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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맨 Aug 08. 2017

PCT를 공유하는 새로운 방법

PCT mapping project with Alleys


2015년 퍼시픽크레스트트레일(PCT)를 걸으며 제게는 두 가지 목표가 있었습니다.

1. PCT의 모든 길을 끊기지 않고 두 발로 완주

2. 나의 모든 PCT를 기록하기


치열하게 하루하루 걸으면서 첫 번째 목표를 힘겹게 달성했습니다. 걸으면서 기록을 함께 하는 것은 예상대로 정말 쉽지 않은 작업이었습니다. 그래도 175일간 2~3번의 순간을 제외하고는 악착같이 기록했던 스스로가 기특했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후 그 기록의 정리 작업을 시작했죠.

(글 만으로도 힘겨워 보이는 네모 안 그동안의 작업 내용들은 읽지 않고 넘어가셔도 좋아요^^;)

175일간 매일 남긴 자필 다이어리 노트를 모두 타이핑한 게 첫 번째였던 것 같아요. 스캔 작업까지 해두었죠. 그리고 운행기록을 남긴 아이폰 메모들을 백업해서 pdf 파일로 만들었죠. GPS 트랙 파일들을 한 데 모아 병합하는 작업을 했어요. (아직도 PCT를 하나의 루트로 만들지 못한 것이 안타깝습니다. 유실된 소중한 GPS 파일들도...) 운행 거리와 매일 실제로 잔 사이트의 위치를 확인하여 기록했습니다.
사진과 영상이 담긴 폴더를 날짜 별 폴더로 재설정했고 각 파일들의 내용에 따라 태깅(Tagging)작업도 했습니다. PCT에서 쓴 경비 파악과 정산을 위해 지출내역과 내용을 엑셀로 정리했고, 영수증 원본을 모두 파일 철하고 파일로 스캔도 했습니다. 175일 매일매일의 영상을 컷편집만을 하여 하루 단위의 데일리 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했습니다. (단순 무식했던 이 작업에만 거의 1년이 걸린 것 같습니다.) 동시에 유튜브를 통해 영상 편집프로그램을 배워가면서 PCT를 소개하는 영상들을 하나 둘 만들었습니다. 이후 매일 남겼던 다이어리 영상에 자막을 달기 시작했죠.(작년 말에 시작해 현재 90일 차 다이어리 준비중입니다.) 계속해서 기획단계에만 머물렀던 홈페이지 제작도 올 봄에 착수하여 나홀로 수정에 수정을 거쳐 이제야 어느정도의 정보를 갖춘 홈페이지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계속해서 보완해 나갈 예정입니다.)

위에 언급한 작업들 외에도 일일이 나열해도 모자란 수많은 시행착오와 고민들이 있었습니다.

저도 왜 이렇게 이 작업에 집착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다음 하이커들을 위한다는 건 2차 적인 이유죠. 제가 설정한 '끝을 정하지 않은 목표'때문일 수도 혹은 이렇게 집요하게 매달릴만 한 '또 다른 일'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짐작할 뿐입니다. 두 번째 목표의 완주 지점을 정해 놓지 않은 것은 저의 실수인 것도 같습니다. 이렇게 매달리다보니 더 오기가 생기더군요.


'한 권의 책에서 내 모든 기록을 볼 수 있으면 좋겠어'


계속해서 작업을 하면서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기록들을 한 데 모아 볼 수 있도록 만들고 싶더군요. 제가 결코 한눈 팔지 않고 길에만 집중했다는 증거물 같은 느낌도 있었습니다. 물론 한 권의 책 그러니까 보고서 혹은 가이드와 같은 형식의 출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PCT 위에 서기 전부터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작업을 반복하면서 그저 저의 길을 표현하기에는 텍스트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결국 최대한 저의 모든 PCT 데이터를 집결 시켜 아래와 같은 지도를 만들기에 이릅니다. 정말 고된 작업이었죠. (물론 아직도 진행형이지만요.)

하지만 제가 가진 능력만으로는 머리 속의 결과물을 완벽히 실현하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현실적으로 기술적인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백수가 동네 할리스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에 7~8시간 앉아서 작업한다고 해결 되는 일이 아니었죠.


모든 길을 영상으로 있는 그대로 남긴다.


그런 고민을 하던 중에 <앨리스원더랩>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처음이었습니다. 그 당시의 길의 모습과 그 길 위의 실제 내 모습이 담긴, 그것도 극적인 한 장면의 사진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영상이라니요! 가능만 하다면 VR로 모든 길을 찍고 싶다 생각했던 제가 항상 상상하고 추구하던 기록방식과 너무나도 닮아 있어 놀랐습니다. 드디어 진짜 함께 할 수 있는 동료를 찾았다는 느낌도 들었죠.

AlleysMap Introduction

저는 저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소중한 PCT 영상들을 제공했고, 앨리스 맵에 저의 PCT 루트가 새겨지게 되었습니다. 컨텐츠 제공과 관련하여 조금의 우려섞인 의견(?)들도 있었지만, 그동안 그 데이터들을 어떤 방식으로 공유할까 고민하던 제게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이후 크고 작은 저의 여행 및 대회 그리고 프로그램 등 거의 모든 길의 기록을 앨리스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지도 여기저기에 제가 걸은 흔적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세계 여행자들이 자신이 다녀온 나라를 지도에 표시하는 것 처럼요.

