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히읗 Dec 25. 2021

글 쓰고 싶어서 쓰는 글

메리 크리스마스

오늘은 12월 25일... 크리스마스이지만 늘 그렇듯 특별한 날엔 할 일없는 난 시체처럼 누워 이불속을 빠져나오지 않았다. 춥기는 또 엄청 추워서 이불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될 명분이 생긴 것 같아 조금 위안이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함께 할 사람이 없는 건 아니다. 다만, 사정상 오늘만 함께하지 못할 뿐...


배가 고파서 피자를 시켰다. 비쌌지만 그래도 오늘은 먹고 싶은 걸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평소에는 먹고 싶은 걸 안 먹었던 건 아니다. 이 또한 핑계일 뿐이다. 그냥 비싸고 먹고 싶은 건 먹는 스타일이다. 적당히 먹고 남겼다. 한 번에 다 먹으면 아까우니까... 물론 양이 많은 것도 있다. 저녁에도 먹어야 식비를 아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미친... 오늘 같은 날 혼자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별 수 없다. 원래 이런 인간인 것을. 또 누웠다. 그리고 넷플릭스를 켰다. 영화를 봤다. 그냥 그랬다. 영화가 끝나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브런치에서 알람이 왔다. 



"출간의 기회는 글에 집중하고 있을 때 꿈처럼, 마법처럼 찾아옵니다. 작가님의 색깔이 묻어나는 이야기를 독자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글 좀 안 썼다고 이렇게 독촉을 해 대는 걸 보니 어지간히도 작가들을 쪼아대는 브런치였다. 그런데 뭔가 메시지를 읽는 게 불편했다. 꿈? 마법? 뭔 소리지 싶었다. 글 쓰면 꿈처럼 마법처럼 책이 된다는 말인가 싶었다. 조금 짜증 났다. 다른 사람은 그럴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책이 꿈처럼 마법처럼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년 이맘때가 다시 떠올랐다.


난 책을 만들기 위해 내 모든 것을 갈아 넣었다.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책이라는 결과물이 나오는 동안 난 고통 속에서 몸부림을 쳐야만 했다. 꿈같은 이야기는 하나도 없었고, 마법 같은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모든 것을 내가 움직이고 노력했기 때문에 이루진 결과였다.


"꿈같은 소리 하네. 뭐든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꿈이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마법처럼 생겨나지 않는다고!"


그리고 이불을 박차고 나왔다.


2번째 책을 쓰고 있는 중이다. 이 책도 결국 내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해 주지 않는 것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내가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결국 난 저 브런치 알람 때문에 또 글을 쓰고 있으니 어찌 보면 브런치가 마케팅을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뭔가 당한 느낌이 들지만 작가로서 글을 쓰는 건 당연한 일이니 고맙기도 하지만 저 문구는 좀 바꿔줬으면 좋겠다.


책은 현재 대부분의 작업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내지 편집은 얼추 90% 정도 마무리되었고, 이제 표지작업을 끝내면 곧 텀블벅을 등록할 예정이다. 출간 목표는 올해 2월 초 중순으로 잡고 있다. 최소한 1년에 한 권은 내야 작가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에게 조금 무안해질 것 같다. 두 번째 책을 내고 나면 사실 다음 책은 언제 나올지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작년과 올해 난 많은 부분에서 바뀌었지만, 사실 기본적인 기저는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상황만 조금 바뀌었을 뿐 내가 겪었던 경험과 느낀 것들이 없어지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결국 난 과거의 나에게로부터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조금은 덮어두고 살아갈 순 있겠지.


그래도 감사한 건 글을 쓸 수 있고 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내 브런치 구독자님을 어쩌다 만났는데 그분이 그랬다. 은행 경비원 글 쓸 때는 엄청 솔직하고 격정적이라 멋있고 재미있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아서 조금 그렇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요즘은 살만 해서 그렇다고 말이다.


원래 진흙 속에 핀 꽃이 더 예뻐 보이는 법이니까. 그만큼 요즘 내 삶은 너무나도 평화롭고 행복하기 때문에 글이 더 안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다시 불행해지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 해도 좋으니 이왕이면 글 감이 많이 나올 수 있는 불행이었으면 좋겠다. 뭔 소릴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글 쓰고 싶어서 쓰는 뻘 글이라고 볼 수 있겠네 ㅋㅋㅋ


아마도 다음 글은 책 홍보용이 되지 싶은데 그래서 이 글은 그냥 사전 예고편이라고 하련다.


크리스마스인데 혼자서 뭐 하고 있는지 모르시겠지만, 그게 뭐 어때서 원래는 혼자가 아니었나 뭐 ㅋㅋ 고만할 란다.


책이나 마저 만들자.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생각하는 일상이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