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서점탐방] 귀로 만나는 시…시집 전문 서점 위트앤시니컬
서울 신촌 기차역 건너편, 시집만 취급하는 3평짜리 서점 ‘위트앤시니컬’이 지난 6월 문을 열었다. 카페 파스텔이라는 커피숍과 한 공간 안에 있는 ‘가게 속 가게’다. ‘시가 외면당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시집 전문 서점이라니…’ 하고 놀라워 할 수도 있지만 막상 이 서점을 찾아보면 자신만만하게 시집 전문 서점을 내세운 이유를 알게 된다.
이 서점의 주인은 <오늘 아침 단어>(문학과지성사/2011년) 등의 시집을 발표한 유희경 시인이다. 서점을 열기 전 출판사 편집자로도 일했다. 하지만 갑작스런 각막 손상으로 텍스트를 꼼꼼히 봐야 하는 업무를 지속하기 어려웠고, 결국 서점을 열기로 결심했다. ‘위트앤시니컬’이라는 이름은 유 시인이 한 “위트있는 시”라는 말을 하재연 시인이 “위트앤시니컬”로 잘못 들어 탄생했다.
‘위트앤시니컬’은 서점 이름이기도 하지만 시인 유희경을 주축으로 한 프로젝트 팀의 이름이기도 하다. “시와 관련된 모든 컨텐츠들을 기획하는 것”이 모토이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모두 위트앤시니컬 객원 멤버가 된다.
위트앤시니컬의 서가는 둘로 나뉜다. 시집 책등이 보이는 ‘책꽂이 서가’와, 주인장이 임의의 주제를 선정해 그에 맞는 시집을 책표지가 보이게 진열하는 ‘오늘 서가’. 기자가 방문한 날 오늘 서가는 오은 시인이 구성한 것들로 채워져 있었다. 오은 시인에게 서가를 부탁했더니 그가 좋아하는 각종 오렌지 빛깔 시집들로 서가 벽면을 가득 채워 놓았다고 했다. 위트앤시니컬은 일종의 전시장처럼 매번 다른 테마의 시집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위트앤시니컬은 매월 정기적으로 낭독회를 연다. 입장료 2만 원을 내면 시집 한 권과 음료 한 잔을 제공한다. 지금까지 김소연, 허연, 박준, 황인찬, 김소형 등의 시인이 낭독회를 열어왔다. 낭독회는 시인들이 시집을 냈을 때 시집을 알리기 위한 이벤트의 성격이 강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위트앤시니컬에선 낭독이 주다.
“시 낭독으로 시를 만났을 때와, 시집에서 시를 읽었을 때 어떤 게 더 매력적이냐면 낭독이에요. 사람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죠.”
시를 낭독하고 그 낭독을 기반으로 한정판 ‘낭독시집’도 낸다. ‘낭독시집’ 1호의 주인공은 박준 시인이었다. 6월 16일 열린 낭독회에서 박준 시인은 미발표 상태였던 두 번째 시집에 실릴 예정인 시를 낭송했다. 낭독회장을 찾은 독자들을 위해 낭송한 시들을 담은 한정판 시집을 50부 소량으로 찍었고 전량 판매했다. 두 번째로는 구현우, 남지은, 이설빈 시인의 낭독회를 갖고 <처음 보는 표정>이라는 제목의 시집을 펴내기도 했다. 오로지 위트앤시니컬에서만 볼 수 있는 시집이다.
인터뷰 마지막 무렵 유희경 시인에게 ‘시가 어렵고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털어놓자 “직접 시집을 펼쳐보면 시를 어렵게 느끼진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접 꺼내서 펼쳐 보다 보면 한 권에 한 편 정도는 내 마음에 드는 시가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의 말처럼 시집을 직접 펼쳐보기도 하고 시 낭독의 매력에 한껏 젖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위트앤시니컬은 시와 조우할 혹은 재회할 가장 최적의 공간이 될 것이다.
운영 시간 및 휴무일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역로 22-8 3층
운영 시간 화요일 – 일요일 (오전 11시 – 오후 11시)
전화번호 070-7542-8967
홈페이지 witncynical.net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witncyn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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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임준형(러브모멘트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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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DB 2016. 1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