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흡연을 쉬어가는 중입니다

바퀴가 있는 삶 ep.10 (by 코리하 라이브)

by 코하

열 번째 이야기: 지금, 흡연을 쉬어가는 중입니다.


글: 코하


벌써 바퀴가 있는 삶이 열 번째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올라가는 시점이 설날이라는 사실은 순전히 우연임에도 뭔가 새해 운세를 잘 본 그런 느낌처럼 마치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감이 들어 글을 준비하는 내내 작은 설렘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그래설까요?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거창한 주제도 있었지만 너무 오랜 준비기간과 많은 취재가 필요한 터라 패스,

무거운 주제도 있었지만 최근 에세이의 주제들이 대체적으로 무거웠던 터라 패스,

가벼운 주제도 몇몇 생각해 봤지만 아직 (제 자신이) 준비가 되지 않은터라 패스,


그래서 계속 주제만 생각하며 돌고 돌고 돌다가

‘시즌에 맞춘 주제를 굳이 바퀴에 얽메이지 않고 풀어보자.’라고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새해, 그리고 설날에 맞는 이야기를 조금은 가볍게 해보기로 했구요.


그런 이유로 열 번째 이야기이며 설날 당일에 올라갈 이 이야기의 주제는 금연입니다.

왜 있잖아요. 흡연 중인 분들이 새해되면 가장 많이 하는 새해 계획 중에 하나이자 작심삼일의 대명사인 그것 말입니다.


저는 제목처럼 흡연을 쉬고 있습니다. 금연을 한지는 1년반은 넘었고 2년은 아직 안 됐으며, 사실 이전에도 금연을 시도한 적은 많았어서 6개월 한 번, 1년 두 번, 3년 한 번을 흡연을 쉬었던 전적이 있습니다.


그 중 최장 기간인 3년 동안 흡연을 쉬었을 땐 마침내 담배를 끊는데 성공했다고 생각도 했고 친구들 사이에선 ‘독한놈=인간 같지도 않은 놈’이라는 찬사를 듣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에 담배를 다시 피우게 되면서 담배는 끊는 게 아니라 잠시 쉬는거다라는 말이 사실이라는 증거로 쓰여지며 ‘독한놈=인간 같지도 않은 놈’에서 ‘결국은 사람인 걸 증명한 놈’으로 강등당하긴 했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다시 1년 반 조금 넘게 흡연을 쉬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정말 평생 흡연에서 멀어질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물론 인생은 장담하는 것이 아니고 이미 ‘결국은 사람인 걸 증명했던 놈’인지라 확실히 금연에 영원히 성공했다라고 단언할 순 없지만 이번엔 동기가 달랐으니까.. 아마도 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금연이라는 행위는 흡연자의 입장에서 (주변의 피해를 고려하지 않고) 자신만 생각한다면 그다지 효율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은 선택지라고 봅니다.


그 이유를 아주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들어보자면

1. 흡연자가 금연한 후 느끼는 건강상의 개선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거나 혹은 개선효과는 분명 있지만 개인차가 커서 개선 효과를 거의 못 느끼는 사람도 존재한다는 것.(제 경우가 개선효과를 거의 못느끼는 경우입니다.)
2. 담배라는 기호식품을 태워 흡입하는 흡연이라는 취미는 흡연자 개인의 효율로만 따졌을 때, 꽤 가성비가 높고, 시간의 손실이 적으며, 접근성마저 좋은, 전반적으로 효율이 좋은 취미이자 스트레스 해소 방법에 속한다는 것.
3. 금연 후에 높은 스트레스, 스트레스로 인한 폭식, 또는 늘어난 음주량 등의 영향으로 오히려 건강이 나빠지는 경우도 꽤나 높은 확률로 나온다는 것.
4. 금연이라는 행위 자체가 너무 힘든 일인 반면에 막상 그 댓가는 위에서 보듯 생각보다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

등이 있습니다.


물론 금연으로 얻을 수 있는 개인의 가장 큰 이득은 흡연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질병에 걸릴 확률 낮추는 것이겠지만 말 그대로 확률을 줄이는 것이다보니 아직 병이 걸리지 않은 입장(제 지병인 류마티스 관절염과 흡연의 상관관계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애초에 전 9세 때 이 병이 발병한 것이니 제 병과 흡연은 무관하다 볼 수 있습니다.)에선 쉽게 와닿지 않는 부분이고 흡연을 하면서 다른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느냐 VS 흡연은 하지 않지만 다른 건강관리는 거의 안하느냐, 흡연을 하더라도 얼마나 많이 하느냐같은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에 흡연이 다양한 질병의 원인일 수는 있겠으나 흡연’만’이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애초에 흡연이라는 것을 안했다면 모를까, 이미 해왔던 입장(이미 버린 몸?)에서는 금연이라는 행위 자체가 효율이 상당히 떨어진 행위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저 역시 흡연량을 하루 5개피 이내로 줄이고 적절한 건강관리를 병행하며 흡연구역에서만 흡연하고 흡연 후에 몸에 배는 냄새나 연기의 흔적을 확실하게 지우는 방법을 찾는 것이 금연보다 여러모로 나은 방향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 모든 효율은 감정에 우선할 수가 없더군요. 동생이 아이를 낳으며 ‘계속 흡연을 하고 담배냄새를 풍기겠다면 조카를 보여주지 않겠다.’라는 선언에 그날로 금연을 시작하고 이후 1년 반이 좀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동생의 반협박이 있긴 했으나 그 이전에 조카에게 담배냄새 나는 삼촌으로 기억되고 싶지 않다는 강한 동기가 생겨버렸으니 어쩔 수 없죠. 금연을 할 밖에요.



그래서 결국은 이 말이 하고 싶었습니다. 금연은 흡연자 입장에서 사실 굉장히 비효율적이고 힘든 일이니 어지간한 동기가 없다면 도전하지 않는 것이 ‘애초에 지키지도 못할 거, 이번에도 작심삼일이냐?’라는 조롱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확실한 금연의 이유가 생겼고 그 이유가 앞으로 닥칠 흡연의 유혹과 비효율적인 금연의 민낯을 만나더라도 이겨낼 수 있는 동기라면 당장 ‘영원한 완전 금연’이라는 거창한 목표 말고 '금연의 이유가 존재하는 동안은 흡연을 쉬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바퀴가 있는 삶 ep.5에서 신년 기준 새해 계획을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에 하나 덧붙이고 싶네요. 이글을 보며 혹시 흡연을 쉬어가보자는 마음이 생겨서 올해엔 이 대한민국에 흡연을 쉬어가려고 마음 먹은 사람이 몇 명쯤 더 늘어난다면 그것도 지구와 환경과 주변과 우리를 위해 좋은 변화라면 변화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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