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너무 오래 서로를 겪은 사이였기에
같이 있는 순간에도 각자 존재할 수 있는 우리만의 나른한 무드가
관계의 안정과 신뢰의 상징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지만
어쩌면 우린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알았던 것이 아니라
성실한 대화가 사라진 게으른 관계를 돌보지 않은 채,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로만 덮어두고 있었더라.
안일하게 과거의 서로만을 기억하고, 그 모습이 여전하려니, 계속되려니
지레짐작하며 대충 안심하는 사이
그 성의 없는 시간 동안 우리는
편하지만 굳이 보지 않아도 괜찮은
그런 관계가 되어 있더라.
서로가 아는 서로에서
한참 멀어져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