 사람을 뽑는가


채용 시스템의 변화

90년대 중반만 해도 회사에 한 번 들어가면 어지간하면 나올 일이 없었고 한번 입사하면 정년 퇴임할 때까지 평생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사오정, 오륙도라는 말이 생겨나더니 급기야 30대에 대기업에서 대리가 명예퇴직을 당하는 일마저 벌어지더니 급기야 입사 3개월 차 대기업 명퇴자가 튀어나오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는 세 가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구직자의 경우, 평생직장은 없으며 커리어도 시대에 맞게 변화해나가야 한다는 것

회사의 경우 더 이상 이직을 많이 한 사람, 특이한 경력의 사람을 배척하면 안 된다는 점

회사에 맞는 사람을 고르는 법을 다시 연구해야 한다는 법


세 번째는 무슨 이야기인가. 중국, 인도가 거세게 추격해오고,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가 새로운 소비시장으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한국의 기업 상당수는 경쟁력이 없다, 김상조 공정위원장, 장하성 정책실장이 늘 하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이면 기업도 자기 전략에 맞춰 사람을 뽑아야 한다. 지속적으로 기존 사업의 원가구조를 손봐가면서 매출을 올리려면 관리능력이 좋은 사람을, 새로운 아이템으로 성장하고 싶으면 창의적인 사람을 뽑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조직문화에 맞는, 조직가치에 맞는 사람을 뽑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채용 시스템은 스펙(Spec) 경쟁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기존 시스템을 운영하는데 주력하기 때문에 시스템을 빨리 배우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시스템을 운용할 수 있는 사무능력, 학습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렇게 스펙 화하면 관리하기도 싶다. 시스템화 된 기업은 일부 브레인이라면 모를까, 대부분은 하나의 기능만을 수행하는 게 고작이다. 그리고 구성원이 퇴사했을 때 그 기능을 다른 사람이 대체하기 쉽게 만든다. 이를 위한 매뉴얼이고 이를 위한 교육이다. 


하지만 닌텐도 같은 기업, 보수적인 시스템을 가진 사람이 창의적인 조직을 관리하는 곳은 마냥 스펙 싸움을 하게 하지 않는다. 아니 그 회사가 애초에 스펙 타령을 하는 게 무리일지도 모른다. 신화를 쓴 사람들 태반이 무스펙에 가까운 사람들이었며, 그 DNA가 지금까지 살아있으니까.


그렇다면 닌텐도는 어떻게 사람을 뽑을까?


이후 내용은 한국, 일본의 지인들 그리고 구직정보 사이트인 글라스 도어 (GlassDoor), 쿠치 코미(クチコミ) 등에서 정보에 기초하여 작성하였다. 내용이 주관적이며, 객관적인 사실과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이해해주시길 바란다.


정리해보면 닌텐도는 일본에서도 유난히 보수적인 조직, 깐깐한 조직으로 손꼽히지만 채용은 상당히 열려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수적이면서 열린 채용


일본 닌텐도는 일본의 다른 게임회사에 비해 급여, 복지 그리고 근속 조건이 좋다. 역시 대기업급 게임회사에 다니는 프로듀서들의 말을 빌리면 '압도적으로 좋다'. 히다치, 도시바, 캐논, 후지쯔와 비교해도 꿇리지 않는 수준이기에 게임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이 지원한다.


학력과 학벌은 분명히 영향을 준다. 하지만 우수한 학벌만으로 커트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현직 입사자, 채용시험, 면접을 경험한 사람들도 동의하는 내용이다. 심지어 이런 정책은 한국에도 영향을 줬는지 2006년 한국 닌텐도가 초기에 필수적인 인원을 확보, 셋업을 마치고 6월에 일본계 헤드헌팅사와 1차 채용을, 2006년 말에는 포털 사이트를 통해 2차 채용을 진행했다. 


이때 1차 채용에 참가한 사람들의 정보, 2차 채용을 진행한 포털 사이트의 구직자 분포를 보면, 고졸 인원이 상당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에 이야기했듯, 교토기업은 상당수가 해외 매출이 더 크다. 닌텐도는 거의 70% 수준이다. 그래서 현지와 비즈니스 할 사람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일본 기업처럼 특정지역에 사는 순수 일본인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이는 다른 지역의 일본 기업과는 상당히 다른 부분이다. 아직 일본 채용 시장은 특정 인종, 특정 대학 출신은 일정 급수 이상의 회사에는 지원 못하는 시장이라고 한다. 물론 이전부터 스퀘어에닉스 같은 미디어 사는 한국인을 채용하기로 유명했고 최근에는 닛산자동차가 한국인을 대량 채용하는 등 예외상황도 발생한다. 


