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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혜진 Jul 03. 2021

김미경 “내 아들의 자퇴, 살기 위한 선택이었다”

<엄마의 자존감 공부> 출간 김미경 인터뷰


“얼마 전 라틴댄스를 배웠는데 제법 잘 해요. 이십 대부터 했으면 라틴댄스 강사도 했겠다 싶어요. 그릇 모으는 걸 좋아하고 요리도 좋아하는데 음식 만드는 일을 했어도 잘 했겠다는 느낌이 와요. 운동을 했어도 잘 했을 것 같아요. 웨이트 트레이닝 할 때 시키는 대로 자세 흐트러지지 않고 하는 사람이 저예요. 손재주가 있어서 뜨개질도 잘 해요. 작년 겨울 내내 털실로 모든 걸 떴어요.” 

세상 만만한 이십 대 젊음의 용기있는 자신감이 아니다. ‘국민 언니’로 불리며 스타강사로 활약 중인 올해 54세 중년 여성 김미경의 말이다. 화수분처럼 쏟아지는 자신감, 누군가의 ‘아내’ ‘엄마’로 살기에 바빠 정적 자신은 챙길 여력이 없던 전국의 엄마들에겐 귀감이 될 만한 태도임에 틀림없다. 

김미경이 <엄마의 자존감 공부>(21세기북스/ 2017년)라는 책을 출간하며 ‘국민 엄마’로 돌아왔다. 책에서 저자는 아이 성장에 있어 자존감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자칫 ‘희생’으로만 생각할 수 있는 엄마라는 역할이 얼마나 큰 기회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둘째 아이의 고등학교 자퇴 이후 찾아온 ‘멘붕’과 그것을 최고의 기회로 승화시킨 ‘엄마 김미경’의 좌충우돌 성장기도 무척이나 흥미롭다. 

서울 연남동에 자리 잡은 김미경 작가의 사무실에서 그녀를 만났다. 그곳에는 <언니의 독설> <김미경의 드림온>으로 화제가 되며 연단에서 센 소리를 뱉던 그녀는 없었다. 기자가 만나고 돌아온 것은 상대의 눈높이에서 상대를 이해하고 따뜻하게 배려하는 한 사람이었다. 

“자존감은 자연스러운 생존 본능이다” 

Q 체중을 많이 감량하신 것 같아요. 책에서도 ‘뒷모습을 점검하라’고 강조하셨는데요. 최근에 운동을 시작하셨다고요. 

10kg 정도 뺐어요.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으며 하루에 한 시간 반씩 하루도 안 쉬고 운동했어요. 혼자하면 중간에 그만두게 되잖아요. 퍼스널 트레이닝이 다른 값이 아니에요. 째려보는 값이에요.(웃음) 어느날 내 뒷모습을 보니 “정말 고생 많이 했구나”라는 말이 나오면서 가슴이 찡하더라고요. 사람이 앞만 멀쩡하면 안 돼요. 등이 멀쩡해야 다 멀쩡한 거구나 싶어요. 우리는 인생도 민낯이 아니라 화장한 것처럼 살잖아요. 그래서 자기도 자신한테 속는 거예요. 그래서 나는 50대 된 사람들에게 등 사진을 찍어 보라고 권해요. 등을 위로하며 살아야 앞으로 90세까지 멀쩡하다고요. 내 친구들도 나 때문에 등 사진 찍고 다이어트를 시작했어요. 

Q 이번에 나온 <엄마의 자존감 공부>는 ‘자존감’이라는 주제로 엄마들을 대상으로 쓴 책입니다. 꿈에 주목한 전작들과는 조금 다른 각도를 취하셨는데요. ‘자존감’에 대한 책을 써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나요?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 <언니의 독설>은 그 책 쓰기 전 10년 전 내가 겪고 느낀 걸 쓴 거예요. 지금껏 한 번도 자녀교육에 대해 쓴 적은 없었어요. 그때까진 애들도 아직 완전히 안 컸고, 무엇이 옳은 지도 몰랐으니까요. 이제 애들이 어느 정도 크고 나니 제일 중요한 게 자존감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자존감이 튼튼한 아이들은 평생 어떤 좌절이 와서 넘어져도 일어나고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법을 터득해요. 김미경이 당장 죽어도 아이들에게 자존감이 있다면 큰 문제가 없겠다 싶었죠.
 
Q 책에서 모든 생명은 다섯 가지 재능이 있다고 하셨어요. 

