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받는 진심에게

사람의 진심이 의심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by 혜다온

예전에 오빠가 초등학교 6학년이던 어느 여름, 방학 숙제로 서예를 했다.

붓을 오래 잡던 손끝에는 늘 잉크 냄새가 배어 있었고, 그날따라 오빠는 유난히 마음을 다해 한 글자를 썼다.

“誠(성)” — 진심이라는 글자였다.


그런데 개학 날, 그 작품은 반장이 한마디로 지워버렸다.

“이건 너무 잘 썼어. 분명히 어른이 해준 거야.”

담임 선생님이 “잘 쓴 작품을 다섯 개만 뽑으라” 고 하셨을 뿐인데, 그 반장은 오빠의 정성을 ‘의심’이라는 잣대로 잘라냈다.

그날 오빠는 웃지도, 울지도 못한 채 조용히 종이를 접어 가방에 넣었다.


요즘 세상은 더 복잡해졌다.

누군가가 무언가를 잘하면, “AI가 했네.” “그건 도구가 만들어준 거야.” 그렇게 말한다.

마치 인간의 손끝에서 나온 노력과 호흡을, 한순간에 프로그램의 결과물로 축소시키듯이.


하지만 나는 안다.

그 글씨에는, 그 문장에는, 그 영상에는 기계가 흉내낼 수 없는 ‘머뭇거림의 온도’ 가 있다는 걸.


그건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결이다.

집중하다가 살짝 흔들린 숨결, 완벽을 향하다 문득 멈춘 쉼표, 그 안에 인간의 마음이 산다.


진심은 때로 의심받는다.

하지만 의심은 결국, 진심이 가진 빛을 다 이해하지 못한 자리에서만 피어난다.

진짜는 스스로를 증명하지 않아도 언젠가 빛난다.

그건 시간의 문제이지, 가치의 문제가 아니다.


오빠의 서예처럼, 우리의 글과 영상과 마음에도 그런 빛이 있다.

완벽해서가 아니라, 그 속에 ‘사람의 숨’ 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믿는다.

사람의 진심은 잠시 오해받을 수는 있어도, 결국엔 누군가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그건 진심만이 가진 파동이니까.


사람의 진심은, 언젠가 알아보는 사람에게 닿는다.

그러니 우리는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 써야 한다.

그 진심이 흔들림 없이 빛나도록.



작가의 말

진심은 에너지처럼 사라지지 않습니다. 단지 공기를 타고,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닿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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