매번 채용설명회에는 회사를 알 수 있는 독특한 팜플렛을 제작해서 배포한다. 이게 상당한 레어템이 될 때도 있다. 특히 채용이 적은 해라면 [출처 : 야후옥션]


닌텐도 채용의 진행


닌텐도의 채용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지원서 작성 (엔트리 시트(ES) 작성이라고 한다)

・웹페이지 테스트. 주로 영어나 인적성 검사

・1차 시험 (개인면접, 그룹토의, 필기 테스트 중 해당 직무에 필요한 것만 진행)

・2차 시험, 최종면접


일본의 채용사이트에서는 닌텐도에는 도쿄대, 교토대 출신들이 널렸다는 도시전설이 많이 적혀있다. 삼성전자에는 SKY만 입사한다는 것과 비슷한 이야기다. 하지만 정작 삼성전자 입사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임원이라면 모를까 여기만큼 여러 학교에서 골고루 뽑는 회사도 없다고 말한다. 이는 사실이며 닌텐도에게도 사실이기도 하다. 

다만 닌텐도는 학력, 학벌은 보지 않되 학습능력은 아주 까다롭게 평가한다.


우선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의 70% 수준인 만큼 해외인력 비중은 높다. 그런데 다른 일본계 기업과는 달리 닌텐도는 TOEIC 등의 영어시험을 요구하지 않는다. 물론 참조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해외사업부의 경우 어학성적이 아니라 직접 제작한 영어시험 툴을 사용한다. 난이도는 센터시험(일본의 수능)의 상위권 정도는 되어야 합격할 수준이라고 한다.


이런 전통은 각국의 닌텐도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듯하다. 한국닌텐도에 모 유명 대학의 외국어학과가 떨어지고, 전혀 상관없는 전공의 사람이 번역팀에 들어간 것도 봤으니까.


그리고 여기서 합격하면 본격적인 필기시험이 치러진다.

이런 게임이 괜히 만들어진게 아니다 [출처 : 닌텐도]


한국에서 대기업 필기시험은 또 하나의 수능이다. 국어부터 시작해서 비즈니스 에티켓까지 모두 시험으로 나오는 형식이다.


하지만 닌텐도의 경우, 완전히 전문분야의 시험만을 친다. 이런 회사는 일본에서도 극히 드문데 닌텐도는 문제은행에서 빌려오는 것이 아니라 직접 문제를 인사/교육팀에서 만든다고 한다. 누가 콘텐츠 대기업 아니랄까 봐.


공통시험도 존재한다. 구글에서 실시하였었던 페르미 문제 같은 것이다. 


* 페르미 문제(Fermi Problem): 페르미 추정(Fermi Estimate)으로도 불린다. 어떠한 문제를 기초지식과 논리만으로 풀어나가는 것을 말한다. 정답보다는 사고력이 중시되기도 하다. 대표적인 예는 ‘골프공 표면의 구멍은 몇 개인가’.


 닌텐도는 스펙, 학벌보다는 어려운 문제를 풀어나가는
 학습력을 많이 보는 회사다. 


닌텐도의 공식 발언이 아니므로 가려 들어야겠지만 이런 전형방식 덕분에 해외사업부에 외국 명문대 유학파가 떨어지고 일본의 대학 영문과가 합격하는 일도 벌어진다고 한다. 이게 과연 합리적 일지는 여기서 단언할 수 없는 문제다.



철저하게 목표만을 본다


면접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다만 그 질문은 공통적으로 YES/NO로 대답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특징이 있다. 저자가 얻어낸 질문이 수백 가지인데 그중 몇 가지만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당신은 어떤 닌텐도 게임기를 갖고 있습니까 (업무부)

최첨단 기술을 게임에 접목하는 아이디어가 있습니까? (프로그래머)

학창 시절을 어떻게 보냈는지, 이 생활이 어떤 자신의 특성을 만들었는지요? (개발팀)

닌텐도에서 일하는 것에 특별한 매력이 있을까요? (영업부)


다만 경력직의 경우에는 문제가 다르다. 닌텐도는 대우가 좋은 데다가 사람을 잘 안 자르기로 유명하다(일본, 미국 등 지사형태로 남은 곳 한정, 연락사무소는 예외). 그래서 경력직 채용은 공고가 나기보다는 헤드헌터를 통해 뽑는다. 이과정에서 역량, 닌텐도에게 어울리는 사람인지만 평가되고 학력, 학벌, 인종은 묻지 않으며 국적은 법률상 해당국에서 근무가 가능한 경우라면 문제 삼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듯 닌텐도는 꽤 열린 채용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개중에는 게임회사니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판단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닌텐도의 사업조직과 한 번이라도 일해봤거나, 사업을 진행해 봤다면 이는 쏙 들어갈 것이다. 일에서는 누구보다도 엄격하고 까다로우며 고집 센 회사이기 때문이다.



