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들께

고맙습니다...

by 헤븐

하얀 지면위에 깜박이는 커서만 쳐다보다가, 잠시 정음이가 잠든 틈에 얼른 미뤄둔 마음을 마무리 져야 한다는 심적 부채감(?) 을 지워내고자, 저는 이렇게도 여전히 이기적 마음으로 잠시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려봅니다. (근데 잠시 생각에 잠기다 결국 아이는 일어났고.... 뻥튀기를 겨우 먹이고 저와 함께 식탁 위에 앉아 있어요 ;)


안녕하세요. 늘 빈약하고 부족한 글을 읽어 주시는 감사한 독자님들... 그간 강녕하셨을까요. 이런 글을 쓰는게 거의 처음 같습니다... 그리고 그저 고하고 싶은 마음은 감읍함 뿐입니다... 정음의 투병 에세이가 본 지면의 메인이 되기 시작하면서 제 글은 더더욱 지독한 뻔뻔함으로 점철되기 일쑤였다는 것을, 그리하여 언제나 지울 수 없는 죄책과 속죄가 담겨 있었음을 고해합니다...


고 박완서 선생님의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라는 단편집 제목이 불현듯 떠오르는 것은 왜 일까요... 아마도 제가 여전히 '부끄러운' 마음과 일종의 그 연장선의 감정을 품고 글을 쓰는 '자신' 이 부끄럽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병원에서 정음이와 입퇴원 반복하면서 시간의 여유가 될 때, 아니 사실은 무너진 마음을 정리하고 이성을 차리려 노트북이나 핸드폰을 열어서 텍스트를 날림으로 쓰고 그대로 편집 없이 (늘 죄송한 마음입니다) 급하게 '발행' 버튼을 눌렀을 때. 그런 미천한 글 이어도 독자님들 중에 몇 몇 '간병' 과 '투병'의 고통과 시간을.... 진심으로 공감해 주시고 댓글로 응원 주셨을 때.


병원에서 참 많이 울었습니다. 그 눈물은 아마도.... 깊은 참회와 감사의 결과물일테죠...

정말 감사했어요.... 눈물이 절로 나올 만큼. 사실 제가 좀 잘 우는 편인데; 특히 정음이가 아파진 후에는 마음의 힘이 더더욱 빈천해지기 일쑤여서 눈물의 빈도가 잦은 건 쉬이 회복되기 힘들겠지만, 그래도... 요즘은 '덜' 우는 편이 되어 갑니다. 아마도 시간의 힘 일까요... 어쩌면 모든 건 정음이의 고마운 변화 덕분이기도 할까요.


독자님들은 어떤 분들이실지, 어떤 세계를 살아내고 계실지 사실은 조금 궁금해서 기웃거리고 싶다가도.... 정말이지 사실 다른 분들의 글을 읽을 여유 조차 좀처럼 없는 게 현실이어요.... 그래서 더욱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몇 몇 분들은 뵙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기도 했습니다. 아직까지도 제게 가당찮은 사치 같기만 하지만요. 누군가 외부인을 만나서 담소를 나눈다는 것은.... 아직도 멀게만 느껴지는 상상 속 일 같기만 합니다...



개인적으로 지는 석양의 순간을 참 좋아합니다.. 정음이 이야기를 다 쓰고 나면 꼭 그 순간과 만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고립.