다섯 가지 보다 더 있죠. 예를 들어 사람들과 말하기 싫어하는 것도 재능이에요. 그런 재능을 발전시키면 소설가가 되는데 유리하겠죠.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면 영업 쪽에서 빛날 수 있고요. 음식하는 건 싫어하지만 먹는 것만 좋아하는 것도 재능일 수 있어요. 결국 재능이 얼마나 존중받는지에 따라 탄력을 받아서 그쪽으로 키워가게 되어 있어요. 그런데 아쉽게도 엄마들이 키우고 싶어하는 건 오로지 공부 재능뿐이에요. 외국에서 우리나라보다 창의적인 사람이 많이 나오는 이유가 부모가 자식에게 손을 일찍 떼어서예요. 우리나라는 자녀가 결혼할 때까지 참견하죠. 그러니까 모든 사람의 인생이 부모 이하로 풀리는 거예요. 우리 애들은 내가 모르는 세상에서 나 이상으로 풀렸으면 좋겠어요. 

Q 자존감이야말로 지금 한국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트렌드이자 화두인데요. 최근의 자존감 열풍을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사람들이 결국엔 기본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자존감은 우리가 태어날 때 가진 첫 번째 마음이에요. 태어날 때 우리는 스스로를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명명하는데 그게 살아가면서 너무 많이 훼손된 거예요. 자연스럽게 클수록 자존감 훼손이 안 돼요. 너무 잘난 부모들이 그들이 이뤄놓은 틀 안에서 키운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나 같은 게 뭐가 되겠어” “나는 부모에게 너무 모자란 사람이야” “부모에게 미안해” 같은 감정을 느끼는 거죠. 이제 젊은이나 나이든 사람들도 살기가 힘들어지니까 점점 더 자존감을 찾게 되는 거죠. ‘자존감’이야말로 자연스러운 생존본능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든 살아야 하니까요. 사람들이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 아닐까?” “난 뭘 해야 괜찮아지지?” 이렇게 다시 생각하기를 시작한 거죠. 


“우주 시간으로 부모 자식 간 30년 나이 차이는 동갑이나 마찬가지...자녀를 존중하라” 

Q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선생님의 둘째 아드님이 고등학교 2학년 때 자퇴를 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어요. 당시에 많은 충격 받으셨을 것 같아요. 

받아들이기까지 몇 달 정도가 걸린 것 같아요. 그 전부터 자퇴하겠다는 걸 계속 못하게 했거든요. 강의하는 시간 빼고 내 신경은 다 걔한테 가 있었어요. 차라리 아이가 자퇴를 하고 나서 걔가 진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듣기 시작하니까 그게 그렇게 위험한 게 아니더라고요. 걔는 살려고 자퇴를 택한 거지 망가지려고 택한 게 아니었어요. 자신이 너무 망가지고 있으니까 다른 길을 가고 싶었던 거예요. 내가 오히려 그걸 몰라줬던 거죠. “꺾인 나뭇가지는 반드시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자퇴한 너는 잘 될 거야” 이런 모든 해석들이 사실은 내가 한 것이라기 보단 우리 아들 마음 속에 있었던 것 같아요. 그걸 확인시켜 주니 좋아서 다시 꿈을 찾아 세상으로 나오기 시작했어요. 엄마가 동의하는 꿈과, 엄마가 낚아 챈 꿈은 다르거든요. 

Q 아이가 자퇴하고 방황하던 시절 매일 새벽 세 시에 귀가해서 라면을 먹던 아이에게 저녁 7시에 차린 것 같은 정성스러운 저녁식사를 차려주셨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읽으며 이건 거의 도 닦는 수준의 인내가 필요하겠다 싶었습니다.(웃음) 

원래 자식 키우는 게 도 닦는 거예요. 나도 내 이기심 때문에 그걸 못 했었죠. 처음엔 새벽 세 시에 집에 돌아와 라면을 먹는 아이를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그런데 그때는 정말 우리 아이의 간절함이 나를 도운 것 같아요. 어느날 우리 아들 방에 들어갔을 때 내 귀에 환청 같은 소리가 들렸거든요. “엄마, 나 너무 힘들어”, “나, 너무 외로워. 나 좀 도와줘” 그때서야 ‘얼마나 힘들었을까?’, ‘괜찮은 아이이고 칭찬받고 싶은 아이인데 이렇게 사는 하루하루가 얼마나 힘들었을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Q 사실 지금은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말씀하시지만 당시에는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아요. 

아이가 완전히 지하에 빠져있으면 방법이 없어요. 그런 상황에서도 엄마가 아이를 권위적으로 야단치다가 아이를 놓친 집이 많아요. 그러면 아이는 지하 10층에서 지하 20층으로 떨어져요. 그러면 손이 안 닿아요. 그래서 엄마들이 대화를 하려고 해도 대화가 안 되고 아예 시작할 시점을 놓치는 수가 많아요. 만약 아이가 지하 20층까지 떨어졌다면 거기까지 내려가면 돼요. 계속 내려가서 아이와 소통을 해야 해요. 아이한테 그 애가 원래 가진 힘, 얼마나 괜찮은 아이인지를 알려주면 아이는 0.1씩 변해요. 그런데 엄마는 아이가 일시에 변하기를 원해요. 절대 그렇게 안 변해요. 그래서 오래 걸려요. 몇 년이 걸릴 수도 있어요. 

