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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리 Jun 12. 2021

맘마미아, '아빠 찾기' 서사 속 어머니의 이야기

이 글은 맘마미아2를 보고 맘마미아1을 복습하면서 느낀 소소한 감상임을 밝힌다. 맘마미아2에 대한 스포일러는 없을 예정.



   내가 영화 맘마미아를 좋아하는 것은 이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아빠찾기’ 서사에서 정작 중요한건 ‘아빠’가 아니라는 점이다. 아버지가 부재한 많은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그들의 아버지가 누구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주목해왔지만 이 영화에서는 도리어 아버지 후보들을 셋이나 불러와놓고 정작 진짜 아빠가 누구인지를 가리지 않는데, 그것은 이 영화가 기존의 남성중심의 서사를 답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인공은 아버지가 부재한 상황에서 아버지의 존재를 끊임없이 그리면서 결혼식장에서 자신을 신랑에게 넘겨주기를 꿈꾸지만, 결국 이 ‘아버지 찾기’ 헤프닝을 통해 그녀가 깨달은 것은 그녀와 어머니의 끈끈한 유대와 사랑이다. 극 중 도나의 말마따나 ‘딸이 있는지도 몰랐던’ 아빠 후보 셋은 훤칠하고 개성적이며 매력적인 들러리 역할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주인공 모녀의 관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는 못한다.


    그러고보면 맘마미아1에서 도나가 보였던 불안해하는 모습들은 사랑했던 옛 연인의 등장에 솔직하게 동요하고 흔들리는 모습이기도 했겠지만 그보다는 딸을 실망시킬까봐 두려워했던 것이 더 컸을 것이다. 20년간 부재했던 연인보다 더욱 소중했던 것은 단연코 그녀의 딸 소피였을 테니까.

   맘마미아는 ‘어머니’를 어떤 이상적이고 숭고한 존재로 그리지 않는다.  ‘도나’는 지극히 인간적이다. 홀몸으로 아이를 낳아 기르고 호텔을 운영할 정도로 강인하면서도, 옛 연인들(?의 등장에 흔들리고, 그런 자신의 모습에 딸이 실망할까 두려워하는. 전통적으로 싱글맘을 떠올리면 어머니의 일방적인 ‘희생’을 연상하기 쉽지만, 도나에게 소피가 그런 일방적을 희생을 강요한 존재가 아니다. 소피는 도리어, 도나의 20년을 지탱하고 꾸려나가는 것에 동참한 동반자다.



    한바탕의 요란한 ‘아버지 찾기’ 서사는 도리어 가장 명확한 관계, 즉 도나와 소피라는 모녀의 관계를 조명하면서 이들이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보여준다. 소피는 어떤 완전한 가족의 형태를 꿈꿔왔지만, 사실 그녀는 이미 완벽한 가족을 꾸려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보면 이 영화는 전통적인 가족상의 해체라는 점에서 무척 인상적이다. 소피가 막판에 결혼을 미루게 되고, 세 명의 아버지 후보들이 저마다 소피의 3분의 1만큼 아버지가 되겠노라고 선언하는 것은 남성과 여성이 만나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려야 한다는 지극히 헤테로 섹슈얼 중심의 가정에 대한 관념에 대한 전면적인 저항이다.결혼을 통해 가정을 꾸렸던 샘과 타냐가 모두 돌싱이 되어버린 것은 어쩌면 꽤 의도적인 설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소피는 아빠가 셋에 엄마 하나, 그리고 잘 생긴 애인 하나라는 독특한 가족 형태를 꾸리게 되는데, 아빠 하나는 엄마와 20년 의 공백기를 둔 쌍방향 삽질()끝에 결혼했고, 아빠 하나는 엄마의 친구랑 사귀고, 나머지 아빠 하나는 게이 성향이 강한 바이섹슈얼이다.(!)



맘마미아2에서도 사실 비슷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맘마미아2가 더 좋았던 것은 전편에서 어쩌면 단순히 마음 여린 여인으로 보였을지도 모를 도나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줬다는 것. 시시콜콜한 보이토이들의 이야기를 줄이고, 여성들의 이야기에 더욱 주목했다는 것이다. 


 1편에선 도나(메릴 스트립) 이외에도 훤칠한 아빠 후보들에 눈이 많이 갔다면 2편에서는 소피, 도나(릴리 에반스)의 이야기에 좀 더 확실하게 포커스를 맞춘거 같아서 좋았다. 사실 다소 뜬금없다고 여겨지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한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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