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추리알로 금세 완성하는 장조림 한 냄비

손이 많이 가지 않아 더 자주 찾게 되는 집밥의 기본

by 건강한 이야기

밥을 막 퍼 담은 그릇 옆에 메추리알 장조림 한 접시가 놓이면, 괜히 숟가락이 빨라진다. 특별한 재료가 들어간 것도 아닌데 짭짤하면서도 달큰한 맛이 밥과 너무 잘 어울린다. 메추리알 하나를 집어 국물을 살짝 묻혀 먹다 보면, 밥 한 공기가 생각보다 빨리 사라진다. 그래서 이 반찬은 늘 ‘있으면 좋은 반찬’이 아니라, 없으면 아쉬운 반찬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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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 메추리알을 사용하면 장조림은 훨씬 가까운 요리가 된다. 껍질을 까는 번거로움이 사라지는 것만으로도 조리는 절반쯤 끝난 셈이다. 흐르는 물에 한 번 헹궈내고, 다른 재료를 준비하는 동안 잠시 담가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바쁜 날, 냉장고를 오래 열어볼 여유가 없을 때도 이 반찬은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다.


간장과 물, 설탕이 어우러진 조림 국물은 장조림의 기본이 된다. 여기에 다진 마늘이 들어가면 맛이 정리되고, 매실액을 조금 더하면 전체적인 풍미가 부드러워진다. 처음엔 센 불로 끓여 양념을 한 번에 섞고, 불을 줄여 메추리알을 넣어주면 색이 천천히 배어든다. 오래 끓일 필요는 없다. 메추리알은 이미 익은 상태이기 때문에 양념이 입혀지는 시간만 충분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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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림이 진행되는 동안 국물을 한두 번 끼얹어주면 윤기가 더해진다. 바닥에 눌지 않도록 가끔 저어주는 정도면 충분하다. 마지막에 청양고추를 더하면 장조림은 한층 산뜻해진다. 고추의 알싸한 향이 짠맛을 정리해주고, 느끼함 없이 끝까지 먹을 수 있게 만든다. 매운맛이 부담스럽다면 씨를 털어내고 넣어도 좋고, 칼칼함을 살리고 싶다면 그대로 넣어도 무방하다.


완성된 메추리알 장조림은 뜨거울 때보다 한 김 식었을 때 더 안정된 맛을 낸다. 양념이 속까지 스며들며 색이 깊어지고, 다음 날에는 더 단단한 맛으로 바뀐다.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반찬이 마땅치 않은 날 꺼내면, 그 존재감만으로도 밥상이 든든해진다. 도시락 반찬으로도 잘 어울리고, 국 없이도 한 끼를 책임질 수 있는 힘이 있다.


메추리알 장조림은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손이 많이 가지 않고, 실패할 일도 거의 없으며, 누구나 좋아할 만한 맛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자주 만들게 되고, 만들 때마다 ‘역시’라는 말이 나온다. 집밥의 기본이란 아마 이런 반찬일 것이다.


오늘 밥상이 조금 허전하게 느껴진다면, 깐 메추리알로 장조림 한 냄비를 올려보는 건 어떨까. 밥 한 공기가 조용히 사라지는 경험을 다시 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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