암투병 환우. 특히 정음 처럼 '독립 거동 불가' 한 환우를 돌보는 엄마의 삶이란....일거수일투족 밀착간병을 하다보니 정말이지 떨어질 틈이 거의 없는 게 현실입니다...그게 참 묘하게 간병 스케일을 한층 고조시킨 채 극한으로 계속 간병레벨을 갱신시켜 나가곤 했어요...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병동에서 잘 걷는 환우들 보면... 최소한 수액 폴대 스스로 밀고 잘 걸어 다니는 친구들 보면....그 곁의 보호자들을 멀리서 보며 그저 저는 입술을 꽉 깨물고 저와 정음의 현실을 많이 원망했습니다...휠체어 아니면 침대... 그 공간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은 정음이가... 같은 항암을 하면서도 그 안에서도 한참 지하 세계에 있는 듯한 기분이었고. 그래서 정음이 볼 때마다 면목 없고 죄스러워서..... 곁을 지키는 저 또한 현실적 간병 고통이 상당했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여전히 그렇기도 합니다... 거동이 쉽지 않은 환자를 돌보는 일은.......뭘 해도 상상이상이라는 오만한 사념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 다름 아닌 고립감이었는데요. 그 감정은 사실 항암 초반인 재작년 삼성서울병원 8층 소아암병동에서 항암치료를 위한 입퇴원 시절까지만 해도 그리 크게 다가오지 않았었어요..'퇴원' 기약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정음과 제 자신을 완전한 절벽으로 몰아 넣어 절망시킨 건 역시나 작년 2025년 하반기였어요.. 아마 혈전치료 시작하면서 그 당시엔 정말이지 '기약 없는' 입원 생활을 지속하면서...매번 절망과 참담의 늪에서 겨우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쥐어 짜내야 했던...............매일이었습니다............. 쉽다던 션트 리비전술도 하필 저희 정음이는 3번을 연속으로 해 내야 했는데 그게 가장...... 여전히 생각해도 참..... 아쉽고....견디기 힘든 시절이었습니다......



상실감을 이길 회복력



저는 독자님들께 글을 통해서 어쩌면 저와 정음이가 잃어버리는 중인 '상실'의 시간과 순간을 계속해서 보여드린 것 같아요.....평범의 상실. 건강의 상실. 장기기능의 상실. 마음의 상실. 여러 형태로 훼손되고 손상된 신체와 마음. 그 시간의 기록들....


유일하게 지면에서 뭔가 적고 있을 때 그 상실감을 아주 조금은 잊을 수 있었어요.. 네. 그래서일거여요. 제가 여전히 부끄럽고 부족하지만 '글' 이라는 형태로 텍스트를 남발하게 되고 마는 것은. 정리정돈 되지 못한 채 늘 감정을 휘발시키기 위해, 혹은 철저히 우리의 여정을 활자로 남겨서 기록으로 남기려는 이유. 나쁜 감정을 최대로 희석 시켜서 거기서부터 '희망' 을 얻고 싶었습니다.............. 일종의 저로서는 그래서 '글' 이라는 것이 상실을 이겨낼 연약한 회복도구와 같은데요...그래서 글이 두서도 없고 지극히 사적이고 그래서 사념도 사족도 다분히 넘칩니다....


그런 글을 여태 읽어 주셨고, 읽고 계시고, 한편으로 기다려도 주셨던 것 같은 독자님들의 댓글이나, 응원댓글이라는 너무나도 황송한 마음을 건네 주셨을 때....... 자꾸 저는 넘치는 과분한 감사에 어찌 보은을 드려야 할 지 안절부절하기 일쑤입니다.....


언젠가 정음의 치료가 종결이 되었을 때. 꼭 마음을 담아 편지를 띄워보고 싶었습니다.

저로서는 '연서' 에 가까운 마음의.... 한 글자 한 문장 꾹꾹 눌러서 적고 있습니다만 (잠시 피식 하고 웃으실 것 같지만...저는 꽤 진지 합니다 ^^;) 정말 감읍한 마음을 어떻게라도 전하고 싶은 마음인데... 어느새 스크롤을 올려서 위에 적은 글을 보니...다 지워야 하나; 싶은..... 충동이 잠시 생겨버리는 지금입니다...


(제가 이렇게 글을 참 못 쓰는 게 들통나는 순간이겠습니다.......... 그저 너그러운 독자님들 덕분에..... 글을 쓸 용기를 낸다며;)



여전히 앞은 잘 보이지 않지만...정음 곁의 나무처럼... 잘 버티며 지켜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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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이라기에 아직 실감이 안 나지만, 모두 2025년 어떠셨을까요. 2026년은 무탈히 시작하셨을까요. 정음이네는 그저 일상에 가깝고 달력의 숫자가 거의 힘을 잃은지 오래긴 합니다만... 쌍둥이 생일 주간을 챙기며, 그저 병원이 아닌 집에서의 일상을 감사하게 여기며, 당장 내일은 응급실에 가서 최근에 이탈된 L튜브를 삽입하러; 그런 이러저러 소탈한 매일을 지내고 있어요.... 이런 일상이 정말이지 감사할 뿐입니다..


