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터뷰

강원택 “최순실 게이트, 대통령제 최악의 케이스”

[기획인터뷰-문제는 정치다②] 강원택 인터뷰

by 주혜진

'문제는 정치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정치학자 3인의 목소리
① 최장집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3.9)
②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3.15)
③ 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3.20)

※ 북DB는 ‘문제는 정치다!’라는 주제 아래 정치학자 연속 인터뷰를 준비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상징되는 부패한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를 연다는 기대감이 높아진 요즘. 정치학자들의 식견을 통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미래를 고민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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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한동안 국민들의 뇌리 속을 맴돌 결정적 한마디다.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인 만장일치로 대통령 탄핵소추안 인용을 결정했다. 탄핵 정국이 끝을 맺고 새로운 대선을 준비하는 지금 과도기는 마치 스프링 같다. 현명하게 처신한다면 한 단계 진보할 테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다시 반작용에 의해 후퇴에 후퇴를 거듭하게 될지 모른다. 지금, 여기에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역사의 주인공이다.

온 국민이 헌재의 탄핵 선고를 하루 앞둔 3월 9일 오후. 서울 정동의 한 커피숍에서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를 만났다. 인터뷰 중간에도 강원택 교수의 휴대전화는 급하게 울렸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국내외 여러 매체로부터 인터뷰 요청이 이어진 것. 현재 한국정치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강원택 교수는 비교정치학적인 관점을 도입해 정치 제도를 연구해왔다. <대통령제, 내각제와 이원정부제>(인간사랑/ 2016년)는 비교정치적 시각에서 정부 통치 형태를 비교해 보여준 책이다. <어떻게 바꿀 것인가>(이와우/ 2016년)에서는 ‘슈퍼맨 대통령’을 기대하는 한국 정치에 대한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했다.

강원택 교수는 탄핵, 조기 대선으로 이어지는 한국 정치의 국면을 제왕적 대통령제의 최악의 경우라고 평가했다. 민주화 이후 대통령제는 나름의 역할도 했지만 이번 기회에서 크나큰 허점을 드러냈다고 평했다. 강 교수에게 대한민국 정치 제도가 이룬 것과 잃은 것, 그리고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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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제 하에서 대통령은 그렇게 강하지 않다”

Q 10일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판결이 내려지면 공식 절차에 따라 현존 권력이 내려오게 된다. 이 땅의 정치학자로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대통령을 국민의 힘에 의해 권좌에서 내려오게 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인 4.19 때는 피를 흘려야 했고 비제도적으로 이뤄진 측면이 있다. 이번에는 우리가 만든 정치 제도, 즉 헌정 절차에 의해 대통령을 권좌에서 내려오게 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는) 문제가 생겼을 때 이것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촛불집회라는 형태로 표출됐고, 국회는 그걸 받아서 탄핵 소추했고, 헌재가 최종 결정을 했다. 이런 측면을 보면 한국 민주주의가 제도적으로 성숙했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Q 탄핵으로까지 연결된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대통령제의 가장 큰 단점을 노출한 예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대통령제가 아니었다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1987년 당시에는 대통령제가 의미가 있었다. 독재나 장기집권을 막고, 체육관 선거가 아니라 내 손으로 직접 대통령을 뽑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를 원했으니까. 여섯 명의 대통령이, 박근혜와 몇 사람 때문에 ‘대체로’라는 부사가 필요하긴 하지만, 대체로 공정하게 선출되었고, 두 번의 정권교체도 일어났다. 그러니 87년 의도한 목표는 웬만큼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제 문제점이 드러난 거다.

Q 지금껏 <대통령제, 내각제와 이원정부제> <어떻게 바꿀 것인가> 등의 책에서 대통령제에 비판적 입장을 취하며 내각제를 주장했다. 대통령제가 지닌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일단 정책의 집행이란 측면에서 봤을 때 대통령제 하에서 대통령은 그렇게 강하지 못하다. 5년 단임일 때 처음 반년에서 일 년 정도는 대부분 시행착오를 겪고 마지막 1년은 항상 레임덕을 겪는다. 따라서 대통령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어야 3년 반이다. 그 중에서도 임기 중반에 선거에서 집권당이 진다든지, 아니면 이번처럼 대형 스캔들이 터지면 리더십이 약화되니 더 이상 정책 추진이 되지 않는다.

또 한 가지 문제점은 새로운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의 업적이나 정책을 이어받지 않기 때문에 매번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현상유지가 반복될 뿐 근본적으로 사회를 바꿀 힘은 나타나지 않게 된다. 특히 이번처럼 여소야대 국면이 되면 대통령의 정책이 다 막혀버린다.

