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바퀴가 있는 삶 ep.2 (by 코리하 라이브)

by 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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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이야기: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글: 코하


수많은 인류학자들이 말하기를 인간(=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지구의 지배계급이 된 것은 골반의 이상 발달로 인한 직립보행과 그로 인한 손의 사용, 그리고 그에 뒤따른 지능의 폭발적인 발달이 그 이유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글은 중고등학교 역사 혹은 과학시간(너무 오래 전에 들은 수업이라 정확히 어느 지점의 어떤 과목인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인류학자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가지는 종의 특징임은 딱히 부정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에도 배우는 최초의 인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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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피엔스는 20만년 전에 지구상에 출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인간이라는 종의 직립보행의 역사 역시 20만년 이상(그 전 인간의 조상들에게도 직립보행의 흔적은 있으므로) 이어져 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너무 자연스러운 것이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주 간과하지만 인간의 일상을 이루는 대부분의 사물과 문화와 관념의 대부분은 직립보행을 전제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반면에 휠체어와 같은 바퀴가 함께하는 삶에 대한 역사는 어떨까요?


실제로 역사에 바퀴가 등장(수레같은 것들을 포함하여)한 것은 기원전 3500년으로 지금으로 부터 약 5500년 전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곧장 인간의 발을 대신하는 물건으로 쓰인 것은 아닙니다.


물론 기원전 몇백년 전의 그림 같은 것에도 바퀴가 달린 의자를 탄 사람 같은 기록물이 발견되곤 하지만 그거야 그 시대의 지배계급에서나 가능한 일종의 퍼포먼스라고 본다면 지금의 휠체어 같은 용도로 만들어져 많은 이들에게 보급된 것은 기술공인 헤리 제닝스가 채광 사고로 등을 다친 그의 장애인 친구인 동료 기술공 허버트 에버레스트와 함께 최초의 가벼운 강철 접이식 휠체어를 발명한 1933년 이후로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따라서 그러한 역사적 사실들을 감안한다면 바퀴가 있는 삶에 대한 고려가 되기 시작한 것도 불과 90년도 안 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나, 바퀴가 있는 삶을 사는 것은 휠체어와 장애인 뿐만은 아니니 추가로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최초의 유모차까지 고려하면 윌리엄 캔트가 유모차를 제작한 1733년까지도 거슬러 올라갈 수 있기에 바퀴가 있는 삶에 대한 역사는 대략 300년이 조금 안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20만년 vs 3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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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야기를 쓰면서 어쩌면 이것이 바퀴가 있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감내해야 하는 여러가지 문제의 근원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DNA 혹은 그와 거의 비슷한 인식 레벨에 자리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인식(직립보행을 기본이라 놓고 생각하는 인식), 사회의 시스템 및 편의시설의 부재(직립보행 위주로 고려된 시스템 및 각종시설) 같은 것들 말입니다. 그러니 많은 바퀴가 있는 삶을 살거나 그와 아주 가깝게 사는 사람들이 불편을 느끼고 힘들어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함께요.


굳이 300년 전이 아니라 불과 2~30여년 전만 하더라도 휠체어를 타고 밖으로 나가는 것은 (과장 조금 섞어서) 미친짓이었습니다. 사방에 요철과 턱이 있어 순수하게 휠체어만 타고는 지나갈 수 없는 길이 사방에 존재했었고, 거의 모든 건물은 엘레베이터나 경사로같은 편의시설이 없었습니다. 지하철을 포함한 대부분의 교통시설을 이용할 수 없었고, 택시라면 그나마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만 그마저도 승차거부 당하기 일쑤였습니다. 모든 바퀴가 있는 삶의 순간엔 그 삶을 도와주는 도우미가 필요했고, 그들에게 짐처럼 업혀서 갈 수 없는 곳을 다녀야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현재의 대한민국에 와서도 휠체어와 같은 바퀴로 접근할 수 있는 장소는 고작 전체 국토의 20~3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약 3000년 전보다는 300년전의 바퀴가 있는 삶이 조금은 더 나았을 것이고, 300년 전보단 30년 전이 나았을 것이고, 30년보다는 지금의 바퀴가 있는 삶이 훨씬 나은 삶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약 199,700년 차이나는 세월을 생각한다면 지난 300년동안 인류가.. 그리고 세상이 받아들인 바퀴가 있는 삶에 대한 태도는 (전세계를 기준점으로 잡을 때, 지역적으로 차이가 심하게 나는 것을 고려한다고 해도) 놀랍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다른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퀴가 있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느끼는 감정은 아직 불편하고 모자란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300년만에 이만큼이나 바뀐 사람들의 가능성을 믿고 조금 불편한 오늘을 살아가면 내일은 조금은 더 편할 거라고.. 그렇게 한 100년정도만 더 지나면 따로 바퀴가 있는 삶을 지칭하지 않고 신경쓰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감히 그런 예측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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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삶의 모습을 공감하고 더 나아지길 바라야 가능하겠지만.. 미래의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들은 바퀴 유무에 상관없이 보통의 삶만을 강요받길(?) 바라며 오늘의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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