독자님들 한 분 한 분 정말 감사 드리어요....

정음이 계속 기억해 주시고 응원까지 건네 주시는 독자님들 덕분에, 꿋꿋한 마음 지켜내며... 저도 정음의 곁을 더 잘 지켜내자는 일심을 더 지켜내보기도 합니다.


좋은 이야기로 지면을 채우고 싶다는 염원은 여전하오며.

다만 그렇지 않은 순간이 또 변수처럼 찾아 오더라도..... 무너지지 않고 다시 극복하는, 이겨내는.

지지 않는 정음이의 시간을......계속 써 보고 싶습니다..


진심으로 마음 깊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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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님)

그곳에서 평안 찾으셨을까요... 저는 여전히 남경님 생각을 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정음이는 가끔 '춘식이 누나' 를 묻습니다... 남경님을 기억하는 정음이에게 남경님은 내내 불멸의 존재로 예쁜 누나로 계시어요..... 누군가의 마음에서 잊혀지는 게 진정한 죽음이라면, 남경님은 계속 살아 계시어요... 무례한 마음 같지만.. 저는 남경님이 보여주신 용기, 긍정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여전히 고맙고 고맙습니다. 당신의 '존재' 에 대해 여전히 생각합니다... 고마워하며. 그리워하며.


이슬님)

여기에서 댓글을 뒤늦게 읽고 한참을 절 울게 하셨던 독자님.... 저보다 더 정음이를 아끼시고 저보다 더 저희 모자의 뒤를 챙겨주시려 물심양면 마음 건네 주셨던 귀인이셔서.... 어찌 보은해야 할까요.... 정음이를 계속 굳건히 더 잘 지켜내는 모습을 보여드리려 노력하고 있어요. 그저 감사해요... 언제나. 앞으로도.


차 향기님)

공감을 참 잘 해 주시고 걱정해주시는 마음이 묻어나는 댓글에..제가 병원에서 읽을 적 마다 반성하고 감사하고 그랬습니다. 감사해요.


영임님, 모카레몬님)

아아..... 그저 귀한 마음을 계속해서 건네 주시고 응원해주시는 것을 지켜보며, 사람이 너무 감사함이 넘치면.... 아무 문장이 쉬이 떠오르지가 않게 되고 맙니다.... 내내 강녕하시길 소원합니다... 그리고 계속 기억해주시는 마음에 무척 감읍합니다.


밤 호랑이님)

예전 글 같지만... 제가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는 건 인상 깊은 긴 댓글을 주셨을 것이어요. 그떄 아마 훈민 걱정과 제 걱정 같이 해 주셨던 것 같아요. 그저 감사합니다... 긴 병에 장사 없어서 저도 최근에 미뤘던 건강검진을 했어요. 그리고 생각보다 너무 강하게 잘 자라준 훈민이는 저보다 더 어른 같기만 해요. 두 아이 잘 지켜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아헤브 님)

작가님....절망으로 떨어져 있었을 때. 뒤늦게 알았지만 뒤에서 많은 조력 주시려고 애써 주셨던 마음과 시간에 어찌 제가 보답해야 할까요...그저 너무 감사할 뿐이어요. 작가님만큼 다감한 분은 사실 브런치에서 처음 뵙습니다...; 여러 작가님들의 응원까지도 해내시며 동시에 기쁨이와 아내분을 향한 사랑이 지극하시어 저는 매번 감탄하며 반성하게 됩니다. 감사하여요.



시간의 기록 님)

민님의 신간 발간 소식에도 쉬이 달려가 축하드리지도 못한 채 마냥 멀리서 응원드릴 뿐인 저는...면목 없는 감사를 이 지면을 통해 남겨볼 뿐입니다... .민님과 오래전 주고 받은 편지를 쓰던 시절엔, 감히 이런 현재를 상상하지 못했었는데요...그 때 철부지 없던 저는...... 정음 덕분에....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새 세계에서... 새 인생을 시작해 나가고 있는 것만 같아요...따로 안부 드리고 싶지만 한편 그것이 마음의 동요나 방해가 될까봐 가끔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 그래도 늘 저는 작가님의 팬으로서.....책을 통해 읽는 민님의 마음과 철학 문장에 늘 감탄하며. 그리움 담아 여기서나마 안부 띄워 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