Q 엄마의 사랑이 아니면 불가능한 기다림이네요. 

엄마만이 할 수 있어요. 그걸 누가하겠어요. 고민하는 엄마들이 ‘이미 늦은 건 아닐까요?’라고 하는데 나는 80살 먹은 노모가 50살 아들도 고친다고 생각해요. 나는 ‘우주의 시간으로 보면 30년 나이 차이는 동갑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해요. 그러니 함부로 30년 더 먹은 사람처럼 굴지 말고 아이를 존중하라고요. 대화를 하다보면 어떤 사안은 아이들이 더 현명할 때도 있어요. 오히려 내가 판단을 잘못할 때도 있고요. 

사람의 영혼, 마음이라는 것은 굉장히 오래된 거예요. 그래서 그 어린 생명이 엄마 뱃속에서 자기 힘으로 삶을 이뤄내는 게 가능한 거죠. 생명을 대하는 자세는 존중부터 시작해야 해요. 보통 대부분의 엄마들은 첫째 아이를 자기 마음대로 다 해보려고 하죠. 자기 상처나 이루지 못한 꿈을 아이에게 다 투영해요. 그래서 첫째들이 분해서 효도를 안 하는 거예요. 오히려 대충 키운 셋째가 효도 하고요. 그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특별히 받은 건 없지만 오히려 더 큰 걸 받았거든. 아이를 존중하고 함부로 하지 않는 것, 그게 제일 큰 선물이에요.
 
Q 아이를 존중해야 한다면 잘못된 행동에 대해 훈육도 할 필요가 없는 건가요? 

‘친구 왕따 시키면 안 된다’, ‘남의 돈 훔치면 안 된다’, ‘남을 깔보면 안 된다’ 이런 공의에 어긋난 행동을 하면 당연히 꾸짖어야죠. 문제는 엄마들이 공의를 모를 경우예요. 아이가 ‘엄마 나 왕따 당했어’ 그러면 ‘너도 걔 왕따 시켜’라고 하고, 아이가 “쟤가 나 때렸어’라고 하면 ‘그럼 너도 그 애를 패’라고 해요. 거의 조폭 수준이죠. 이런 공의를 해치면 어린 생명이 똑똑해서 다 알아요. 그러다가 엄마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지는 순간부터 걔는 둘 중 하나의 길을 가게 되죠. 분노하는 힘으로 잘 크거나 아니면 ‘우리 엄마·아빠가 다 그렇지….’로 가거나. 

Q 책에서 엄마 됨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서 조망하셨어요. 그 중에 기억에 남는 말이 여성들이 아이양육을 위해 커리어를 중단하는 것을 ’경력단절‘이 아니라 ‘경력이동’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에요. 

나는 언어가 사람을 만든다고 생각해요. 현 상황을 물었을 때 “저는 경력단절 여성이에요”라고 대답하면 무언가가 끊긴 거잖아요. “경력이동하고 있어요. 아이 다 키우고 40~50세 되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거예요.”라고 대답해야 해요. 인생은 언제나 유연하게 움직이는데 그게 왜 단절이에요. 나는 우울증도 ‘나한테 질문하는 중’이라고 하고 싶어요. “나 이렇게 살아도 되나?”하는 질문할 땐 히죽거리는 사람 없잖아요. 나는 내가 우울하다고 느낄 때 내가 나한테 무엇을 질문하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식으로 문패를 바꿔보는 게 중요해요 


“엄마들의 자존감 향상법? 가까운 것부터 시작하라” 

Q 올해 1월에는 이태리 밀라노로 패션 유학도 다녀오셨다고요? 정말 많은 도전을 하고 계신데요. 

옷 만드는 걸 시작한 건 4년 전부터에요. 처음엔 간단한 것들을 만들다가 점점 내가 만들고 싶은 옷을 만드는데 필요한 공부를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가 올해 초에는 나에게 정말 필요한 휴식과 배움을 동시에 주고 싶었어요. 이태리 밀라노에 있는 마랑고니 패션스쿨에 등록을 했지요. 하루 6시간에서 8시간씩 수업을 들었어요. 패션에 대해 공부도 하고 패션의 도시 밀라노를 구경도 하고 친구도 사귀며 재미있게 지내다가 왔죠. 처음엔 포토샵도 할 줄 몰라서 많이 헤매었어요. 가니까 직접 포토샵으로 일러스트레이션을 다 해서 숙제를 내야 하더라고요. 현지에서 노트북 사고, 이태리어로 된 자판을 치면서 엄청 코미디 했죠.(웃음) 

Q 보통 우리나라에서 중년 여성에게 갖는 스테레오 타입 이미지는 가정에 헌신하는 모습, 다 큰 자녀들에게서 손을 떼지 못하는 모습들인데요. 선생님의 쉬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모습은 여성들에게 중년에도 되어도 멋지게 살 수 있다는 롤모델이 되어주신 것 같아요. 

