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몰래주식투자 비실비실

by 꽃뜰

모든 게 뜻대로 되지 않은 날이다. 가지고 있는 종목들이 모두 비실비실했다는 말이다. 나야 원칙에 어긋나야만 매매하는 거이면서도 몽땅 오르면 기분이 매우 좋고 몽땅 비실비실이면 나의 기운도 비실비실해진다. 그거 참 이상하다. 당장 돈으로 바꾸는 것도 아닌데 일단 오르면 세상이 내 거 인양 가만히 있어도 막 신이 나고 입이 절로 벌어지고 한다. 그런데 내리면 어떻게 정리한 것도 아닌데 하루 종일 그냥 우울하다. 하하 포카 페이스. 주식하는 사람은 그렇게 일희일비해서는 안된다고 들었다. 포카 페이스. 수익이 나도 안 난 듯 손실이 커도 아닌 듯 무덤덤. 곁에서 전혀 나의 상황을 알 수 없게 해야 한다. 멋지지 않은가. 포카 페이스. 페이스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포카 페이스로 만들기. 냉정한 기계로 만들자.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할 거 하나 없다. 내가 알 고 있는 딱 하나. '난 아무것도 몰라요~ 5일선이 20일선 아래로 내려가면 매도할 뿐야요~' 기계가 되어 요것만 제대로 지키면 된다. 오를까? 내릴까? 예측할 필요도 없고 두 선이 꽝! 충돌하지 않는 한 기뻐할 것도 슬퍼할 것도 없다. 암. 난 포카 페이스. 아 얼마나 멋져? 푸하하하


사진 1. 현물 주식. 827만 원으로 내려앉은 것 보니 나의 종목들이 비실비실인 건 확실하다.

사진 2. 선물주식. LG전자 내 사랑 운운하며 기쁘게 달려들었지만 너무 늦었던 걸까. 오늘 팍! 찬물을 제대로 맞았다. 에고 고고.

사진 3. 선물주식 예탁금. 1071만 원. 수익이 약간 줄었다. 1600만 원을 향하여 파이팅!!!



예쁘게 잘 올라가고 있다. 파이팅! 나의 종목들 중 유일한 빨간색이다. 몽땅 비실비실 판에 딱 하나 오른 종목이다. 하하 이뻐라.


긴 음봉. 그래도 전일 저점을 깨지 않고 고점은 뚫었으니 거기 희망을 걸어본다. 파이팅!



전 고점도 못 깨고 전일 고점도 못 깨고 전일 저점은 깨고 음... 어째 위험신호 같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딱 하나 '난 아무것도 몰라요 5일선이 20일선 아래로 가면 매도할 뿐야요~' 아직 5일선이 20일선 위에 있으니 내가 할 일은 없다. 파이팅! 잘리기 전에 어서 올라가렴. 20일선을 빵! 딛고 어서 올라가세요~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나의 여고시절 단짝 친구의 수익에 즐거워하는 모습에 아직도 늦지 않았어 하고 달려들었건만 너무 숨차게 올라온 것에 대한 숨 고르기일까 영 비실 비실이다. 너무 충동적인 매매는 자제하기로 하자. 기차 안에서 할머니가 외치는 소릴 듣고 매수 하질 않나 누가 샀단 소릴 듣고 매수하질 않나 난 너무 즉흥적이다. 그래도 내가 믿는 거 딱 하나. 5일선이 20일선 아래로 내려갈 때 손실 불구하고 자를 줄만 안다면 적어도 이 주식시장에서 오래오래 생존할 수 있다. 살아만 있으면 기회는 언제나 있다. 몽땅 털리게 되는 그게 위험한 거지. 5일선이 20일선 아래로 내려갈 때 나의 종목은 매우 손실일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철하게 자를 줄만 안다면 결국엔 승리할 수 있다. 파이팅!



전 고점을 뚫었으니 이제 전전 고점을 반드시 뚫지 않을까. 25,100원을 향하여 가즈아~ 푸하하하



이것 역시 꽤 올라가고 나서야 들어갔다. 왜 좀 지켜보다 5일선이 20일선을 뚫고 올라오는 순간에 매수할 일이지 어디 갔다 빵! 오르는 모습 보고 나서야 LG전자 나의 사랑 운운하며 달려드는 것일까. 일단 탈락했어도 다시 5일선을 뚫고 올라오는가 잘 지켜봤어야지. 아마도 다른 종목으로 나의 계좌가 꽉꽉 다 차있어서였을게다. 그래도 한번 들어갔던 종목은 비록 5일선이 20일선 아래로 내려가 탈락시킬지라도 계속 추적해가기로 하자. 그래. 실수를 하고 반성을 하고 다음 장에서 고려할 줄 안다면 그 또한 승산이 있다. 잘했다. 파이팅!!!


(사진:꽃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