지도의 파란 점 들이 제가 최근 다녀 온 길들입니다.


얼마 전 앨리스를 이용하여 PCT 그룹 맵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제안받았습니다. PCT를 걷는 많은 하이커들이 참여하여 길을 촬영하고 서로 해당 위치의 정보나 컨텐츠를 공유하는 형태입니다. 예를 들면 재보급지의 위치를 지도 상에 정확하게 표시할 수 있고 장소에 대한 정보는 물론 영상으로 어떻게 생긴 곳인지도 확인이 가능하게 되는 겁니다. 많은 노력이 들어간 그 결과물에 감탄했고, PCT 하이커들의 페이스북 그룹에 이를 소개하고 참여를 권유했죠.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Hello, I’m a 2015 PCT hiker He-Man.

I wanted to share more information about PCT with more people and to advertise PCT. So I tried to record my journey as much as possible when I was walking PCT.

Now I’m mapping that record on the map with a small startup called AlleysMap(video map startup).  What if people could watch all of the PCT trails on video?
People can easily see where the water is and where the camp site is. Isn’t it great thing?
But I feel it is not enough by myself. I think that if all the hikers who walk this way make a little effort, they can do it. There are many trails and places of the PCT that have not been recorded yet.
Would you like to finish it together?


'영상을 찍느라 길에 집중할 수 없다'

'내가 갈 길을 미리 알게 되는 것은 모험이 아니다.'

'길은 항상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 않으며 매시 매분 변한다.'

'영상으로 만들어진 길과 직접 걸은 길(경험)은 결코 같을 수 없다'

'나는 절대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생각이 결코 틀리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내 편이라 믿었던 하이커들의 뜻밖의 냉담한 반응은 잠이 많은 제게 불면을 선사했습니다. 저희의 의도와 설명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내내 어떻게 그들에게 정확한 의도를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정리되면 번역기를 돌려가며 하나하나 답을 달아주었습니다.

저 또한 길을 걸으며 촬영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잘 압니다. 그렇기에 특정 하이커가 아닌 많은 하이커들에게 함께 해보자 제안을 하는 겁니다. 힘든 길을 걷는 도중에도 많은 하이커들이 자신이 걸은 길의 모습이 담긴 영상과 사진들을 SNS에 공유하고 있습니다. 멋진 길 혹은 공유하고 싶은 장소에서 앱을 이용해서 그저 1~2분 남짓의 영상을 찍으면 됩니다. 그러한 영상들이 모여 하나의 4300km PCT 영상 맵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영상이나 사진을 보고 그 길을 걷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행은 말할 것도 없고, PCT 또한 <와일드>의 영향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저는 앨리스맵이 예비 하이커에게는 그 길을 걸을 동기를 부여하고, 걷고 있는 하이커에게는 참고 및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행 영상을 100개 봤다고 해서 100번의 여행을 했다고 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요? 100개의 여행 중 그저 내가 가고 싶은 길을 선택하면 되는 겁니다. 그 길을 준비하면서 더 많은 영상을 찾아보게 될지도 모르죠. 영상 지도와 직접 걸은 경험은 당연히 다릅니다. 하지만 앨리스를 통해 내가 언제 어떤 길을 걸었는지 기록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간접적인 여행을 도울 수 있을 겁니다. 특히 PCT의 경우 커뮤니티가 발전하게 되면 선물이나 재보급도 서로 주고 받을 수 있게 될 겁니다. 이러한 것을 이유로 모험적인 요소가 사라진다고 하지만 그러한 효과는 미미하다고 생각하며, 정말 뜻하지 않은 매직은 그대로 살아 있을 것입니다.
물리적으로 길을 즐길 수 없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도 간접적으로나마 길을 걷게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같은 길에 대한 영상지도가 축적되면 시간의 흐름에 따른 그 길의 변화도 알아 볼 수 있게 될겁니다.


저의 글이 그룹 커뮤니티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이 섰는지 혹은 다른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 제 글은 어느순간 그룹에서 사라졌습니다. (글이 삭제됐다는 기록 조차 남지 않는 것이 참 서글프더군요. 열심히 댓글도 달았는데...) 앞으로 어떻게 많은 여행자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또 피드백을 받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당연한 얘기죠. 하지만 분명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길을 공유하고 그 속에서 만나게 되는 미래가 머지 않았다고 믿습니다. 그 믿음 하나만으로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앨리스원더랩>이 꿈꾸는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기를 바랍니다.


PCT 그룹 맵(Demo ver.) : 

map.alleys.co/group/@PCT

PCT 맵핑 예시 : 

http://map.alleys.co/play/ILK7nQDKVOeDQ3djMA6Fbw

참여 방법 : 

https://goo.gl/ZGeVWk
앨리스 앱 다운로드(iOS/Android) :

onelink.to/alleys


- 이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으신 분 혹은 도움을 주실 수 있는 분은 언제든 연락주세요!

(PCT가 아닌 다른 어떤 길도 좋습니다.^^)


20170808

by 히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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