여자들이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로망이 엄청 커요. 문제는 로망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없는 것에서 가져오니 우울증이 오는 거예요. 사실 내가 54살에 밀라노에 갈 수 있었던 건 25살부터 준비한 거예요. 살아온 삶 자체가 준비였던 거예요. 지금까지 영어 공부도 하나도 안 하고, 나를 위한 투자를 하나도 안 했다면 갑자기 어떻게 가겠어요? 나와는 너무 먼 산인거죠. 그럴 때는 절대 실망하면 안 되고, 가장 가까운 것에서부터 시작을 하면 돼요. 

원래 어제 했던 걸 오늘 똑같이 하게 되면 사람이 무능해져요. 어제 안 했던 걸 해야 유능해지죠. 그런데 어제 안 했던 걸 갑자기 하려니 할 줄 아는 게 없는 거죠. 그럴 때 중요한 건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서 할 수 없는 데까지 하는 거예요. 그러면 십 년도 안 걸려요. 오 년이면 끝나는 걸 “늦었다”, “늙었다” 하면서 못 하는 건 말도 안 되죠. 앞으로 더 늙을텐데요. 

Q 미혼모 자립을 돕기 위해 사단법인 ’그루맘‘을 설립하셨어요. 직접 만든 비영리 패션브랜드 ’리리킴‘에서 내년 4월 미혼모들과 함께 패션쇼도 여신다고 들었는데요. 어떻게 미혼모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나요? 

나는 원래부터 열심히 사는 여성, 자신의 인생을 바꾸고자 애쓰는 여자들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사람들은 흔히 자기와 성향이 닮은 사람을 좋아하잖아요. 그래서 나는 아빠가 없이도 아이를 입양보내지 않고 키우며 자기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서 애정이 있죠. 지금부터 3~4년 전에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간간히 미혼모들과 만남도 갖다가 이제는 평생 내가 이 일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만든 게 ’그루맘‘이에요. 여기(서울 연남동 사무실) 일층에서는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미혼한부모 엄마가 재봉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내년 4월 열리는 패션쇼는 ‘Brave Women(용기있는 여자들)’이라고 가제를 정했어요. 미혼모들과 엄마 연예인들이 함께 무대에 설 예정이에요. 

Q 그동안 김미경이라는 사람은 사람들에게 ‘독설’이라는 강인한 이미지로 기억된 측면이 강했어요. 이번 책을 통해 남을 존중하고 보살피는 새로운 ‘엄마 김미경’의 모습을 보게 된 것 같아요. 

지금껏 남 돌보는 걸 좋아하는 천재성이 내 안에 있었는데 나는 몰랐어요. 그런데 50살이 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남을 돌보는 재능이 발현된 것 같아요. <드림온> 쓰고 싸인회 다닐 때는 사람들이 나에게 와서 “선생님 저 꿈이 있어요. 이걸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요?” 같은 질문을 던지곤 했어요. 그런데 요새 싸인회에 가면 내 곁에 와서 그냥 울어요. 그럴 때 내 기운이 달라졌고 그걸 사람들이 안다는 게 느껴져요. 천만다행이죠. 

Q 50대를 지나 앞으로도 계속될 선생님의 비상이 기대가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나요? 

사람들은 내가 꿈을 갖고 움직이는 줄 아는데 내가 제일 중요하게 보는 건 오늘이에요. 나는 하루 스케줄과 무지하게 싸워요. 하루를 열심히 살면 꿈이 되는 거예요. 한 가지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지금보다 더 자유롭고 품격 있게 살고 싶어요. 지금까지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댁, 친정 다 챙기고 돈 버느라 하고 싶은 걸 못하고 살았던 것도 있거든요. 패션은 1단계에 불과하니 10단계까지 갈 거고, 영어도 잘 하고 싶어요. 내년부터 외국으로 활동 무대를 넓혀서 영어로도 강의를 시작할 거예요. 하지만 이게 분명히 이루고 싶은 목표는 아니에요. 하지만 분명히 돼요. 영어 공부, 패션 공부를 매일 하는데 어떻게 안 되겠어요? 그러니까 내가 이루고 싶은 건 꿈이 아닌 하루예요. 


사진 : 기준서(스튜디오 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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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DB 2017.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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