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토리 리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토리 Aug 07. 2023

그 산에는 우정과 인생이 있었다.

영화 <8개의 산> 시사회 리뷰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참여하여 작성한 리뷰입니다.

산을 사랑한 두 남자의 우정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우리는 좋든 싫든 이 삶을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앞날은 예측불허하고, 그것은 때론 지난하고 때론 즐겁다. 끝없이 이어지는 산길처럼 우리의 인생에도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있다는 이야기다. 영화 <8개의 산>은 이러한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산을 사랑한 두 남자의 우정과 삶을 중심으로 그려낸다.


1. 피에트로와 브루노

토리노 출신 소년인 피에트로는 인생의 낙을 산에서 찾던 아버지를 따라 어느 산골 마을에 다다랐고, 바로 그 곳에서 시골 소년 부르노를 만난다. 젊은 사람이 죄 빠져나가고 그 마을의 유일한 소년이던 그는 또래 애들보다 부쩍 어른스럽다. 친구도 없이 외로운 나날을 보내던 어린 피에트로는 금새 그에게 매료된다. 두 사람의 우정은 언제까지고 이어질 것만 같았지만 앳된 우정은 어른들의 사정 따위에 쉽게 훼손되곤 하는 법이다.


소년이던 두 사람은 서른이 넘어서야 재회한다. 그 사이 피에트로는 이렇다할 좋아하는 일도 찾지 못한 채 방황하다 아버지와 의절하다시피했고, 도시에서 공부를 하고 싶어하던 부르노는 벽돌공이던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쭉 벽돌공 일을 했다. 두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한 것은 다름 아닌 피에트로의 아버지였다. 산을 좋아하던 아버지는 종종 피에트로, 또는 피에트로와 그 친구인 브루노를 산에 데리고 가곤 했는데, 피에트로와 연락하지 않게 된 후로부터는 브루노를 친아들처럼 아끼며 그와 등반하곤 했던 것이다. 그런 아버지는 부르노에게 산 중턱에 있던 쓰러져가던 집을 고쳐 달라는 유언을 남겼고, 피에트로와 부르노는 그 유언에 따라 집을 수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둘은 바로 이 집을 말미암아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다.



2. 산을 사랑한 남자들

이 영화는 산을 사랑한 남자들의 이야기다. 피에트로는 아버지인 '조반니'의 산에 대한 애정을 이해할 수 없어했지만 산속에서 만난 부르노와의 나날을 좋아했고, 그와 재회함으로써 산을 좋아하고, 산을 좋아하던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부르노는 평생을 산에서 살아왔고, 산 바깥을 동경했지만 다시금 산으로 돌아왔다. 그에게 산은 삶의 터전 그 자체이다. 피에트로와 부르노에게 산이란 우정, 사랑, 삶이 있게 한 중요한 장소이다. 그러나 산은 언제나 변덕스러운 법. 따뜻한 햇살이 비치고 초목이 무성하던 곳은 언제라도 비바람이 불고 눈보라가 휘몰아친다. 산의 이러한 모습은 마치 인생의 여러 장면들을 연상케 하는데, 실제로 영화 속 인물들의 삶 역시 아주 변화무쌍하다. 평온 끝에는 시련이, 고난 끝에는 다시 평화가 깃드는 그들의 삶은 어찌보면 비극적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잘 생각해보면, 실상 그것은 인간 전반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작중에서 피에트로가 만났다던 네팔의 고승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세상에는 가장 높은 산과 나머지 여덟개의 산이 있고, 가장 높은 산을 잃은 사람은 나머지 여덞개의 산을 평생 방황한다'고. 어쩌면 이 말처럼, '삶이란 자신의 첫번째 산을 상실하고 남은 여덟개의 산을 떠도는 것과 다름없을'지도 모른다.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리는 빙하와 물이 그러하듯이, 우리는 여태 지나온 길을 다시 되돌아갈 수 없다. 사람은 다만 나아갈 뿐이다.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우리의 첫번째 산을 그리며, 협곡과 절벽 너머로 나아가며. 어쩌면 조반니, 부르노, 그리고 피에트로가 산에 그토록 목을 매던 이유도 여기 있지 않을까?



3. 여덟 개의 산


극장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아름다운 알프스 산의 전경이다. 그것은 아름답고 매혹적이면서 그와 동시에 관객을 압도한다. 깊은 심해를 바라볼 때와 마찬가지로 형용할 수 없는 벅찬 기분이 느껴지는데, 그런 탓인지 피에트로와 부르노가 그토록 그 산을 사랑했던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꽤나 잔잔하다. 마냥 즐겁지도, 마냥 우울하지도 않다.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그들의 현실적이면서도 낭만적인 삶을 그려내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삶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는 아래와 같다.


1. 웅장한 알프스의 대자연: 말해 뭐하나? 스틸컷에는 감히 담기지 않는 웅장함이 있다.

2. 산을 사랑한 남자들의 행보와 인생 비교: 조반니, 피에트로, 부르노의 삶과 그들 간의 관계를 분석해보라.

3. 피에트로와 부르노가 처한 상황과 느끼는 감정에 따라 바뀌는 의상의 색 (이건 내 마음대로 추측한 것이긴 하지만 의외로 색과 상황이 일치하는 구석이 있다.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

 







매거진의 이전글 거장은 어떻게 거장이 되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