뭣이 중한데?


이런 채용방식을 택한 이유는 정말 중요한 것만 고집하기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1. 닌텐도는 시스템을 중시한다

닌텐도는 세계에서 최초로 콘솔 게임 비즈니스를 한 회사는 아니지만 훌륭히 작동하는 콘솔 게임 비즈니스 시스템을 만든 회사다. 그래서 사업부를 이끌어나가는 사람은 매뉴얼을 잘 지키고 이를 중시하는 성격의 사람들만 골라낸다. 


2. 반면 창의성도 중시한다

반면 크리에이터를 뽑는 시험은 상당히 비 정형화되어 있다. 이는 닌텐도는 물론 전 세계 게임사에서 신화를 이룩한 미야모토 시게루가 학벌이나 스펙으로 골라냈으면 절대 닌텐도에 뽑힐 인재가 아니었던 점, 닌텐도의 신화를 구축한 요코이 군페이가 전혀 상관도 없는 분야에서 신화를 이룩한 점 때문이다. 이런 의외의 경험이 기업문화에 배어있기 때문에 학벌보다는 철저하게 학습능력위주다.


여기까지는 일부 회사도 쉽게 도입할 수 있고, 일부 회사는 실제로 실행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닌텐도의 중요한 특성은 다른데 있다.


3. 양쪽은 서로에게 간섭하지 않는다

게임회사 닌텐도의 아버지, 고 야마우치 히로시는 회사 내의 모든 것을 혼자서 결정하는 독재자였지만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았고, 장점을 인정할 줄 알았다. 게임을 기획하는 데는 미야모토 시게루가 더 뛰어난 것을 알았고 하드웨어 아이디어는 요코이 군페이가 뛰어난 것을 알았기에 본인은 가격, 시장만 정해주고 그 과정은 일절 터치하지 않았다.


이런 것 때문에 닌텐도는 사장 독재 시절에도 사장 - 크리에이터 대표 미야모토 시게루 - 하드웨어 관련 대표 다나카 겐요가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졌고, 서로의 영역에는 간섭하지 않았으며 이후 사장은 경영의 대표로서 삼두 정치를 이뤄나갔다.

그래서 사업부와 게임 제작부문의 사원들은 완전히 다른 회사같이 성격이 다르다.
그리고 절대 상대의 업무에 간섭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게임회사 등 콘텐츠 회사에서 결과물의 방향성이 이상해지는 이유 중 하나가 경영진의 간섭이다. 경영진은 방침을 정해주는 것이 의무고, 실무진은 그 방침에 따라 제품을 만드는 것이 의무인데 이 영역을 넘어서는 것이다. 개중에는 제작팀이 매일매일 사장에게 브리핑을 해야 하는 회사도 있다. 사장의 피드백을 받아서 제품을 고치기 위해서다. 


하지만 닌텐도는 그렇지 않다. 심지어 닌텐도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권한이 있는 미야모토 시게루는 경영에 절대 나서지 않는다. 미야모토가 한국에 왔을 때 기자가 '한국의 매출 상황'에 대해서 묻자 답변을 얼버무린 적이 있었는데 아마 미야모토는 누가 물어봐도 '경영'은 절대 평가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사업부의 다케다 겐요도 게임 콘텐츠가 이러니 저러니 할 수 없다. 둘은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이렇게 서로를 전문가로서 존중한다.



요약


개인적으로는 닌텐도가 꾸준히 창의적인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원동력은


1. 회사 각 부문에서 필요한 능력을 지닌 사람을 뽑는 채용 시스템

2. 합리적인 대우와 복지

3. 전문분야의 전문성을 지킬 수 있는 시스템


이며 인사전략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역사 리더십 경영 매거진의 테마를 바탕으로 새로 엮어낸 <조선 리더십 경영> 이 와이즈베리/미래엔에서 2018년 11월 하순 출간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메일 : inswrit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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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변화의 시대 생존 이야기
소속 직업출간작가
외국계 대기업, 벤처기업에서 10년 넘게 버틴 생존자. 일단은 MBA졸업자인데, 영어는 잘 못함 일본어 중국어가 편하다. 교육, 여행 컨설팅 업체 대표로써 브런치를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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