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가 있는 삶 ep. 15 (by 코리하 라이브)
이야기 하나
어릴적 나는 인형놀이를 좋아했습니다. 또래의 여자 아이들이 인형놀이하는데 언제고 끼고 싶었지만 초등학생 남자애가 여자애들의 인형놀이에 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아니, 여자아이들은 관대했어요. 언제든 내가 인형놀이에 끼는 것을 환영해줬거든요. 하지만 주변이 문제였습니다. 같은 남자아이들은 내가 여자아이들과 인형놀이를 하는 것에 대해 놀림거리로 생각했고, 어른들 역시 사내아이는 사내아이답게 놀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덕에 나는 내가 인형놀이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감추고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했습니다.
• 네. 나는 나의 성별 때문에 나의 욕구를 외면해야 했습니다.
이야기 둘
나는 아이돌을 좋아하는 이른바 덕후입니다. 그리고 나이는 40대의 남자입니다. 이른바 아저씨팬이라고 불리는 사람입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과거에도 아저씨팬, 덕후에 대한 시선이 너그러웠던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과거에 자주 들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나잇살이나 먹어서 아이돌 가수를 좋아하는 건 뭔가 이상한 일 아니냐'는 이야기입니다.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내며 앞에서 대놓고 '로리타' 운운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왜 내가 순수하게 아이돌 가수를 좋아하는 팬으로 활동함에 있어 나의 성적취향 검증까지 받아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단지 난 팬으로써 스타를 좋아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나는 게임을 좋아하는 게임 덕후이기도 했습니다. 어릴적부터 좋아한 게임이고 취미생활로 꽤 오랜 시간을 즐겨온 게임이지만 게임을 하는 것은 항상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어릴적엔 게임은 공부한 다음에 하는 것이고, 나중에 커서 (대학에 가서) 해도 늦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큰 이후에 게임을 하려 했더니 나잇살이나 먹어서 게임을 한다며 다른 취미를 가져보란 조언을 받았습니다. 어쩌라는 건지.. 나는 그저 나의 여가 시간에 게임을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 네. 나는 나의 나이 때문에 나의 욕구를 검증받아야 했고, 취미의 변경을 요구받아야 했습니다.
이야기 셋
내 삶에서 중요한 취미 중에 하나는 공연 관람입니다. 좋아하는 아이돌의 콘서트나 좋아하는 음악가의 콘서트, 연극 공연이나 뮤지컬 공연 같은 현장감 있는 공연을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런 공연은 내 삶의 활력소이자 힐링을 하고 내가 좀 더 삶을 충실히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내가 공연을 즐기기엔 항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자잘하거나 혹은 공연을 볼 수 없을정도로 치명적인 난관들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난관들을 넘어 공연을 보려면 때로는 다소 무리가 따르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공연 관람을 하기 위해 노력할 때, "왜 그렇게까지 하면서 굳이 공연을 보려 하느냐."라는 말을 자주 듣기도 했습니다.
언젠가는 해당 공연의 관계자라는 분이 직접 그런말을 한 적도 있었을 정도에요. "다른 좋은 공연 많으니 그걸 보시라. 우리 공연을 굳이 왜 보시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이죠.
• 네. 나는 나의 장애 때문에 나의 욕구를 무시당했습니다.
당신의 욕구를 이뤄 행복을 전할 파랑새는 당신이 가장 원하고 가장 잘 아는 바로 '그것'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