결국 대통령은 검찰이나 국정원, 국세청같은 권력기관에 대한 인사권을 강화하면서 개인 지배와 관련된 부분을 강화시켜 나간다. 이것이 제왕적 대통령제이고, 이런 부분에 대한 제도적 견제가 수월히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에 대통령제의 굉장히 나쁜 케이스가 나타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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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 공감대 유지되면 개헌은 시간의 문제”


Q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통령제가 원활이 작동하려면 걸출한 정치적 리더의 존재가 필수적인데 이제는 그런 인물이 등장하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고 썼다. 무엇이 어떻게 변한 것일까?


일단 한국 대통령제는 대통령이 되고 싶었던, 정치적 카리스마와 권위를 갖고 있던 정치인의 존재와 깊은 관련이 있다. 48년 제헌헌법에서 결정된 내각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주장으로 막판에 대통령제로 바뀌었다. 다시 한 번 제2공화국에서 채택한 내각제는 박정희라고 하는 강력한 정치인 때문에 대통령제로 바뀐다. 그 후 대통령 직선제로 민주화를 이끌고 간 것도 김영삼, 김대중이라는 대통령이 되고 싶었던 사람들과 관련이 있다. 국민도 여기에 동조했다.


지금은 한국 정치가 여러 가지 면에서 정상화됐다. 역경을 이겨낸 불굴의 스토리가 있는 정치지도자를 찾아내기도 힘든 때다. 가령 김영삼, 김대중은 그가 대통령감이 아니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권위를 갖고 있었다. 지금은 안철수도, 반기문도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온다. 이들이 어느 날 갑자기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니 과거만큼의 권위는 실리지 않게 된다. 여기엔 포퓰리즘적 형태로 갈 위험성도 내포되어 있다.


또 한 가지는 1960~1970년대와 지금의 한국사회는 너무나 다르다는 점이다. 한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판단하고 이끌고 나가기엔 너무나 복잡한 사회가 되었다. 이번 박근혜 대통령 사례가 보여주었듯 대통령이 말하고 장관들은 적는 받아쓰기식 일방통행 형태로 국정이 제대로 이끌어지겠는가? 각 부서 장관들은 그 분야의 정책적 현안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모여서 주요한 국정을 논의하고 거기서 답을 이끌어내는 게 훨씬 나은 방식이다.


Q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이에 따른 개헌 주장도 활발하다. 당장 내각제를 시행할 수 없다면 국내 실정에 맞는 가장 이상적인 통치 형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87년 이래 처음 개헌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높아진 것 같다. 그 중 대통령의 권한을 줄여야 한다는 것과 총리와 내각이 실제 일할 수 있게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은 큰 공감을 얻고 있다. 문제는 권한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다. 그동안 일부 논의가 된 것이 이원정부제적 형태다. 대통령이 외교, 통일, 안보의 권한을 갖고 내치와 관련된 부분은 총리에게 주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나는 이원정부제를 반대한다. 일단 정책 영역이 그렇게 쉽게 나눠지지 않아서다.


예컨대 한미 FTA 이슈를 총리는 국내 경제적 사안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고, 대통령은 외교이니 내 영역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개성공단 이슈에선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가 문제이니 내 거라고 주장할 수 있고, 총리는 국가 기획의 문제이니 자신의 영역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립이 심한 부분이 바로 대북 정책, 외교․안보 정책이다. 이런 부분을 쪼개면 굉장히 큰 혼란이 생기고 여러 나라에서 이미 체제 불안정으로 이어진 경우도 많았기에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굳이 내각제가 아니더라도 분권형 대통령제로 갈 수도 있다. 대통령과 총리 간에 정책의 영역을 나누지 않을 경우, 대통령에게 통치와 관련된 권한을 일부 부여하거나 대통령은 국민통합의 상징으로 남아 국가의 최고 지도자로서 총리를 지명하거나 국군통수권을 주거나, 법률안 거부권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내각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여전히 다수의 국민들이 여전히 자기 손으로 대통령 뽑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렇다면 대통령 직선을 해서 그 정도의 권한을 부여하고 총리와 내각이 스스로 국정을 운영하게끔 하는 형태의 시스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87년 체제를 넘어서는 새로운 정치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만 계속 유지된다면 개헌의 가능성은 열려있으며 시간의 문제라고 본다.


Q 5년 대통령 단임제 통치 형태 외에 87년 체제를 넘어서기 위한 과제로는 무엇이 있을까?


87년 체제는 지역주의 정당 체제 하에서 만들어졌고 그것이 지금껏 유지되어 왔다. 따라서 87년 체제의 극복은 지역주의에 기초해 있는 폐쇄적 정당정치를 넘어 보다 개방적이고 비례성이 높은 정당을 만드는 것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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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집회 세력, 자기 세대 상징성 무너지는 것에 대해 저항”


Q 대통령 탄핵에서 읽어낼 수 있는 정치적 의미, 시대 변화의 의미가 있을까?


