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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토리 리뷰

엉망진창이어도 날아오르고 싶어, 영화 <베일리와 버드>

영화 <베일리와 버드> 시사회 후기

by 토리

*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 받아 작성하는 글입니다.


1. 엉망진창일 것만 같은 내 인생


영국 켄트, 그곳에는 열두 살 베일리가 산다. 베일리는 고작 열두 해를 살았지만 인생이 고달프다. 아빠는 느닷없이 결혼을 하겠다 하고, 오빠인 헌터는 자기 친구들과 이 너저분한 도시의 해결사 노릇을 하겠댄다. 따로 사는 엄마와 여동생들은 질 나쁜 남친에 치여 산다. 베일리, 열두 살. 이제 꽤 어른이 된 것도 같은데, 실상은 어른인 것도 아닌 나이. 누군가는 너무 일찍 크고 누군가는 하염없이 아이 같은, 그 제멋대로 자란 뒷마당 같은 세계에서, 베일리는 혼란스럽다. 그 좋아하던 탐조도, 동영상 찍기도 충분한 위안이 되지 못할 정도로.


2. 기이하고 소중한 벗, '버드'

그런 베일리의 삶에 바람이 분다. 돌풍과 함께 나타난 이상한 남자는 자신을 '버드'라고 소개하더니, 부모를 찾고 있노라 이야기한다. 낯선 어른은 따라가는 게 아니랬는데, 이 남자는 이상하게 위험할 것 같지 않다. 바람결에도 휘청거리는 그에게서, 베일리는 좋아하던 새들의 모습을 엿본다. 이상한 춤을 추며 날뛰는 버드는 돌연 바로 서서 베일리를 바로 본다. 그리고 말한다.


"정말 아름답지 않니?"

"뭐가요?"

"오늘."


3. 베일리와 버드의 좀 이상하지만 따뜻한 모험


버드에게 매료된 베일리는 어느새 버드의 부모 찾기에 동참한다. 버드만의 것일 것 같던 모험은 이윽고 베일리의 모험(혼란한 가족과 삶 속에서 스스로 바로 서는 법을 찾는)으로 확장되고 그 과정에서 베일리는 자신의 혼란스러운 삶의 방향키를 찾는다.


영화는 아주 현실적인 영역과 판타지적인 영역을 넘나들며 일상적이고 때론 우울한 베일리의 삶에 '환상'을 부여한다. 그러나 그것은 대단한 영웅이 나타나 히로인을 구하는 것처럼 극적인 방식이 아니다.

어느날 홀연히 나타난 '버드'는 그 옛날 북유럽이나 켈트 신화 속 까마귀들처럼 베일리의 눈을 들여다 보고, '너는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고 속삭인다. 아빠도, 엄마도, 자기 삶도 좀처럼 맘 편히 사랑할 수 없던, 그래서 홀로 위태롭게 서 있던 베일리가 마침내 그의 인생에 부는 풍파에 기꺼이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르게 하는, 그런 조언이다.

버드는, 영화는 이런 방식으로 말미암아 주인공이 스스로 날아오르게 한다. 그러나 그것 역시 대단한 비상이라기보다는, 그저 오늘의 아름다움을 들여다보고, 지난한 삶을 살아가는 또 하나의 방식처럼 보인다. 그래서 판타지적이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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