“굿바이 박정희”다. 민주화가 되었지만 관료제나 교육, 경제 곳곳에 박정희 때 만들어 놨던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었다. 이것이 그동안은 긍정적 영향도 미쳤지만 이젠 한계가 왔다. 이걸 청산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변화는 불가능하다. 사실은 97년 외환위기 때 이미 발전주의 국가모델, 국가가 모든 것을 끌고 나가야 하는 체제의 한계가 드러났다. 그런데 우리가 못 벗어난 것이다. 그리고 2007년 대통령 선거 무렵에는 오히려 박정희 신드롬이 일면서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노태우 대통령부터 노무현 대통령 때까지 20년 동안은 대체로 정치적 이슈들이 많이 부상됐다. 김영삼 문민정부부터, 김대중 대통령 때 정권 교체, 노무현 때 “반미가 뭐가 나쁘냐”에 이르기까지.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교정하려는 접근이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 후반기로 가면서 과거 청산이나 민주화 이슈가 많이 정리가 됐고 사람들이 먹고사는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때부턴 미래의 문제가 중심이 됐다.


Q 2007년 대선 이후 삶과 관련된 문제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2007년 대선 때의 CEO대통령, 경제 대통령, 2008년 국회의원 선거 때 뉴타운 정책, 2010년 지방선거 때 반값등록금, 무상급식,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경제민주화, 복지확대. 2007년 노무현 대통령 집권 후반기가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변화의 계기였다. 미래에 무엇을 할지를 고민하는 시점에서 사람들이 생각해보니 박정희 때가 좋았던 거다. 그래서 박정희 신드롬이 나왔다. 여기서 가장 많은 혜택을 본 게 이명박 대통령이다. 실제 정책도 비슷하게 했다. 토건사업(4대강 사업)이나 대기업 중심의 수출 중심 정책이 그것이다. 하지만 하나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한마디로 굉장히 ‘올드 패션’한 것들이었던 거다. 정책적으로 박정희 때의 것들은 통하지 않는다는 게 드러난 셈이다.


이번(박근혜 정권)엔 김기춘이나 우병우 같은 사람들을 통해서 국정운영을 박정희 정권 때와 비슷하게 했다. 결국 다시 한 번 더 넘어서야 할 단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박정희 시대의 그림자 밑에서 10년 더 있었던 거다. 헌재 선고가 나면 시행착오가 끝나고 박정희 시대의 패러다임을 넘어서 새로운 형태의 국가 발전과 변화 방향을 모색하는 중요한 시점이 될 것이다.


Q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소위 ‘태극기 집회’ 세력들의 저항도 박정희 시대의 그림자라는 맥락에서 볼 수 있을까?


‘태극기 할배’들이 저렇게 격렬히 저항하는 건 자기 세대의 상징성을 박근혜라고 하는 존재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가 무너지는 것은 자기 시대가 갖고 있는 시대적 정체성이 묻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얌전하게 물러나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격렬하게 물러나고 있는 중이다. 굉장히 힘이 센 세대다. 다른 세대 같으면 그렇게 오랫동안 버티거나 누리지 못했다.


Q 올해는 민주화 30년이 되는 해다. 그간의 한국 현대 정치사에 대한 간략한 평가를 해준다면?


민주화를 측정하는 기준 중에 데모크라시 인덱스(Democracy Index)가 있다. 평균 8.0점이 넘으면 ‘완전한 민주주의(Full Democracy)’ 군이 된다. 우리나라가 2015년에는 7.97점으로 ‘결점 있는 민주주의(Flawed Democracy)’ 군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2008년부터 그전까지는 계속 ‘완전한 민주주의’ 군에 있었다. 아마 1~2년 내에 다시 돌아갈 거라고 본다.(2016년 우리나라는 7.92점을 받았다–기자 주)


그러니 일단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는 안정화되었다고 봐야 한다. 30년 전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동유럽 대륙의 많은 국가들이 민주화가 됐다. 신생 민주주의 국가군 중에서 완전한 민주주의 군에 들어가는 국가가 서너 나라밖에 안 된다. 민주화를 겪은 모든 나라가 잘 되는 건 아닌데 우리나라는 성공적인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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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정치다!' 1편 최장집 인터뷰 보기

☞ '문제는 정치다!' 3편 손호철 인터뷰 보기


사진 : 임준형(러브모멘트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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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3. 15

http://news.bookdb.co.kr/bdb/Interview.do?_method=InterviewDetail&sc.mreviewNo=76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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